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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미디어의 미래] 제작 중단·제작 편수 감소… 새롭게 닥친 ‘K콘텐츠’의 위기
기자명 박재령 기자
입력 2023.08.28 15:39 수정 2023.08.28 17:20
전례 없는 ‘K-콘텐츠’ 글로벌 흥행이 이어지고 있지만 제작사들은 ‘사드 보복’에 이은 제3의 위기를 걱정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등 넷플릭스를 제외한 타 OTT 사업이 흔들리면서 제작 중단, 제작 편수 감소 등 좋은 콘텐츠가 있어도 유통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판이 바뀐다: AI와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 여덟 번째 세션에서 최문석 에이스토리 이사는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 글로벌 OTT 이후의 제작 환경 변화상을 설명했다.
최문석 이사는 SBS에서 드라마 연출, 기획, CP 등을 맡다 2018년 드라마 전문 제작사 에이스토리로 이직했다. 그가 이직할 때만 해도 지상파 중심이었던 콘텐츠 산업은 5년 만에 급변했다. 최 이사는 “(이직 후) 주요 작품을 보면, tvN,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그리고 MBC다. 대부분의 연출과 기획을 공중파에서 했고 그쪽에서만 방송이 계속될 줄 알았는데 불과 회사를 옮고 5년 만에 tvN, 넷플릭스 등에서 주로 하고 있다”며 “드라마 제작 환경이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국 콘텐츠 산업은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크게 두번 위기를 겪었다. 2000년대 일본의 ‘혐한’과 2010년대 중국의 ‘사드 보복’이다. 그때 구세주처럼 등장한 것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다. 에이스토리는 ‘킹덤’으로 첫 한국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한 곳이다. 최 이사는 “한국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는 이유는 생존이다. 생존하기 위해서 콘텐츠를 잘 만들어야 했다”며 “지금도 잘 만들고, 앞으로도 잘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OTT 등장 이후 콘텐츠 질이 올라간 건 ‘쪽대본’이 사라지고 ‘제작비’가 올랐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편성’ 개념이 사라졌고, 러닝타임 등 형식에서 자유로운 ‘사전 제작’이 대세가 됐다. 제작비 한계가 뚜렷했던 방송국에 비해 글로벌 OTT의 제작비 지원이 전폭적이라는 점도 있다.
최 이사는 “예전에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돈이 많이 들면 못 만들었다. 지금은 그런 한계가 많이 무너져 편당 20억 원 이상 드라마가 드문드문 보이는 상태”라며 “금기시되는 소재의 봉인이 풀린 것도 제작사에겐 큰 변화다. 좀비, 동성애 등 ‘19금’을 걸어도 레거시 미디어에선 방송할 수 없었던 분야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OTT의 ‘공’만 있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의 지적재산권(IP) 독점 문제는 여전했다. 최 이사는 “‘킹덤’을 만들고 나서 성공은 한 거 같은데, 그 다음에 할 게 없더라. 그런 아쉬움이 생기던 차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프리바이’(제작사로부터 ‘IP’를 구매하는 형태)로 계약했다”며 “일종의 모험이었는데 드라마가 잘 돼서 우영우는 IP를 대부분 회사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킹덤 시즌3’ 제작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가 결정할 수 없다. 넷플릭스에서 만들고 싶으면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한 ‘K-콘텐츠’에 극찬이 쏟아지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오히려 ‘제3의 위기’를 우려하고 있었다. 넷플릭스 독주가 진행되면서 다른 플랫폼들이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티빙과 웨이브는 작년 1000억 원 이상 적자를 기록했고, 디즈니플러스 또한 적자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그 결과 한국 콘텐츠 전반적인 제작 편수는 줄었다. 김희선, 이서진 등 톱스타들의 주요 작품도 잇따라 제작 중단, 무산되는 사례가 나온다.
최 이사는 “디즈니플러스가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하다가 올해 드라마 제작을 포기, 중단 등 안 하기로 했다”며 “국내 OTT도 제작 편수를 줄이고 공중파도 줄이고 하면서 1년에 제작 편수가 20편 정도 준 것 같다. 그래서 제작사 입장에선 좋은 콘텐츠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드 보복’처럼 또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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