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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혁진나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6-09-2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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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개혁에 맞서는 조직적 반발을 '콘크리트'에, 흩어진 지지를 '모래알'에 비유했다. 필자는 앞선 글 '이 대통령, 개혁과 통합의 딜레마'(https://omn.kr/2jvjy)에서 이 모래알이 한 종류가 아님을 지적했다. 개혁의 방향에는 찬성하면서도 비용을 먼저 치러야 하는 이들에게 결집부터 요구하면 오히려 반대편으로 밀려날 수 있어서다. 그래서 부당한 특권과 지켜야 할 생활 기반을 구별하고, 후자에게는 전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개혁의 조건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모래알을 모아 콘크리트를 만들었다고 해보자. 흩어진 지지가 정치적 동력으로 조직되면 정부는 반발을 넘어 개혁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책을 관철하는 것과 그 결정의 정당성을 반대 집단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개혁에 반대한 시민도 같은 공동체의 일원이다. 이들의 권리와 이해관계를 결정 이후의 과정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개혁과 통합의 또 다른 딜레마가 시작하는 지.이 여기다. 정책에 대한 지지가 진영에 대한 충성으로 굳어지면, 개혁을 가능하게 했던 지지연합이 정부의 정책 조정을 제약할 수 있다. 상대의 타당한 지적을 수용하면 정치적 후퇴로, 정책 오류를 수정하면 지지층에 대한 배신으로 해석된다. 지지연합의 결속과 정책 조정의 자율성이 충돌하는 것이다. 정부가 지지층의 비판을 피하려 정책 조정을 미룰수록 배제된 상대편의 결집도 강해진다. 진영 대립이 심화하고 이때 통합은 화려한 수사로 전락한다. 관건은 개혁을 추진할 다수의 힘을 확보하면서도 반대자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 질문에 답하는 데 '패자의 동의'(losers' consent)라는 개념이 유용하다. 비교정치학자 크리스토퍼 앤더슨과 공저자들은 여러 민주주의 국가의 자료를 분석해, 선거에서 패배한 쪽의 지지자들이 패배에도 불구하고 그 체제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조건을 탐구했다(Anderson et al., 2005). 여기서 동의의 대상은 승자의 공약이나 정책이 아니다. 이들이 동의하는 건 정치적 경쟁을 조직하는 규칙과 그 규칙에 따라 성립한 권력의 정당성이다. 정부를 비판하는 것과 민주주의 체제를 지지하는 것은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저자들은 선거의 승자와 패자 사이에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평가 격차가 존재하며, 그 격차가 제도적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는 。에 주목했다. 특히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 권력 공유, 승자의 권력 행사를 제약하는 장치 등이 패자의 부정적 평가를 완화한다고 분석했다. 패자의 수용은 개인의 관용만이 아니라, 패배 이후에도 자기 집단의 대표성과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조건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선거에 관한 이 논의를 정책 갈등으로 확장해 보면, 통합의 목표도 분명해진다. 모든 반대를 찬성으로 바꾸는 것이 통합일 수는 없다. 이견을 유지하는 시민에게도 동등한 참여권을 보장하고, 자신의 문제 제기가 정책의 검토와 수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특정 정책에 대한 반대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민주적 통합의 제도적 조건이다. 가령 원전 건설에 반대했던 주민이 건설 결정 이후 안전감시에 참여한다고 해보자. 정부가 그 참여를 원전 정책에 대한 동의로 간주한다면, 주민은 감시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반대 입장을 부정당한다. 이 때문에 참여를 거부한다면 안전 문제에 개입할 기회마저 줄어든다. 이 딜레마를 풀려면 건설에 대한 찬반 문제와 집행 과정에 대한 감시 권한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 반대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주민이 독립적인 전문가에게 검증을 의뢰하고, 확인된 위험을 근거로 설계나 운영 조건의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사업자는 그 요구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수용 또는 설명의 책임). 결정에서 패배한 뒤에도 정책에 영향을 미칠 권한이 남아 있다는 보장이 있을 때 패자의 동의를 끌어낼 수 있다. 이러한 절차의 개방성과 참여의 포괄성은 정부의 정책 역량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반대 의견을 정치적 충성도의 문제로 취급하면 정책 실패의 징후와 현장의 위험 정보가 의사결정자에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비판을 검토하고 집행 결과를 분석해 정책을 고치는 '정책 환류'가 막히는 것이다. 반대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일은 정부의 오류 수정 능력과도 직결된다. 공론화와 갈등 조정은 이러한 참여를 실질화하는 수단이다. 공론화에서는 시민이 자료와 대안을 검토해 정책의 방향과 공정한 비용 배분의 기준을 판단하도록 하고, 조정에서는 당사자들이 구체적인 이행 조건을 협의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두 과정 모두 참여자의 대표성, 정보 접근의 형평성, 의견 검토의 공정성이 확보돼야 한다. 정부는 논의에 앞서 정책을 변경할 수 있는 범위와 제약을 공개해야 한다. 핵심 내용은 이미 확정해 놓고 모든 선택이 열려 있는 것처럼 참여를 권유한다면 절차적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여기서 절차적 정당성이란 단순히 회의나 공청회를 개최했다는 사실을 뜻하지 않는다. 관련 시민이 공정하게 참여하고, 판단에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며, 시민이 제시한 근거가 실질적으로 검토될 때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다. 참여 이후에는 정부의 응답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가 안내한 원자력 관련 사업의 후속 절차에 따르면, 사업주체는 토론 보고서와 종합평가가 공개된 뒤 석 달 안에 시민 제안의 반영 여부와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CNDP, 2026). 시민의 제안을 모두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수용 또는 설명의 책임, 곧 응답 책임이다. 참여의 실질은 회의 횟수가 아니라 시민의 의견이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서 확인된다. 우리의 정책 과정에서도 이런 책임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14일 박상혁 의원 등 10인이 '공공갈등의 예방 및 해결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번 입법 논의에서는 참여 절차와 함께 응답 기한, 채택 여부와 이유의 공개, 합의사항의 이행 .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을 때 시민이 이의를 제기할 경로도 필요하다. 응답 책임이 결정의 근거를 설명하는 의무라면, 이행 책임은 채택한 제안과 합의사항을 실제 정책과 예산에 반영하는 의무다. 이 과정은 정부의 '제도적 자기구속'을 요구한다. 정부가 자신에게 불리한 결론이 나올 것 같아도 사전에 정한 절차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반대편의 근거 있는 지적을 받아들여 정책을 수정하거나 자기 지지층이 기대했던 것을 철회해야 할 수도 있다. 패자에게 결과의 수용을 요구하려면 승자 역시 권력 행사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통합은 이 상호적 의무가 실제로 작동하는지에 달려 있다. 오늘의 승자는 다음 선거의 패자가 될 수 있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참여와 이의제기의 권리가 보장되고, 정책 판단의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된다는 신뢰가 구축되어야 한다. 그런 신뢰가 축적돼야 특정 정부나 정책에 대한 반대가 민주주의 체제 전체의 정당성에 대한 부정으로 확산되는 것을 완화할 수 있다. 모래알을 모아 지지기반을 확충하는 능력은 개혁의 동력을 만든다. 그렇게 모아진 힘이 공정한 절차와 책임에 따라 행사되면, 그것이 비로소 통합의 기반을 만든다. 대통령의 통합을 평가할 기준도 여기에 있다. 얼마나 많은 반대가 찬성으로 돌아섰는가가 아니라 끝내 반대했던 시민에게도 참여의 권리가 보장되는가. 그들의 문제 제기에 정부가 근거를 제시해 답하고, 오류가 확인되면 스스로 수정하는가. 패자의 동의는 승자의 권력도 제약할 수 있는 제도 안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통합의 정치는 그 제도를 지키는 일이다. 이번 갈등관리 입법이 그 책임을 제도화하는 출발.이 되어야 한다. 박상혁 의원 등 10인 (2026). '공공갈등의 예방 및 해결에 관한 법률안'. 의안번호 2220587, 8월 14일 발의. Anderson, C. J., Blais, A., Bowler, S., Donovan, T., & Listhaug, O. (2005). Losers' Consent: Elections and Democratic Legitimacy. Oxford University Press. 특히 제7장과 제8장 참조. Commission nationale du débat public (CNDP) (2026). "Le débat est terminé ! Et après ?" https://www.debatpublic.fr/projets-nucleaires-aube-indre-et-loire/le-debat-est-termine-et-apres-9368 덧붙이는 글 | 은재호 / 정치행정학자 글쓴이 은재호는 국무총리 소속 한국행정연구원에 재직하며 한국갈등학회장과 다수 정부 부처의 갈등관리심의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과 한국외국어대학교 EU융합전공 겸임교수, 프랑스 파리1대학 PRISM-Sorbonne 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일하며 연구 현장과 정책 현장을 이어주는 정책 중개자로 활동하고 있다. 달팽이게임추천 '민주주의 디자이너'를 참칭하는 그의 저서로는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국민통합 전략과 실행방안 연구>(2017), <혁신적 포용국가의 국가론적 지위와 이행전략>(공저, 2019), <공론화의 이론과 실제>(2022), <경세제민의 공공리더십>(공저, 2024), <여론 속의 여론>(공저, 2025) 등이 있다. e débat 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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