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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정혜진.
글=김유진 기자, 사진=백동현 기자
최근 K팝이 미국 그래미어워즈에서 처음 수상한 데 이어 한국무용계에도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무용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베시 어워즈’에서 서울시무용단의 작품 ‘일무’가 ‘최우수 안무가·창작자’ 상을 받았다. 약 10년 전부터 한국무용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통해 해외 진출을 시도했던 무용인들의 노력이 열매를 맺은 셈이다. 베시 어워즈는 발레 부문 최고 영예인 ‘브누아 드 라 당스’와 함께 무용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통한다.
‘일무’의 창작진 가운데에는 바다이야기예시 전 서울시무용단장 정혜진(66) 안무가가 있다. 수상자에는 안무가 3명(정혜진, 김성훈, 김재덕)이 이름을 올렸고 정 안무가가 대표로 무대에 올라 소감을 밝혔다. 춤을 추고 안무를 만든 지 어느덧 50여 년, 평생을 무용인으로 살며 한국무용의 후배들을 이끌고 있는 정 안무가를 이달 초 문화일보에서 만났다.
수상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자 릴게임하는법 정 안무가는 “감사하다”며 웃었다. 그는 “한국무용이 가진 역사성과 ‘일무’의 색감과 현대적 각색이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면서 “전통과 창작의 대비가 돋보였는데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현대적으로 바꾼 건 아니고 전통을 재구성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무용이 미국인들에게 낯설면서도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춤을 출 때 오랜 시간 묵직하게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정지해 있는 게 쉽지는 않아요. 거기서 시작해 미친 듯이 추는 춤의 대비를 새롭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그들의 춤과는 완전 다른 스타일이죠.”
‘일무’는 2023년 뉴욕 링컨센터 공연 당시 3회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며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일반 관객은 물론 평단의 반응까지 좋았다. 그러나 이번 수상에 이를지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바다이야기고래출현 정 안무가는 “전통 장르로 상을 받을 줄 몰랐다. 시상식에 간 것도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 구경 갔던 것”이라며 “꿈같았다”고 회상했다. “무용은 독자적인 게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거든요. 부모님, 선생님, 선후배들에게 감사드려요. 어려움을 겪고 이겨낸 서울시무용단원들도 떠오르네요.”
정 안무가가 처음 무용을 시작했던 때와 비교하면 그 바다이야기게임방법 동안 무용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가 고교에 다니던 시절만 해도 무용을 얕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학교 친구들을 보니, 아버지가 반대해서 엄마가 몰래 무용을 시키는 집이 한두 집이 아니더라고요. 기생 되는 거 왜 하냐, 이러시더래요. 당시엔 춤은 기생들이 하던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정 안무가의 부모님은 좀 달랐다. 그의 아버지는 “1인 1특기를 가져야 한다”며 무용에 소질을 보이는 딸에게 춤을 가르쳤다. “저는 운이 좋았던 거죠. 춤이 너무 좋아서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싶은 마음에 매일 같이 버스도 타지 않고 춤을 추면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초보 안무가로서의 첫 기억은 열세 살 때다. 학예회에서 선보일 살풀이춤의 군무를 위한 안무를 짠 게 시작이었다. 이후 중학교 운동회, 소풍에서 춤출 일이 있을 때마다 안무 창작을 도맡았다. 자연스럽게 한국무용을 전공했고 이화여대 무용과에 진학했다. 1990년 이후에는 정혜진 무용단을 창단하면서 매해 ‘내 얼굴 네 얼굴’ ‘하늘 냄새’ ‘도라지꽃’ 등을 비롯한 창작무용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조금 더 다양한 장르로 영역을 넓혔다. 가무극, 뮤지컬 연출까지 도전했다. 국립발레단과는 ‘달’이라는 작품으로 협업하며 발레와 현대무용을 접목하는 시도도 했다. 이제 그의 목표는 건강하게 79세까지 후배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요즘엔 세계 유수의 발레단을 비롯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후배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정말 감동적이고 동시에 제 어린 시절도 떠올라요. 하지만 무용하는 후배들, 특히 한국무용을 하는 친구들이 점점 줄어드는 건 아쉬워요.”
그래서 정 안무가가 최근 더욱 주목하는 건 안무 저작권의 보호다. 그가 처음 직업 안무가로 활동할 때는 저작권의 개념조차 없었다. 그는 “저작권은 꼭 지켜져야 한다”면서 “지금으로선 춤과 음악이 결합된 하나의 작품으로서만 저작권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음악이 그렇듯이 동작 일부 구간을 똑같이 따라 하면 그에 대한 창작자의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정 안무가가 생각하는 한국무용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정 안무가는 “한국무용은 구름 위에 떠 있는 신선의 춤 같다”고 표현했다. 외국 춤이 근육에 힘을 주고 춘다면, 우리의 전통무용은 “호흡을 내뱉으면서 근육을 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무용을 배울 때는 호흡을 내뱉는 방법부터 배운다. 정 안무가는 “하나, 둘” 추임새를 넣고 팔 동작을 추가하며 직접 시범을 보였다. “이해하시겠어요? 이게 바로 어느 나라 춤에도 없는 우리 춤만의 매력이죠.”
원형에 가까운 한국무용에서 출발했지만 정 안무가의 발걸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장르에 한국무용을 적용하는 것은 물론 가장 먼 곳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대무용과 협업도 했다. ‘일무’ 역시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다. 일각에서는 그런 ‘일무’를 두고 “한국무용이 아니다”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정 안무가는 “이것이 이 시대의 한국 춤”이라며 “그동안의 한국 춤에는 정형화된 창작의 패턴이 있었는데 이것도 벗어던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학에 다닐 때 조동화 선생님의 특강을 들었는데 선생님께서 너희가 무용을 계속하는 시점에는 춤의 구분이 없어질 것이라 하시더라고요. 그 말씀대로 지금은 정말로 그렇고요. ‘일무’의 경우 현대무용처럼 박자가 정형화돼 있지만 동작은 전부 한국적 느낌으로 둥글게 바꿨습니다. 한국 춤에 현대적 리듬과 강렬한 에너지를 접목한 것이지, 현대무용 그대로를 가져온 게 아니라고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한국무용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정 안무가는 “한국적인 게 세계적인 거라고 흔히들 말하는데 그 말이 정말 맞다는 걸 깨달았다”며 “앞으로 한국 춤의 중심에는 한국무용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무용이라는 틀에 갇혀 형식적으로 참아야 할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 틀에 갇히면 창작을 할 수 없거든요. ‘일무’에서도 발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두고 ‘한국무용은 저래선 안 된다’고 하시던 분들도 있었는데, 결국엔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처럼 말이죠.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춤을 계속 만들 겁니다.”
유네스코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의 의식무를 현대화한 ‘일무’는 흰색 바닥에 까만색 벽을 배경으로 한 간결한 무대가 특징적이다. 이런 흑백의 대비 속에서 초록, 빨강, 파랑 등 여러 색깔이 어우러진 화려한 의상과 일치된 동작은 한국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안무가·단원들·정구호 연출의 하모니… “색감이 관객 몰입도 높였다”
■ ‘일무’의 숨은 주역들
무용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미국 베시 어워즈에서 최우수 안무가상을 수상한 ‘일무’(서울시무용단)는 정혜진 안무가를 비롯한 3명의 안무가, 단원들, 그리고 정구호 연출의 하모니가 빚어낸 작품이다. ‘일무’는 유네스코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의 의식무를 현대화한 것이다.
정 안무가는 정 연출을 두고 “정구호 선생님의 색감이 관객을 몰입시키고 작품을 끌고 가는 힘을 발휘했다. 남다른 눈을 가지고 있다”며 ‘일무’를 탄생시킨 또 다른 주역으로 정 연출을 먼저 꼽았다. 정 연출은 무대 연기부터 배치, 의상 컬러까지 공연 전반을 기획하고 디자인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베시 어워즈’ 수상자에는 함께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안무가가 연출을 함께 맡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어워즈 측에서 ‘일무’ 창작진의 작업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로 더 유명했던 정 연출이지만 공연계와 인연을 맺은 지도 어느덧 30년이 훌쩍 넘었다. 한국무용과 처음 작업한 건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의 제안으로 국립무용단의 ‘단’을 연출하면서부터다. 당시 국립발레단의 ‘포이즈’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안 사장이 협업을 제안했다. 이후 ‘묵향’ ‘향연’ 등 성공작을 내놓으며 ‘정구호식 한국무용’을 구축했다. ‘전통의 동시대화’를 목표로 하는 안 사장과 정 연출의 비전이 딱 들어맞았던 것이다.
안 사장은 지난 6일 전화 인터뷰에서 “정 연출의 스타일은 미니멀해 전통과 잘 어울린다”고 평했다. 그 말대로 ‘일무’는 여백의 미와 전통과 현대를 오가는 색감이 돋보인다. 흰색 바닥에 까만색 벽을 뒤로 한 간결한 무대가 특징적이다. 흰색 단령을 입고 열을 맞춰 춤을 추는 장면과 ‘춘앵무’의 초록색, 흰색, 자주색 등 여러 색깔이 어우러진 화려한 의상을 보고 있자면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이토록 세련될 수 있음을 절로 느끼게 된다.
김유진·백동현 기자
글=김유진 기자, 사진=백동현 기자
최근 K팝이 미국 그래미어워즈에서 처음 수상한 데 이어 한국무용계에도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무용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베시 어워즈’에서 서울시무용단의 작품 ‘일무’가 ‘최우수 안무가·창작자’ 상을 받았다. 약 10년 전부터 한국무용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통해 해외 진출을 시도했던 무용인들의 노력이 열매를 맺은 셈이다. 베시 어워즈는 발레 부문 최고 영예인 ‘브누아 드 라 당스’와 함께 무용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통한다.
‘일무’의 창작진 가운데에는 바다이야기예시 전 서울시무용단장 정혜진(66) 안무가가 있다. 수상자에는 안무가 3명(정혜진, 김성훈, 김재덕)이 이름을 올렸고 정 안무가가 대표로 무대에 올라 소감을 밝혔다. 춤을 추고 안무를 만든 지 어느덧 50여 년, 평생을 무용인으로 살며 한국무용의 후배들을 이끌고 있는 정 안무가를 이달 초 문화일보에서 만났다.
수상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자 릴게임하는법 정 안무가는 “감사하다”며 웃었다. 그는 “한국무용이 가진 역사성과 ‘일무’의 색감과 현대적 각색이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면서 “전통과 창작의 대비가 돋보였는데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현대적으로 바꾼 건 아니고 전통을 재구성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무용이 미국인들에게 낯설면서도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춤을 출 때 오랜 시간 묵직하게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정지해 있는 게 쉽지는 않아요. 거기서 시작해 미친 듯이 추는 춤의 대비를 새롭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그들의 춤과는 완전 다른 스타일이죠.”
‘일무’는 2023년 뉴욕 링컨센터 공연 당시 3회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며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일반 관객은 물론 평단의 반응까지 좋았다. 그러나 이번 수상에 이를지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바다이야기고래출현 정 안무가는 “전통 장르로 상을 받을 줄 몰랐다. 시상식에 간 것도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 구경 갔던 것”이라며 “꿈같았다”고 회상했다. “무용은 독자적인 게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거든요. 부모님, 선생님, 선후배들에게 감사드려요. 어려움을 겪고 이겨낸 서울시무용단원들도 떠오르네요.”
정 안무가가 처음 무용을 시작했던 때와 비교하면 그 바다이야기게임방법 동안 무용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가 고교에 다니던 시절만 해도 무용을 얕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학교 친구들을 보니, 아버지가 반대해서 엄마가 몰래 무용을 시키는 집이 한두 집이 아니더라고요. 기생 되는 거 왜 하냐, 이러시더래요. 당시엔 춤은 기생들이 하던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정 안무가의 부모님은 좀 달랐다. 그의 아버지는 “1인 1특기를 가져야 한다”며 무용에 소질을 보이는 딸에게 춤을 가르쳤다. “저는 운이 좋았던 거죠. 춤이 너무 좋아서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싶은 마음에 매일 같이 버스도 타지 않고 춤을 추면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초보 안무가로서의 첫 기억은 열세 살 때다. 학예회에서 선보일 살풀이춤의 군무를 위한 안무를 짠 게 시작이었다. 이후 중학교 운동회, 소풍에서 춤출 일이 있을 때마다 안무 창작을 도맡았다. 자연스럽게 한국무용을 전공했고 이화여대 무용과에 진학했다. 1990년 이후에는 정혜진 무용단을 창단하면서 매해 ‘내 얼굴 네 얼굴’ ‘하늘 냄새’ ‘도라지꽃’ 등을 비롯한 창작무용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조금 더 다양한 장르로 영역을 넓혔다. 가무극, 뮤지컬 연출까지 도전했다. 국립발레단과는 ‘달’이라는 작품으로 협업하며 발레와 현대무용을 접목하는 시도도 했다. 이제 그의 목표는 건강하게 79세까지 후배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요즘엔 세계 유수의 발레단을 비롯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후배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정말 감동적이고 동시에 제 어린 시절도 떠올라요. 하지만 무용하는 후배들, 특히 한국무용을 하는 친구들이 점점 줄어드는 건 아쉬워요.”
그래서 정 안무가가 최근 더욱 주목하는 건 안무 저작권의 보호다. 그가 처음 직업 안무가로 활동할 때는 저작권의 개념조차 없었다. 그는 “저작권은 꼭 지켜져야 한다”면서 “지금으로선 춤과 음악이 결합된 하나의 작품으로서만 저작권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음악이 그렇듯이 동작 일부 구간을 똑같이 따라 하면 그에 대한 창작자의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정 안무가가 생각하는 한국무용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정 안무가는 “한국무용은 구름 위에 떠 있는 신선의 춤 같다”고 표현했다. 외국 춤이 근육에 힘을 주고 춘다면, 우리의 전통무용은 “호흡을 내뱉으면서 근육을 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무용을 배울 때는 호흡을 내뱉는 방법부터 배운다. 정 안무가는 “하나, 둘” 추임새를 넣고 팔 동작을 추가하며 직접 시범을 보였다. “이해하시겠어요? 이게 바로 어느 나라 춤에도 없는 우리 춤만의 매력이죠.”
원형에 가까운 한국무용에서 출발했지만 정 안무가의 발걸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장르에 한국무용을 적용하는 것은 물론 가장 먼 곳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대무용과 협업도 했다. ‘일무’ 역시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다. 일각에서는 그런 ‘일무’를 두고 “한국무용이 아니다”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정 안무가는 “이것이 이 시대의 한국 춤”이라며 “그동안의 한국 춤에는 정형화된 창작의 패턴이 있었는데 이것도 벗어던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학에 다닐 때 조동화 선생님의 특강을 들었는데 선생님께서 너희가 무용을 계속하는 시점에는 춤의 구분이 없어질 것이라 하시더라고요. 그 말씀대로 지금은 정말로 그렇고요. ‘일무’의 경우 현대무용처럼 박자가 정형화돼 있지만 동작은 전부 한국적 느낌으로 둥글게 바꿨습니다. 한국 춤에 현대적 리듬과 강렬한 에너지를 접목한 것이지, 현대무용 그대로를 가져온 게 아니라고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한국무용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정 안무가는 “한국적인 게 세계적인 거라고 흔히들 말하는데 그 말이 정말 맞다는 걸 깨달았다”며 “앞으로 한국 춤의 중심에는 한국무용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무용이라는 틀에 갇혀 형식적으로 참아야 할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 틀에 갇히면 창작을 할 수 없거든요. ‘일무’에서도 발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두고 ‘한국무용은 저래선 안 된다’고 하시던 분들도 있었는데, 결국엔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처럼 말이죠.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춤을 계속 만들 겁니다.”
유네스코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의 의식무를 현대화한 ‘일무’는 흰색 바닥에 까만색 벽을 배경으로 한 간결한 무대가 특징적이다. 이런 흑백의 대비 속에서 초록, 빨강, 파랑 등 여러 색깔이 어우러진 화려한 의상과 일치된 동작은 한국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안무가·단원들·정구호 연출의 하모니… “색감이 관객 몰입도 높였다”
■ ‘일무’의 숨은 주역들
무용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미국 베시 어워즈에서 최우수 안무가상을 수상한 ‘일무’(서울시무용단)는 정혜진 안무가를 비롯한 3명의 안무가, 단원들, 그리고 정구호 연출의 하모니가 빚어낸 작품이다. ‘일무’는 유네스코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의 의식무를 현대화한 것이다.
정 안무가는 정 연출을 두고 “정구호 선생님의 색감이 관객을 몰입시키고 작품을 끌고 가는 힘을 발휘했다. 남다른 눈을 가지고 있다”며 ‘일무’를 탄생시킨 또 다른 주역으로 정 연출을 먼저 꼽았다. 정 연출은 무대 연기부터 배치, 의상 컬러까지 공연 전반을 기획하고 디자인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베시 어워즈’ 수상자에는 함께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안무가가 연출을 함께 맡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어워즈 측에서 ‘일무’ 창작진의 작업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로 더 유명했던 정 연출이지만 공연계와 인연을 맺은 지도 어느덧 30년이 훌쩍 넘었다. 한국무용과 처음 작업한 건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의 제안으로 국립무용단의 ‘단’을 연출하면서부터다. 당시 국립발레단의 ‘포이즈’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안 사장이 협업을 제안했다. 이후 ‘묵향’ ‘향연’ 등 성공작을 내놓으며 ‘정구호식 한국무용’을 구축했다. ‘전통의 동시대화’를 목표로 하는 안 사장과 정 연출의 비전이 딱 들어맞았던 것이다.
안 사장은 지난 6일 전화 인터뷰에서 “정 연출의 스타일은 미니멀해 전통과 잘 어울린다”고 평했다. 그 말대로 ‘일무’는 여백의 미와 전통과 현대를 오가는 색감이 돋보인다. 흰색 바닥에 까만색 벽을 뒤로 한 간결한 무대가 특징적이다. 흰색 단령을 입고 열을 맞춰 춤을 추는 장면과 ‘춘앵무’의 초록색, 흰색, 자주색 등 여러 색깔이 어우러진 화려한 의상을 보고 있자면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이토록 세련될 수 있음을 절로 느끼게 된다.
김유진·백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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