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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디오 스타’.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지난 2017년 4월 한국영상자료원은 안성기의 배우 데뷔 6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를 열면서 안성기가 꼽은 자신의 대표작 10편(2017년 이후 개봉작 제외) 을 소개했다. 영상자료원 웹진에 기록된 ‘안성기가 말하는 나의 영화 10편’과 함께 작업한 감독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바람 불어 좋은 날 (이장호 감독, 1980)
영화 ‘바람불어 좋은 날’.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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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주화운동의 여파로 영화에 대한 검열이 엄격한 시기였음에도 고속 성장의 이면을 담아 현실을 비판적, 반성적으로 성찰한 영화. 개인적으로는 오랜 공백기 이후 영화배우로서 인정받은 첫 번째 작품이다.”
⇒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 바다이야기오락실 ’은 대마초 파동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이장호 감독의 재기작이자, 대학을 졸업한 뒤 돌아온 영화계에서 실패를 거듭하던 안성기가 성인 배우로 인정받은 첫 작품, 그리고 최루성 멜로 영화와 호스티스 영화가 범람하던 한국 영화계에 리얼리즘을 회복을 알린 ‘뉴웨이브’의 출발점이었다. 이장호 감독은 안성기를 “과장해 말하자면 백년에 한번 나올 만한 배우”라면서 “80 모바일바다이야기 년대 리얼리즘 영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배우가 안성기였다. 그전에는 미남이라든지 아주 못났다든지 극단적인 배우만 있었지만 안성기는 평범하면서도 연기력에 따라서 강렬해질 수 있는 이미지”라고 평가했다.
만다라 (임권택 감독, 1981)
영화 ‘만다라’. 한국 온라인골드몽 영상자료원 제공
“뛰어난 예술성으로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는 작품이다. 해외 영화인들을 만날 때면 여전히 ‘만다라’를 꼽곤 하니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 임권택 감독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 중 하 릴게임예시 나이자 한국 종교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 안성기는 “‘만다라’와 임권택 감독과의 만남은 내게 가장 큰 행운이었다”며 “이 영화로 연기의 깊이와 넓이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두 사람은 ‘안개마을’(1983), ‘태백산맥’(1994), ‘축제’(1996) 등에 이어 ‘화장’(2015)까지 오랜 인연을 이어갔다. 임권택 감독은 전남 장흥에서 한달 반 동안 꼼짝없이 머물며 찍었던 ‘축제’ 촬영현장을 회고하며 “안성기라는 배우 아니면 누구와 이런 영화를 해야 될까 싶을 정도로 소중한 연기자”, “그 사람의 인간성 자체가 정말 성실하고 굉장한 노력형이다. 이런 것이 안성기를 오늘의 훌륭한 연기자로 있게 한 배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권택 감독은 일본인 무라야마 도시오가 쓴 안성기 평전 ‘청춘이 아니라도 좋다’의 추천사에 “그는 도사이거나 곧 신선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썼다.
깊고 푸른 밤(배창호 감독, 1985)
영화 ‘깊고 푸른 밤’. 한국영화자료원 제공
“‘깊고 푸른 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 로케이션 촬영에 현상 또한 미국 현지에서 진행한 작품이다. 당시 국내에서 현상한 작품보다 기술적 완성도가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좋은 기술이 있다면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예시와도 같은 작품이 아닐까.”
⇒ 강렬한 스토리와 감각적인 연출로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그려내 서울 관객 50만을 동원한 작품. 안성기가 드물게 비정한 악역으로 등장하며 또 유독 불편해하던 정사신을 과감하게 펼친 작품이기도 하다. 배창호 감독은 “내 영화에는 크게 두 가지 모습의 인간형이 등장한다. 사랑 또는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형이 그것인데, 안성기씨는 두 가지를 모두 잘 표현해주었다”면서 “‘깊고 푸른 밤’같이 욕망을 추구하는 캐릭터는 관객들이 그 인물을 연민할 수 있도록 표현되었다. 그건 그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느낌과 심성이 캐릭터에 묻어났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쁜 우리 젊은 날(배창호 감독, 1987)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주인공 영민의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이 매력적인 영화다. 만남과 사랑, 이별이라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삶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라스트 신 또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
⇒ ‘깊고 푸른 밤’의 백호빈에 정반대되는 캐릭터로 사랑하는 여자에게 순정을 바치는 순수한 남자를 연기하며 첫사랑의 원형과도 같은 작품으로 완성됐다. “뚜렷한 카리스마를 지닌 배우라기보다는 어떤 색도 입힐 수 있는 무채색의 배우라고 생각한다. 고뇌, 우수, 사랑과 같은 기본적인 특질을 갖고 있는가 하면 그 외의 모습으로도 변신할 수 있는 배우”라는 배창호 감독의 말대로 안성기는 배 감독의 영화들에서 광폭의 연기 변신을 다양하게 보여줬다.
고래사냥(배창호 감독, 1984)
영화 ‘고래사냥’.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사람에 대한 따뜻하고 인간적인 시선을 유쾌하게 그려낸 영화. 개봉 당시 서울 관객만 40만명이었다고 하니 당시로선 상당히 흥행한 작품이었다. 그만큼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바람불어 좋은 날’ 조연출과 배우로 만나 배창호 감독의 연출 데뷔작 ‘꼬방동네 사람들’(1982)부터 ‘흑수선’(2001)까지 13편으로 이어지는 두 사람의 긴 협업 기간 펼쳐질 한국 대중영화의 도약과 흥행 성공의 신호탄이 된 영화. 서울 관객 40만을 넘기며 그 해 최고의 한국영화 흥행작이 됐고 이 성공은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깊고 푸른 밤’, ‘기쁜 우리 젊은 날’로 이어졌다.
투캅스(강우석 감독, 1993)
영화 ‘투캅스’.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부패의 끝, 청렴강직의 끝을 각각 대표하는 두 형사의 버디 코미디. 그 코믹함 속에서 당시 사회를 향한 통렬한 고발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코미디 영화를 대표하는 만큼 촬영 현장도 굉장히 즐거웠다.”
⇒경찰이라는 국가권력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담으면서도 빵빵 터지는 연기로 코미디 배우 안성기를 각인시키며 그해 최고 흥행작이 된 영화. 이 영화 이후 한국 영화 최고 흥행사로 영향력을 발휘해온 강우석 감독은 이 영화에서 명장면으로 꼽히는 여러 장면이 안성기의 연기 공력에서 나왔다고 말하면서 “어떤 장면은 연출자의 의도보다 배우의 노련함에 기대기도 한다. 코미디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요절복통할 수밖에 없는 이 명장면(영화 후반 건달들과의 거래를 앞두고 교회에서 간절하게 기도하던 안성기가 잘못 온 전화를 받고 짜증을 내는 장면)이 탄생한 것은 안성기 배우의 덕이라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인정사정 볼것 없다(이명세 감독, 1999)
영화 ‘인정사정 볼것 없다’.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국내 작품뿐만 아니라 해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이 영화의 독창성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자주 등장하지 않는 인물(성민)에도 그처럼 묵직한 존재감을 새겨 넣지 않았나. 비중과 상관 없이 극적 존재감을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게 된 영화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주요 작품의 주인공을 도맡아 했던 안성기가 처음 조연으로 참여했던 영화. 이명세 감독은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형사의 이야기로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출연을 제안했고 안성기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나 시나리오가 나온 뒤 이명세 감독이 제안한 건 안성기가 예상했던 형사 주인공이 아니라 범인 조연이었다.
이명세 감독은 한국영상자료원 기관지 ‘영화천국’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출연을 수락한 뒤) 부산영화제 오프닝에 맞춰 제작발표회를 열기로 한 날 형이 나에게 말했다. 이번 작업을 같이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했고 다음에는 형이 농담을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짐짓 농담처럼 눙치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웬만해서는 누구의 부탁을 거절한 적이 없는 형의 성격을 알기 때문이었다.(…) 나는 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대신 부탁한 것은 제작 발표회에 참석해 후배들, 박중훈과 장동건에게 격려 한마디 해달라는 것이었다. 발표회 당일, 마이크를 잡은 형이 한 말은 후배들에 대한 격려가 아니었다. ‘후배들과 같이 작업할 수 있어 기쁘다’였다. 기대치 않은 말이었다. 그날 나는 양복을 입은 채 해운대 밤바다에 뛰어들었다.”
하얀전쟁(정지영 감독, 1992)
영화 ‘하얀전쟁’.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하얀전쟁’은 전쟁의 참혹함을 정면에서 바라본 작품이다. 베트남전을 다룬 소설이라면 가리지 않고 읽던 때, ‘하얀전쟁’의 원작 소설을 접하곤 ‘제작한다면 언제든 출연하겠다’며 정지영 감독에게 이를 추천했다.”
⇒ 정지영 감독은 1980년대 안성기가 연기했던 우화적이고 풍자적인 사회 반영의 캐릭터들을 좀 더 구체화한 인물들로 발전시켰다. ‘남부군’의 빨치산 ‘이태’와 베트남 전쟁 참전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으며 궁핍한 소설가로 살아가는 ‘하얀전쟁’의 ‘한기주’가 그들이다. 두 사람의 협업은 판사 석궁 테러 사건을 재조명한 ‘부러진 화살’(2012)로 이어져 다시 한 번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 2006년 안성기와 스크린쿼터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창작뿐 아니라 사회 활동도 함께했던 정지영 감독은 안성기에 대해 “그는 너무 착한 사람이다. 포용력이 넓고 모범적이며 보기 드문 인격자”라면서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봉사를 많이 할 뿐더러 영화계의 스타이면서 영화계의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앞장서서 일한다”고 말했다.
무사(김성수 감독, 2001)
영화 ‘무사’.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영화 ‘무사’ 속 캐릭터 진립은 주변을 보듬으며 다 같이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을 만드는 인물이다. 그의 모습은 배우로서의 내 역할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모두를 보듬는 것.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
⇒ 안성기에게 생애 첫 조연상(청룡영화사 남우조연상)을 안긴 작품. 안성기의 이 코멘트를 보면 그는 이 영화를 하면서 20년간 머물렀던 주인공이 아닌 조연배우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했던 것으로 읽힌다. ‘무사’에서 안성기는 뛰어난 연기로 주연과 작품 전체를 빛나게 했다는 찬사를 들었으며 시상식에서 그가 조연상 트로피를 받기 위해 무대로 갈 때 모든 참석자가 기립 박수를 보냈다.
라디오스타(이준익 감독, 2006)
영화 ‘라디오스타’.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수식어가 필요 없는 ‘사랑스러운’ 영화. 영화의 마지막, 철 지난 유명가수 최곤과 언제나 곁에 머물던 매니저 박민수는 잠깐의 이별을 끝내고 다시 서로를 마주한다. 말이 필요 없는 두 사람. 그 따뜻함이 너무나 좋은 영화다. ”
⇒‘칠수와 만수’(1988)에서 시작돼, ‘투캅스’를 지나온 후배 박중훈과의 찰떡궁합을 다시 보여줬던 작품. 그가 맡은 ‘박민수’는 안성기가 연기했던 캐릭터 가운데 그의 실제 성격과 가장 닮아있는 인물로 꼽힌다. 이준익 감독은 2017년 한국영상자료원 안성기 특별전 상영을 앞두고 이렇게 회고했다. “우리 시대 최고의 명콤비와 이 장면을 찍던 순간이 1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생생하다.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이기는 그 푸근함, 타인의 서러움까지 안아주는 그 너그러움. 누가 안성기를 대신할 수 있는가. 그래서 더 미안하고 고마우신 분.”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지난 2017년 4월 한국영상자료원은 안성기의 배우 데뷔 6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를 열면서 안성기가 꼽은 자신의 대표작 10편(2017년 이후 개봉작 제외) 을 소개했다. 영상자료원 웹진에 기록된 ‘안성기가 말하는 나의 영화 10편’과 함께 작업한 감독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바람 불어 좋은 날 (이장호 감독, 1980)
영화 ‘바람불어 좋은 날’.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릴게임추천
“광주민주화운동의 여파로 영화에 대한 검열이 엄격한 시기였음에도 고속 성장의 이면을 담아 현실을 비판적, 반성적으로 성찰한 영화. 개인적으로는 오랜 공백기 이후 영화배우로서 인정받은 첫 번째 작품이다.”
⇒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 바다이야기오락실 ’은 대마초 파동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이장호 감독의 재기작이자, 대학을 졸업한 뒤 돌아온 영화계에서 실패를 거듭하던 안성기가 성인 배우로 인정받은 첫 작품, 그리고 최루성 멜로 영화와 호스티스 영화가 범람하던 한국 영화계에 리얼리즘을 회복을 알린 ‘뉴웨이브’의 출발점이었다. 이장호 감독은 안성기를 “과장해 말하자면 백년에 한번 나올 만한 배우”라면서 “80 모바일바다이야기 년대 리얼리즘 영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배우가 안성기였다. 그전에는 미남이라든지 아주 못났다든지 극단적인 배우만 있었지만 안성기는 평범하면서도 연기력에 따라서 강렬해질 수 있는 이미지”라고 평가했다.
만다라 (임권택 감독, 1981)
영화 ‘만다라’. 한국 온라인골드몽 영상자료원 제공
“뛰어난 예술성으로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는 작품이다. 해외 영화인들을 만날 때면 여전히 ‘만다라’를 꼽곤 하니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 임권택 감독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 중 하 릴게임예시 나이자 한국 종교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 안성기는 “‘만다라’와 임권택 감독과의 만남은 내게 가장 큰 행운이었다”며 “이 영화로 연기의 깊이와 넓이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두 사람은 ‘안개마을’(1983), ‘태백산맥’(1994), ‘축제’(1996) 등에 이어 ‘화장’(2015)까지 오랜 인연을 이어갔다. 임권택 감독은 전남 장흥에서 한달 반 동안 꼼짝없이 머물며 찍었던 ‘축제’ 촬영현장을 회고하며 “안성기라는 배우 아니면 누구와 이런 영화를 해야 될까 싶을 정도로 소중한 연기자”, “그 사람의 인간성 자체가 정말 성실하고 굉장한 노력형이다. 이런 것이 안성기를 오늘의 훌륭한 연기자로 있게 한 배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권택 감독은 일본인 무라야마 도시오가 쓴 안성기 평전 ‘청춘이 아니라도 좋다’의 추천사에 “그는 도사이거나 곧 신선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썼다.
깊고 푸른 밤(배창호 감독, 1985)
영화 ‘깊고 푸른 밤’. 한국영화자료원 제공
“‘깊고 푸른 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 로케이션 촬영에 현상 또한 미국 현지에서 진행한 작품이다. 당시 국내에서 현상한 작품보다 기술적 완성도가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좋은 기술이 있다면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예시와도 같은 작품이 아닐까.”
⇒ 강렬한 스토리와 감각적인 연출로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그려내 서울 관객 50만을 동원한 작품. 안성기가 드물게 비정한 악역으로 등장하며 또 유독 불편해하던 정사신을 과감하게 펼친 작품이기도 하다. 배창호 감독은 “내 영화에는 크게 두 가지 모습의 인간형이 등장한다. 사랑 또는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형이 그것인데, 안성기씨는 두 가지를 모두 잘 표현해주었다”면서 “‘깊고 푸른 밤’같이 욕망을 추구하는 캐릭터는 관객들이 그 인물을 연민할 수 있도록 표현되었다. 그건 그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느낌과 심성이 캐릭터에 묻어났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쁜 우리 젊은 날(배창호 감독, 1987)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주인공 영민의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이 매력적인 영화다. 만남과 사랑, 이별이라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삶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라스트 신 또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
⇒ ‘깊고 푸른 밤’의 백호빈에 정반대되는 캐릭터로 사랑하는 여자에게 순정을 바치는 순수한 남자를 연기하며 첫사랑의 원형과도 같은 작품으로 완성됐다. “뚜렷한 카리스마를 지닌 배우라기보다는 어떤 색도 입힐 수 있는 무채색의 배우라고 생각한다. 고뇌, 우수, 사랑과 같은 기본적인 특질을 갖고 있는가 하면 그 외의 모습으로도 변신할 수 있는 배우”라는 배창호 감독의 말대로 안성기는 배 감독의 영화들에서 광폭의 연기 변신을 다양하게 보여줬다.
고래사냥(배창호 감독, 1984)
영화 ‘고래사냥’.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사람에 대한 따뜻하고 인간적인 시선을 유쾌하게 그려낸 영화. 개봉 당시 서울 관객만 40만명이었다고 하니 당시로선 상당히 흥행한 작품이었다. 그만큼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바람불어 좋은 날’ 조연출과 배우로 만나 배창호 감독의 연출 데뷔작 ‘꼬방동네 사람들’(1982)부터 ‘흑수선’(2001)까지 13편으로 이어지는 두 사람의 긴 협업 기간 펼쳐질 한국 대중영화의 도약과 흥행 성공의 신호탄이 된 영화. 서울 관객 40만을 넘기며 그 해 최고의 한국영화 흥행작이 됐고 이 성공은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깊고 푸른 밤’, ‘기쁜 우리 젊은 날’로 이어졌다.
투캅스(강우석 감독, 1993)
영화 ‘투캅스’.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부패의 끝, 청렴강직의 끝을 각각 대표하는 두 형사의 버디 코미디. 그 코믹함 속에서 당시 사회를 향한 통렬한 고발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코미디 영화를 대표하는 만큼 촬영 현장도 굉장히 즐거웠다.”
⇒경찰이라는 국가권력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담으면서도 빵빵 터지는 연기로 코미디 배우 안성기를 각인시키며 그해 최고 흥행작이 된 영화. 이 영화 이후 한국 영화 최고 흥행사로 영향력을 발휘해온 강우석 감독은 이 영화에서 명장면으로 꼽히는 여러 장면이 안성기의 연기 공력에서 나왔다고 말하면서 “어떤 장면은 연출자의 의도보다 배우의 노련함에 기대기도 한다. 코미디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요절복통할 수밖에 없는 이 명장면(영화 후반 건달들과의 거래를 앞두고 교회에서 간절하게 기도하던 안성기가 잘못 온 전화를 받고 짜증을 내는 장면)이 탄생한 것은 안성기 배우의 덕이라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인정사정 볼것 없다(이명세 감독, 1999)
영화 ‘인정사정 볼것 없다’.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국내 작품뿐만 아니라 해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이 영화의 독창성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자주 등장하지 않는 인물(성민)에도 그처럼 묵직한 존재감을 새겨 넣지 않았나. 비중과 상관 없이 극적 존재감을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게 된 영화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주요 작품의 주인공을 도맡아 했던 안성기가 처음 조연으로 참여했던 영화. 이명세 감독은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형사의 이야기로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출연을 제안했고 안성기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나 시나리오가 나온 뒤 이명세 감독이 제안한 건 안성기가 예상했던 형사 주인공이 아니라 범인 조연이었다.
이명세 감독은 한국영상자료원 기관지 ‘영화천국’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출연을 수락한 뒤) 부산영화제 오프닝에 맞춰 제작발표회를 열기로 한 날 형이 나에게 말했다. 이번 작업을 같이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했고 다음에는 형이 농담을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짐짓 농담처럼 눙치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웬만해서는 누구의 부탁을 거절한 적이 없는 형의 성격을 알기 때문이었다.(…) 나는 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대신 부탁한 것은 제작 발표회에 참석해 후배들, 박중훈과 장동건에게 격려 한마디 해달라는 것이었다. 발표회 당일, 마이크를 잡은 형이 한 말은 후배들에 대한 격려가 아니었다. ‘후배들과 같이 작업할 수 있어 기쁘다’였다. 기대치 않은 말이었다. 그날 나는 양복을 입은 채 해운대 밤바다에 뛰어들었다.”
하얀전쟁(정지영 감독, 1992)
영화 ‘하얀전쟁’.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하얀전쟁’은 전쟁의 참혹함을 정면에서 바라본 작품이다. 베트남전을 다룬 소설이라면 가리지 않고 읽던 때, ‘하얀전쟁’의 원작 소설을 접하곤 ‘제작한다면 언제든 출연하겠다’며 정지영 감독에게 이를 추천했다.”
⇒ 정지영 감독은 1980년대 안성기가 연기했던 우화적이고 풍자적인 사회 반영의 캐릭터들을 좀 더 구체화한 인물들로 발전시켰다. ‘남부군’의 빨치산 ‘이태’와 베트남 전쟁 참전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으며 궁핍한 소설가로 살아가는 ‘하얀전쟁’의 ‘한기주’가 그들이다. 두 사람의 협업은 판사 석궁 테러 사건을 재조명한 ‘부러진 화살’(2012)로 이어져 다시 한 번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 2006년 안성기와 스크린쿼터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창작뿐 아니라 사회 활동도 함께했던 정지영 감독은 안성기에 대해 “그는 너무 착한 사람이다. 포용력이 넓고 모범적이며 보기 드문 인격자”라면서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봉사를 많이 할 뿐더러 영화계의 스타이면서 영화계의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앞장서서 일한다”고 말했다.
무사(김성수 감독, 2001)
영화 ‘무사’.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영화 ‘무사’ 속 캐릭터 진립은 주변을 보듬으며 다 같이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을 만드는 인물이다. 그의 모습은 배우로서의 내 역할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모두를 보듬는 것.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
⇒ 안성기에게 생애 첫 조연상(청룡영화사 남우조연상)을 안긴 작품. 안성기의 이 코멘트를 보면 그는 이 영화를 하면서 20년간 머물렀던 주인공이 아닌 조연배우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했던 것으로 읽힌다. ‘무사’에서 안성기는 뛰어난 연기로 주연과 작품 전체를 빛나게 했다는 찬사를 들었으며 시상식에서 그가 조연상 트로피를 받기 위해 무대로 갈 때 모든 참석자가 기립 박수를 보냈다.
라디오스타(이준익 감독, 2006)
영화 ‘라디오스타’.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수식어가 필요 없는 ‘사랑스러운’ 영화. 영화의 마지막, 철 지난 유명가수 최곤과 언제나 곁에 머물던 매니저 박민수는 잠깐의 이별을 끝내고 다시 서로를 마주한다. 말이 필요 없는 두 사람. 그 따뜻함이 너무나 좋은 영화다. ”
⇒‘칠수와 만수’(1988)에서 시작돼, ‘투캅스’를 지나온 후배 박중훈과의 찰떡궁합을 다시 보여줬던 작품. 그가 맡은 ‘박민수’는 안성기가 연기했던 캐릭터 가운데 그의 실제 성격과 가장 닮아있는 인물로 꼽힌다. 이준익 감독은 2017년 한국영상자료원 안성기 특별전 상영을 앞두고 이렇게 회고했다. “우리 시대 최고의 명콤비와 이 장면을 찍던 순간이 1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생생하다.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이기는 그 푸근함, 타인의 서러움까지 안아주는 그 너그러움. 누가 안성기를 대신할 수 있는가. 그래서 더 미안하고 고마우신 분.”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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