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미래를 책임질 제네시스 엑스 그란 이퀘이터 콘셉트 [사진출처=현대차]



“제네시스가 럭셔리 자동차라면 파리는 독수리”

벌써 10년 전 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를 독립해 프리미엄·럭셔리 자동차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을 때 국내·외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1990년대 책으로까지 나왔던 ‘대우자동차 티코 유머’도 동원됐습니다.
관련 기사에 “(경차) 티코가 자동차라면 파 야마토게임 리는 독수리”라는 유머서 영감(?)을 받아 한국차의 프리미엄·럭셔리카 시장 진출을 비웃는 댓글이 등장했죠.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에 맞서기 위해 토요타가 렉서스를 출범시킨 것에 빗대 ‘베끼기 전략’이라는 지적도 등장했습니다. ‘짝퉁 렉서스’라는 비아냥거림도 들렸습니다.
생판 모르는 남이 아닌 내편이라고 여겼 바다이야기5만 던 가족·연인·친구에게 욕을 먹으면 더 서운한 법인데 한국인이 “제네시스 따위가 감히”라며 더 심하게 깔봤습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거 성장제일주의와 수출제일주의에 함몰돼 한국 소비자들을 섭섭하게 했거나 소홀히 여겼던 ‘업보’가 작용했기 때문일 겁니다.
치열한 삶 속에서 먹고 살기 위해 가족보다는 남에게 더 잘해야만 바다이야기APK 했던 부모님 세대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제네시스가 국내에서는 럭셔리 자동차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성공하면 타는 브랜드로 인지도도 올라갔습니다.
해외에서도 불과 10년 만에 벤츠, BMW, 렉서스와 당당히 겨룰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야마토통기계 10년 만에 ‘150만대 판매 대기록’ 눈앞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와 경쟁하는 제네시스 G90 [사진출처=현대차]



‘국뽕’이 아 한국릴게임 닙니다. 성적이 증명합니다.

2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제네시스 판매대수는 브랜드 출범 첫해인 2015년에 384대에 그쳤지만 2020년에는 13만2450대로 급증했습니다. 처음으로 글로벌 연간 판매 10만대를 넘어서면서 존재감을 나타냈죠.
2021년 20만대, 2022년 21만대 넘게 판매된 데 이어 2023년에는 22만대 팔렸습니다. 2023년 8월에는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습니다.
전체 판매 중 해외 시장 비중이 40%를 웃돌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혔죠.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1.9% 증가한 23만여대를 판매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데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자동차 판매가 감소세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2019년 이후 5년 연속 성장세를 지속했습니다. 누적 판매대수도 130만대를 돌파했습니다.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대수는 149만여대입니다. 이달 안으로 ‘150만대 돌파’ 대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골프 황제’ 타이거우즈를 구해줘 안전 대명사가 된 제네시스 GV80 [사진출처=현대차]



제네시스는 자국 제품에 더 박한 평가를 내리는 국내에서도 벤츠·BMW 대신 선택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를 통해 올해 1~3분기(1~9월) 브랜드별 판매현황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제네시스는 이 기간 동안 8만9410대를 판매했습니다. 기아(38만8117대), 현대차(35만5905대) 다음입니다.
르노코리아(4만431대), KG모빌리티(2만9969대), 쉐보레(1만2064대)보다 2배 이상 많이 팔렸습니다.
경쟁 브랜드인 BMW(5만7840대)와 벤츠(4만8248대)도 이겼습니다.
제네시스 G80·G90·GV80은 벤츠·BMW·렉서스 경쟁차종과의 대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있습니다.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는 각각 1만9899대와 1만8206대 판매됐습니다.
현대차 그랜저를 넘어 대기업 임원차이자 성공하면 타는 차로 여겨지는 제네시스 G80은 3만1753대 팔렸죠. 제네시스 G80의 압승입니다.
제네시스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에서 신차 첨단 기술 만족도 1위에 오르며 실력도 인정받았습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제이디(J.D.)파워가 지난 8월 발표한 ‘2025 미국 기술 경험 지수 조사(U.S. Tech Experience Index, TXI)’에서 제네시스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제치고 프리미엄 브랜드 1위는 물론 전체 브랜드 1위도 차지했죠.


혹평에 충격, ‘품질경영’ 가속화





제네시스 G80 충돌 테스트 장면 [사진출처=IIHS]



제네시스가 럭셔리·프리미엄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비결은 무엇일까요.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화두로 던진 ‘품질 경영’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정 명예회장은 1999년 현대차 회장으로 취임한 뒤 미국 출장을 갔다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고장이 잦고 수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싸구려 차’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현대차의 현실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죠.
NBC 인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자니 카슨 쇼’, CBS 인기 토크 프로그램 ‘데이비드 레터맨 쇼’ 등에서 미국 정부의 정책 결정 오류를 현대차 구매 결정과 비교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이 파는 것’에 초점을 맞췄던 현대차 전략은 이때부터 극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지난 2014년 8월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현대차]



정 명예회장은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신차 출시 일정을 미루더라도 부실한 생산라인을 중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제이디파워 품질 컨설팅도 받게 했습니다.

2001년 양재 본사에 ‘품질상황실’을 설치하고 24시간 품질과 관련된 세계 각국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실시간으로 접수 처리했습니다. 수집된 데이터는 현장 임직원들에게 모두 공유됐죠.
또한 불량을 대대적으로 줄이기 위해 글로벌 생산 공장마다 전수검사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품질 경영은 4년 만에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 제이디파워의 품질 조사에서 ‘뉴 EF쏘나타’는 글로벌 주요 브랜드의 간판 모델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미국 ‘비즈니스 위크’는 2004년 초 ‘현대, 싸구려 차에 작별 키스를 하다(Hyundai Kissing Clunkers Goodbye)’는 제목으로 현대차의 품질 개선을 호평했습니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은 제네시스의 출범으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제네시스는 정의선 당시 부회장이 초기 계획 단계부터 전 과정을 주도한 브랜드입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며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와 수익성을 향상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고려청자·김밥과 성공비결 ‘공유’





젠슨 황(오른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치킨 매장에서 이재용(왼쪽)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의 품질경영이 10년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제네시스를 명차 반열에 올린 것은 분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손’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김밥·비빔밥·부대찌개에서 볼 수 있는 한국인들의 ‘창조적 어울림’, ‘빨리빨리’, ‘프로불편러’의 삼위일체입니다.
한국인들은 단순하게 베끼는 모방 수준을 넘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탁월한 재능을 지녔습니다.
‘세계 최초’는 아니지만 ‘세계 최고’가 됐습니다. 더 나아가 모방을 뛰어넘어 ‘세계 최초’를 다시 창조했습니다.
신라 금관, 고려청자, 금속활자, 신기전, 거북선, 한글 등 찬란한 문화유산이 이를 증명합니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K9 자주포, K2 전차, T-50, KF-21 등도 마찬가지죠.
음식 문화에서도 모방을 뛰어넘는 창조적 어울림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김밥, 비빔밥, 부대찌개입니다.
김밥과 비빔밥은 넣는 재료에 따라 맛도 모양도 달라집니다. 베이컨, 마요네즈, 버터, 돈까스 등 우리 것이 아닌 재료와도 잘 어울립니다.
요즘에는 불고기를 넘어 ‘음식 한류’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서도 김밥 먹는 장면이 들어갔을 정도입니다.
김치찌개도 미군 부대에서 나온 염도가 높은 햄과 소시지와 만나 부대찌개라는 같아 보이지만 다른 음식으로 거듭났습니다.
피자에 불고기를 넣는다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극혐’하겠지만 한국인들은 “안 될 게 뭐 있어”라고 여깁니다.
요즘에도 이질적인 재료로 우리 입맛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에도 맞는 ‘퓨전 요리’를 계속 창조해내는 한국인들의 ‘손맛’은 탁월합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자화자찬 수준을 넘어 ‘힙’한 오감만족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온 김밥 먹는 장면 [사진출처=넷플릭스]



손재능이 좋은 한국인들은 미국차와 일본차에 영향을 받았던 한국차에 독일차, 영국차, 프랑스차, 이탈리아차의 특성을 잘 버무렸습니다.

제네시스 차량에서도 처음에는 벤츠, 아우디, 벤틀리, 포르쉐, 렉서스, 링컨 등의 흔적이 많이 엿보였습니다.
이제는 모방 수준을 넘어 이제는 제네시스만의 새로운 디자인 정체성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편의성 측면에서는 ‘프로불편러’와 ‘빨리빨리’가 한몫했습니다. 별 것 아닌 일에도 불편을 느끼고 불만을 터트리는 한국인들이 참 많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프로불편러 때문에 발생하는 불편이 자주 등장합니다.
지하철에서도 그리 덥지 않은데도 “에어컨 켜라”, 춥지 않은데도 “꺼라”라는 민원 때문에 방송이 나오기도 합니다. 자신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인들의 ‘행복 만족도’가 낮은 이유도 불편함을 많이 느껴서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제네시스는 럭셔리카의 상징 중 하나인 컨버터블 모델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제네시스 컨버터블 [사진출처=현대차/편집=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프로불편러의 행동이 모두 욕먹을 일은 아닙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불편·불만’이기 때문이죠.

불편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습니다. 프로불편러들이 많은 한국이 세계인들이 감탄하는 ‘편한 나라’가 된 게 이를 증명합니다.
유튜브에서 ‘한국의 편리함’에 감탄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국뽕이 차오릅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편·불안을 참지 못하는 프로불편러들의 활약(?) 덕분에 한국차는 다른 나라 차들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편리·편안’을 갖추게 됐습니다.


빨리빨리 부작용 ‘대충대충’ 경계





제네시스 GV60 마그마 콘셉트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제네시스가 벤츠·BMW·포르쉐에 버금간다는 호평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부족한 것도 있습니다.

이들 브랜드가 길게는 100년 넘게 쌓아온 노하우, 신뢰도, 인지도를 이제 10년밖에 되지 않은 브랜드가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빨리빨리의 부작용 ‘대충대충’이 일으킨 역효과도 있습니다.
다만, 제네시스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성장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제네시스 급성장은 위기 때마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한국인들의 장점 덕분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때릴수록 강해지는 강철과도 같은 성향을 지녔습니다. 한 대 맞으면 쓰러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때려보라며 대듭니다.
욕을 먹거나 무시당하면 위축이 되기보다는 “그래, 두고 보자”라며 칼을 갈고 닦습니다.
마찬가지로 프로불편러와 욕설·무시는 오히려 제네시스 성장에 훌륭한 자양분이 됐을 겁니다.
앞으로도 한국인의 특성인 프로불편러·빨리빨리·어울림 성향이 강철 성향과 ‘긍정적’으로 버무려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겁니다. 자동차 한류까지 일어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