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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seastorygame.top양폭대피소 앞마당 테이블에서 천불동계곡을 배경으로 재료 손질하고 있는 김문석 셰프.
(1편 희운각 대피소의 셰프에 이어서) "주임님 진짜 맛있지 않아요? 저는 너무 더 먹고 싶었는데, 아까 점심에 라면을 많이 먹어서 더 못 먹었어요.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을 텐데…. 근데 이건 내일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아요."
방문을 닫고 잘 준비를 하는데 희운각 레인저들의 진솔한 시식평이 벽 너머로 들려온다. 흡족한 마음과 더불어 닭을 몇 마리 더 짊어져 볼 걸이란 후회도 살짝 들었다. 물론 무 릴게임5만 릎 관절은 닭을 몇 마리 뺀 과거의 결정을 흡족하게 지지했다.
눈을 잠시 붙이고 새벽에 길을 나선다. 이번엔 양폭 대피소다. 이곳엔 설악산에서 가장 대피소 근무 경력이 긴 레인저가 있다고 했다. 정병호 주임이다. 양폭에서 만난 그는 우승완 주임과 함께 근무하고 있었다.
"먹고 싶은 요리요? 딱히 없는데…."
골드몽게임"그럼 시도했다가 망한 요리 같은 건 없어요?"
"저는 한 번도 요리를 실패한 적이 없어요."
정 주임은 설악산 대피소에서만 15년의 세월을 보냈다. 공원 관리뿐 아니라 공원 요리에도 도가 터 있었다. 그래서 골똘히 메뉴를 생각했다. 김 셰프의 시선은 라면에 닿아 있었다. 이들도 첫 끼니를 점심에 라면이나 야마토릴게임 면으로 대충 때운다고 했다. 그렇다면 면 요리를 영양학적으로 좀 더 건강하게, 또 맛도 좀 색다르게 내는 건 어떨까? 김 셰프는 바로 팔을 걷어붙였다. 건강한 요리를 하게 되면 쓰려고 마트에서 사온 토마토소스와 매생이를 꺼냈다.
한편 레인저들은 이미 팔을 걷어붙이고 있었다. 손에 공구를 잔뜩 들고서.
"산불 방지 기간 오징어릴게임 을 맞아서 탐방로 정비를 하고 있었어요. 양폭 위아래로 철 계단들이 상당히 많은데 워낙 많은 탐방객이 지나다니다 보니 가끔 나사가 헐거워져서 흔들리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정비하러 돌아다니면서 산불 감시는 기본이고요."
이맘때 양폭의 주요 임무는 두 가지. 하나는 계곡 산행, 하나는 캐니언링이다. 10월에도 눈이 오는 설악에서, 심지어 하 바다이야기게임2 루에 직접 해가 드는 게 3~4시간에 불과한 천불동계곡에서 무슨 일인가 싶겠지만 다 이유가 있다.
"쓰레기를 주워야 해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여름과 가을이 지나고 나면 계곡 곳곳에 쓰레기가 걸려 있곤 하거든요. 워낙 계곡이 깊어서 걸어서 내려가 주울 순 없으니 산방 기간에 하네스를 착용하고 로프를 잡고 내려가서 싹 주워 오죠."
다른 하나는 전형적이다. 러셀, 제설이다. 눈이 오면 양폭에서 위아래로 뚫는다. 아래에선 본사 직원들이나 특수구조대가 뚫고 올라오고, 위에선 희운각 레인저들이 뚫고 내려온다. 정 주임은 "빨리 길을 뚫어놓지 않으면 몇 시간만 지나도 탐방로의 흔적 자체가 사라진다"며 "힘들다고 설렁설렁할 수 없는 작업"이라고 했다.
정병호, 우승완 주임이 산불방지기간을 맞아 탐방객들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양폭대피소 인근 철계단을 정비하고 있다.
유튜브 없던 시절, 요리책 보고 조리
두 주임 모두 양폭이 첫 근무지가 아니다. 더 위쪽이다. 소청과 중청이었다. 정 주임은 "15년 전 처음 중청으로 출근했다." 그때 선배가 끓여준 김치찌개가 참 맛있었다"고 했고, 우 주임은 "소청이었는데 된장찌개였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우 주임에게 가장 맛있었던 요리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무척 괴로워했다.
"제가 뭐든지 맛있게 먹는 스타일인데, 대피소에 와선 그게 더 심해졌어요. 저는 여기서 먹는 요리들이 집에서 먹는 것보다 항상 더 맛있더라고요. 다른 선후배분들이 요리할 때 워낙 정성과 마음을 담아 해주셔서요. 또 출퇴근도 힘들고 일도 힘드니까 더더욱 입맛이 돌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 주임은 요새 다이어트 중이란다. 여기엔 정 주임의 책임도 있다.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닭볶음탕. TV 프로그램 '생생정보통'에서 배운 '4496'으로 맛을 낸다. 고추장 4숟갈, 고춧가루 4숟갈, 간장 9숟갈, 물엿 6숟갈이다. 여기에 설악산의 공기를 얹어 먹으니 맛이 없을 수 없단다. 그런데 그도 처음부터 요리를 잘한 건 아니었다. 레인저도 레인저가 처음일 때가 있었다.
"대피소에서 일하기 전까지 집에서 요리는커녕 청소도, 빨래도 한 번 해본 적 없어요. 전부 아내가 해줬었거든요. 그래서 대피소에서 근무한다니까 아내가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란 책을 사줬어요. 유튜브가 없던 시대라 그걸 보고 요리를 했죠. 또 선배들이 하는 걸 어깻너머로 배워서 요리가 늘었습니다. 이젠 집에서도 집안일을 제가 전부 다 해요. 요리도 하고요. 아내는 대피소가 은인이라고 합니다."
우 주임도 대피소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한 번은 제육볶음을 거하게 망친 적이 있다. 조리를 시작하고 뜨거울 때 간을 봤는데 아무리 소금을 더해도 싱거웠다. 소금이 나오는 맷돌은 들어봤어도 소금을 먹는 냄비는 처음이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다 된 것 같아 접시에 담아 내고 맛을 봤다. 역시 소금을 먹는 냄비는 없었다.
"눈이 번쩍 뜨이더라고요. 같이 먹던 분은 그저 아무 말 없이 한 번 먹어보곤 손도 안 대셨고요. 대피소에선 귀한 고기라 버릴 수도 없어서 체에 놓고 물로 세 번이나 헹궈서 먹었어요."
양폭대피소에서 수줍음에 얼굴을 돌린 우승완 주임과 정병호 주임.
탐방객들과 음식에 얽힌 소소한 에피소드도 많다. 어떤 이는 육개장을 끓여서 나눠줬다. 완성된 요리를 단순히 끓여준 게 아니라 육수부터 야채와 고기를 다 가져와서 대피소에서 직접 조리해서 줬다고 한다. 또 대피소 직원과 사적으로 친한 탐방객이 회와 매운탕거리를 10㎏이나 지고 올라와서 고생한다며 나눠준 적도 있다고 한다. 횟집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우 주임도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다.
"어느 휴무일에 족발을 먹다가 문득 대피소 직원들이 생각났어요. 이 맛있는 걸 고생하는 다른 직원들도 맛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출근 전에 족발을 하나 주문해서 일일이 뼈를 발라내 살코기만 들고 출근을 했었죠. 그때 구조 출동이 유난히 많아서 모두 체력적으로 힘들 때라 고기를 많이 먹어야 했어요."
소면을 활용해 말아낸 매생이국수와 감자양송이스프를 각자 그릇에 덜고 가운데에 달걀말이와 설악파스타를 뒀다. 만두소를 넣어 씹는 맛과 육향이 훨씬 좋다.
2시간 30분 심폐소생술해서 사람 살리기도
구조 이야기가 나오자 서로 쏟아낼 얘기가 한 트럭씩 있다는 듯 몸을 들썩거린다. 우 주임은 "대피소 직원들에게 비타민과 영양제를 약간도 아니고 거의 큰 박스로 사서 주고 가신 분이 있다"며 "본인이 구조받아서 고마움의 표시로 주신다는데 이름조차 남기고 가지 않아서 누가, 언제 구조한 분인지 지금도 모른다"고 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희운각에 있을 때인데 20대 젊은 커플이 올라온 적이 있었죠. 옥신각신하기에 뭔 일인가 하고 봤더니 젓가락을 안 가져왔대요. 저희 비품은 아니고 다른 탐방객이 주고 간 게 있어서 2개 줬죠. '나중에 10개로 갚으세요'라고 빈말로 농담하면서요."
두 달 뒤, 그 커플은 다시 왔다. 그리고 정말로 젓가락 한 세트를 사서 들고 왔다. 가벼운 농담인 만큼 금방 기억에서 잊어버렸는데 그들이 주니 다시 떠올랐다. 정 주임은 "중청에선 심정지가 온 탐방객을 직원 4명이 돌아가면서 저녁 9시 30분부터 자정까지 단 1초도 쉬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해서 살린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좋은 기억들이 안 좋은 기억들을 희석해 준다. 끝청과 중청 사이에서 구조 요청이 와서 한 남성을 업고 옮긴 적이 있다. 다리를 다쳤다며 등 뒤에서 하도 아프다고 난리를 쳐서 급하게 옮겼다. 그런데 헬기가 도착하자 혼자 스스로 걸어서 탄다. 나일론 환자였다.
"그 사람을 힘들게 업어 옮긴 것 자체는 그리 화나지 않아요. 정말 화나는 건 그 사람을 수송하기 위해 인력과 헬기가 동원되면서 생긴 구조 공백입니다. 그 사람 때문에 정말 위급한 생명을 못 구했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외국인들은 달랐다. 20대 5명 다국적 남성으로 이뤄진 일행이 희운각 근처에서 구조 요청을 보냈다. 외국인들은 자국 산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클라이밍이 아니고 하이킹이라고 하면 만만하게 본다고 한다. 설악은 만만하지 않았다. 구조하러 가서 보니 근육 경련과 탈진으로 아예 걸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번역기를 통해 구조 헬기를 부르겠다고 하니까 제발 부르지 말아달라고 하더라고요. 자기네 나라에선 그게 돈이 수백, 수천만 원 깨지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희운각으로 이송해 하룻밤 휴식시킨 뒤 하산시켰어요."
문화적 차이로 인한 해프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희운각 레인저가 퇴근길에 올랐는데 이 외국인들은 천불동 계곡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이들 나라에선 불법일 리가 없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김문석 셰프. 현재 동남 경복궁점 개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옥 건물에서 이탈리아 요리를 내는데 거기에 떡볶이 같은 한국 분식도 먹을 수 있는 특이한 식당을 구상하고 있다. 김 셰프는 이번 산행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
설악산은 안전 후경
어느덧 요리가 완성됐다. 김 셰프는 "설악 파스타와 매생이 국수"라고 설명했다. 파스타면 대신 라면을 썼고, 시판 토마토소스에 냉동만두소를 섞어 풍미와 영양을 더했다. 또한 산에선 해조류를 잘 먹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구매한 매생이 한 덩이를 북엇국에 넣고 끓여 매생이 국수로 만들었다. 설악의 날카롭게 차가운 새벽 공기마저도 따뜻하게 녹이는 맛이다. 감자양송이스프는 양송이스프 시제품에 감자를 잘라 넣은 것인데, 대피소에 크림이나 유제품이 없어서 사골곰탕라면 분말스프로 맛을 잡았다. 달걀말이에는 남은 후레이크(야채 건더기)를 활용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밥부터 먹으려는데 정 주임이 숟가락을 막는다.
"설악산은 식후경이 아닙니다. 안전 후경이에요. 비경에는 위험이 따른다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해요. 9999번 산행을 무사히 마쳤어도 한 발자국에 모든 게 도루묵이 될 수 있는 곳이 설악입니다. 이 말이 꼭 탐방객 분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설악파스타
Step 1
당근과 양파, 감자를 작게 썰어서 냄비에 오일을 넣고 천천히 볶는다.
Step 2
냉동만두를 꺼내어 밀가루피를 걷어낸 후 재료를 잘게 다진다.
Step 3
1번의 야채가 익을 때 다진 만두소를 넣고 맛술을 넣은 뒤 알코올을 날린다.
Step 4
토마토소스와 다진 마늘과 대파를 넣고 푹 익힌다.
Step 5
라면 후레이크와 분말스프를 각 반 스푼 정도 넣어서 매콤하게 만든다.
Step 6
라면을 데쳐서 넣고 남은 건더기 스프를 섞어서 색을 낸다.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1편 희운각 대피소의 셰프에 이어서) "주임님 진짜 맛있지 않아요? 저는 너무 더 먹고 싶었는데, 아까 점심에 라면을 많이 먹어서 더 못 먹었어요.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을 텐데…. 근데 이건 내일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아요."
방문을 닫고 잘 준비를 하는데 희운각 레인저들의 진솔한 시식평이 벽 너머로 들려온다. 흡족한 마음과 더불어 닭을 몇 마리 더 짊어져 볼 걸이란 후회도 살짝 들었다. 물론 무 릴게임5만 릎 관절은 닭을 몇 마리 뺀 과거의 결정을 흡족하게 지지했다.
눈을 잠시 붙이고 새벽에 길을 나선다. 이번엔 양폭 대피소다. 이곳엔 설악산에서 가장 대피소 근무 경력이 긴 레인저가 있다고 했다. 정병호 주임이다. 양폭에서 만난 그는 우승완 주임과 함께 근무하고 있었다.
"먹고 싶은 요리요? 딱히 없는데…."
골드몽게임"그럼 시도했다가 망한 요리 같은 건 없어요?"
"저는 한 번도 요리를 실패한 적이 없어요."
정 주임은 설악산 대피소에서만 15년의 세월을 보냈다. 공원 관리뿐 아니라 공원 요리에도 도가 터 있었다. 그래서 골똘히 메뉴를 생각했다. 김 셰프의 시선은 라면에 닿아 있었다. 이들도 첫 끼니를 점심에 라면이나 야마토릴게임 면으로 대충 때운다고 했다. 그렇다면 면 요리를 영양학적으로 좀 더 건강하게, 또 맛도 좀 색다르게 내는 건 어떨까? 김 셰프는 바로 팔을 걷어붙였다. 건강한 요리를 하게 되면 쓰려고 마트에서 사온 토마토소스와 매생이를 꺼냈다.
한편 레인저들은 이미 팔을 걷어붙이고 있었다. 손에 공구를 잔뜩 들고서.
"산불 방지 기간 오징어릴게임 을 맞아서 탐방로 정비를 하고 있었어요. 양폭 위아래로 철 계단들이 상당히 많은데 워낙 많은 탐방객이 지나다니다 보니 가끔 나사가 헐거워져서 흔들리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정비하러 돌아다니면서 산불 감시는 기본이고요."
이맘때 양폭의 주요 임무는 두 가지. 하나는 계곡 산행, 하나는 캐니언링이다. 10월에도 눈이 오는 설악에서, 심지어 하 바다이야기게임2 루에 직접 해가 드는 게 3~4시간에 불과한 천불동계곡에서 무슨 일인가 싶겠지만 다 이유가 있다.
"쓰레기를 주워야 해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여름과 가을이 지나고 나면 계곡 곳곳에 쓰레기가 걸려 있곤 하거든요. 워낙 계곡이 깊어서 걸어서 내려가 주울 순 없으니 산방 기간에 하네스를 착용하고 로프를 잡고 내려가서 싹 주워 오죠."
다른 하나는 전형적이다. 러셀, 제설이다. 눈이 오면 양폭에서 위아래로 뚫는다. 아래에선 본사 직원들이나 특수구조대가 뚫고 올라오고, 위에선 희운각 레인저들이 뚫고 내려온다. 정 주임은 "빨리 길을 뚫어놓지 않으면 몇 시간만 지나도 탐방로의 흔적 자체가 사라진다"며 "힘들다고 설렁설렁할 수 없는 작업"이라고 했다.
정병호, 우승완 주임이 산불방지기간을 맞아 탐방객들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양폭대피소 인근 철계단을 정비하고 있다.
유튜브 없던 시절, 요리책 보고 조리
두 주임 모두 양폭이 첫 근무지가 아니다. 더 위쪽이다. 소청과 중청이었다. 정 주임은 "15년 전 처음 중청으로 출근했다." 그때 선배가 끓여준 김치찌개가 참 맛있었다"고 했고, 우 주임은 "소청이었는데 된장찌개였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우 주임에게 가장 맛있었던 요리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무척 괴로워했다.
"제가 뭐든지 맛있게 먹는 스타일인데, 대피소에 와선 그게 더 심해졌어요. 저는 여기서 먹는 요리들이 집에서 먹는 것보다 항상 더 맛있더라고요. 다른 선후배분들이 요리할 때 워낙 정성과 마음을 담아 해주셔서요. 또 출퇴근도 힘들고 일도 힘드니까 더더욱 입맛이 돌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 주임은 요새 다이어트 중이란다. 여기엔 정 주임의 책임도 있다.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닭볶음탕. TV 프로그램 '생생정보통'에서 배운 '4496'으로 맛을 낸다. 고추장 4숟갈, 고춧가루 4숟갈, 간장 9숟갈, 물엿 6숟갈이다. 여기에 설악산의 공기를 얹어 먹으니 맛이 없을 수 없단다. 그런데 그도 처음부터 요리를 잘한 건 아니었다. 레인저도 레인저가 처음일 때가 있었다.
"대피소에서 일하기 전까지 집에서 요리는커녕 청소도, 빨래도 한 번 해본 적 없어요. 전부 아내가 해줬었거든요. 그래서 대피소에서 근무한다니까 아내가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란 책을 사줬어요. 유튜브가 없던 시대라 그걸 보고 요리를 했죠. 또 선배들이 하는 걸 어깻너머로 배워서 요리가 늘었습니다. 이젠 집에서도 집안일을 제가 전부 다 해요. 요리도 하고요. 아내는 대피소가 은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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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폭대피소에서 수줍음에 얼굴을 돌린 우승완 주임과 정병호 주임.
탐방객들과 음식에 얽힌 소소한 에피소드도 많다. 어떤 이는 육개장을 끓여서 나눠줬다. 완성된 요리를 단순히 끓여준 게 아니라 육수부터 야채와 고기를 다 가져와서 대피소에서 직접 조리해서 줬다고 한다. 또 대피소 직원과 사적으로 친한 탐방객이 회와 매운탕거리를 10㎏이나 지고 올라와서 고생한다며 나눠준 적도 있다고 한다. 횟집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우 주임도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다.
"어느 휴무일에 족발을 먹다가 문득 대피소 직원들이 생각났어요. 이 맛있는 걸 고생하는 다른 직원들도 맛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출근 전에 족발을 하나 주문해서 일일이 뼈를 발라내 살코기만 들고 출근을 했었죠. 그때 구조 출동이 유난히 많아서 모두 체력적으로 힘들 때라 고기를 많이 먹어야 했어요."
소면을 활용해 말아낸 매생이국수와 감자양송이스프를 각자 그릇에 덜고 가운데에 달걀말이와 설악파스타를 뒀다. 만두소를 넣어 씹는 맛과 육향이 훨씬 좋다.
2시간 30분 심폐소생술해서 사람 살리기도
구조 이야기가 나오자 서로 쏟아낼 얘기가 한 트럭씩 있다는 듯 몸을 들썩거린다. 우 주임은 "대피소 직원들에게 비타민과 영양제를 약간도 아니고 거의 큰 박스로 사서 주고 가신 분이 있다"며 "본인이 구조받아서 고마움의 표시로 주신다는데 이름조차 남기고 가지 않아서 누가, 언제 구조한 분인지 지금도 모른다"고 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희운각에 있을 때인데 20대 젊은 커플이 올라온 적이 있었죠. 옥신각신하기에 뭔 일인가 하고 봤더니 젓가락을 안 가져왔대요. 저희 비품은 아니고 다른 탐방객이 주고 간 게 있어서 2개 줬죠. '나중에 10개로 갚으세요'라고 빈말로 농담하면서요."
두 달 뒤, 그 커플은 다시 왔다. 그리고 정말로 젓가락 한 세트를 사서 들고 왔다. 가벼운 농담인 만큼 금방 기억에서 잊어버렸는데 그들이 주니 다시 떠올랐다. 정 주임은 "중청에선 심정지가 온 탐방객을 직원 4명이 돌아가면서 저녁 9시 30분부터 자정까지 단 1초도 쉬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해서 살린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좋은 기억들이 안 좋은 기억들을 희석해 준다. 끝청과 중청 사이에서 구조 요청이 와서 한 남성을 업고 옮긴 적이 있다. 다리를 다쳤다며 등 뒤에서 하도 아프다고 난리를 쳐서 급하게 옮겼다. 그런데 헬기가 도착하자 혼자 스스로 걸어서 탄다. 나일론 환자였다.
"그 사람을 힘들게 업어 옮긴 것 자체는 그리 화나지 않아요. 정말 화나는 건 그 사람을 수송하기 위해 인력과 헬기가 동원되면서 생긴 구조 공백입니다. 그 사람 때문에 정말 위급한 생명을 못 구했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외국인들은 달랐다. 20대 5명 다국적 남성으로 이뤄진 일행이 희운각 근처에서 구조 요청을 보냈다. 외국인들은 자국 산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클라이밍이 아니고 하이킹이라고 하면 만만하게 본다고 한다. 설악은 만만하지 않았다. 구조하러 가서 보니 근육 경련과 탈진으로 아예 걸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번역기를 통해 구조 헬기를 부르겠다고 하니까 제발 부르지 말아달라고 하더라고요. 자기네 나라에선 그게 돈이 수백, 수천만 원 깨지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희운각으로 이송해 하룻밤 휴식시킨 뒤 하산시켰어요."
문화적 차이로 인한 해프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희운각 레인저가 퇴근길에 올랐는데 이 외국인들은 천불동 계곡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이들 나라에선 불법일 리가 없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김문석 셰프. 현재 동남 경복궁점 개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옥 건물에서 이탈리아 요리를 내는데 거기에 떡볶이 같은 한국 분식도 먹을 수 있는 특이한 식당을 구상하고 있다. 김 셰프는 이번 산행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
설악산은 안전 후경
어느덧 요리가 완성됐다. 김 셰프는 "설악 파스타와 매생이 국수"라고 설명했다. 파스타면 대신 라면을 썼고, 시판 토마토소스에 냉동만두소를 섞어 풍미와 영양을 더했다. 또한 산에선 해조류를 잘 먹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구매한 매생이 한 덩이를 북엇국에 넣고 끓여 매생이 국수로 만들었다. 설악의 날카롭게 차가운 새벽 공기마저도 따뜻하게 녹이는 맛이다. 감자양송이스프는 양송이스프 시제품에 감자를 잘라 넣은 것인데, 대피소에 크림이나 유제품이 없어서 사골곰탕라면 분말스프로 맛을 잡았다. 달걀말이에는 남은 후레이크(야채 건더기)를 활용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밥부터 먹으려는데 정 주임이 숟가락을 막는다.
"설악산은 식후경이 아닙니다. 안전 후경이에요. 비경에는 위험이 따른다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해요. 9999번 산행을 무사히 마쳤어도 한 발자국에 모든 게 도루묵이 될 수 있는 곳이 설악입니다. 이 말이 꼭 탐방객 분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설악파스타
Step 1
당근과 양파, 감자를 작게 썰어서 냄비에 오일을 넣고 천천히 볶는다.
Step 2
냉동만두를 꺼내어 밀가루피를 걷어낸 후 재료를 잘게 다진다.
Step 3
1번의 야채가 익을 때 다진 만두소를 넣고 맛술을 넣은 뒤 알코올을 날린다.
Step 4
토마토소스와 다진 마늘과 대파를 넣고 푹 익힌다.
Step 5
라면 후레이크와 분말스프를 각 반 스푼 정도 넣어서 매콤하게 만든다.
Step 6
라면을 데쳐서 넣고 남은 건더기 스프를 섞어서 색을 낸다.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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