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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철규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10-1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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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5년”.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전 시설장의 입소자 성폭력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자, 언론 보도엔 대체로 그렇게 적혔다. 그리고 어느 모임에 갔더니 누군가 환하게 말했다. “징역 15년 나왔으면 잘 되었죠.” 형량을 중심으로 정의/부정의를 가려온 모종의 습관은 계속된다. 낮은 형량은 부정의, 높은 형량은 정의. 필요한 감각이지만, 그것이 정확할까. 막상 재판 선고가 있었던 지난 9월 2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서문 앞 장미터널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은 환하지 않았다. 1심 선고를 재판정에서 직접 듣고 막 나온 이들은 울 듯했다. 공대위의 기자회견은 분노와 성토로 채워졌다. ▲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조하 공동집행위원장의 줌 회의 화면. 이번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색동원 전·현 거주인들을 만나고 진술을 도왔다. [제공-한국성폭력상담소] 언론을 통해 전해 들은 사람들의 반응과, 피해자 옆에서 조력하며 이 사건의 전말을 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주변인들이나 공대위의 반응은 왜 이토록 사뭇 다른 것일까? ‘징역 15년’ 선고 아래 숨은 무죄…판결 뒤에 남겨진 피해자 그 이유를 알려면, 1심 선고가 있었던 재판정으로 가볼 수밖에 없다. 재판부는 성폭력 피해를 이야기했던 세 명의 여성 입소인의 진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진술신빙성 입증 과정이 문제 없었고, 결론적으로 입증된다’는 선고. 그리고, 손에 땀을 쥐며 긴장하며 듣던 중 방청자들은 재판부의 입에서 갑자기 등장한 ‘무죄’ 단어에 충격을 받았다. 재판부는 한 피해자의 피해사실 공소에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성폭력처벌법 제6조 1항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을 강간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인데,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을 주의 깊게 보아온 방청자들은 재판부의 말에 얼음처럼 굳어졌다. 그러나 누군가는 전체 형량은 구형에 비해 낮지 않을 수 있고, 예비적 공소인 장애인복지법 위반이 인정되어 괜찮은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내가 겪은 일은 뭐지?’…법은 피해자의 시간을 들을 준비가 되었나 조하 씨는 색동원 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이다. 한사회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장이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 전국여성장애인상담소 및 보호시설협의회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색동원 사건에서 가장 많은 여성 거주인, 전 거주인, 남성 거주인을 만났고, 그들의 진술을 여러 방법으로 도왔다. 조하 대표는 이번 1심 선고를 어떻게 보았을까? “이 사건에서 어느 경찰은 ‘말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아니고, 피해자가 아니면 기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하더라.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선) 들을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피해자가) 말하지 않으니 없는 것이다, 라고 한다. 나를 포함해 대다수 장애인과 접하는 사람들도 제대로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굉장히 암담한 일이다.” ▲ 2026년 9월 2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삼거리에서 색동원 성폭력 사건 1심 선고에 대한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공대위는 재판부가 피해자 3명 중 2명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고, 1명은 ‘항거불능에 이르게 할 만큼의 폭행·협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판단한 것에 항의했다. [제공-한국성폭력상담소] 조하 대표는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들을 만나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무수하게 쏟아지는 의사표현들 속에서 사건을 헤아려 왔다. 피해자의 이야기가 공식 제도에서 들리지 않고, 불가능한 진술로 처리될 때 계속 다퉈야 했다. 이 과정은 조하 대표 스스로에게도 큰 충격과 성찰을 안기고 있었다. “우리는 장애인을 ‘권리의 주체’로 본다고 입으로는 이야기하는 수준이 되었다. 그러나 장애인이 권리 주체로서 지역 사회에 들어와 있나? 그렇지 않다. 피해를 입었다는 건 알겠지만 (피해자들이) 말하지 못하고, 말하지 않는다고만 한다. 이건 마치 성폭력에서 ‘저항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어쨌든 가해자들이 기소되지 않았냐고? 피해자들 중 단 세 사람만 ‘언어적 소통’이 가능한 편으로 분류되어 재판이 열린 것이다. 1심 재판은 내내 이들의 진술을 ‘분석’했다. 조하 대표는 말했다. “일주일에 두 번 내지 세 번 재판이 있었다. 주로 피해자 진술이 어떻게 형성되었나, 어떻게 최초로 나왔나, 얼마나 구체적인가, 다른 정황과 봤을 때 맞는 얘기인가를 재판부가 모두 검토했다. 신빙성 있다고 인정했다. 성폭력 행위가 있었다는 것도 인정했다. 그런데 강간죄는 아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나는 다 이야기했고, 그 어려운 말들을 어렵게 이해하면서 대답했고, 내 경험을 담아냈는데, 그러면 내가 겪은 일은 뭐지? 피해자가 진술을 어떻게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의 경험을 법이 담아내냐의 문제다. 피해자가 경험한 사실을 지금의 ‘강간죄’가 제대로 담아낼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피해자가 경험한 사실을 지금의 강간죄는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 조하 대표가 짚어낸 문제는, 지난 9월 21일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열린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패러다임의 전환〉 토론회에서도 상세히 논의되었다. ‘프랑스 형법상 강간죄 개정과 한국 사법 과제’를 다룬 자리였다. ▲ 산드린 미라벨로 프랑스 알레스 지방 검사가 프랑스에서 강간죄 형법이 개정된 과정과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26년 9월 21일,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10층 조영래홀에서 열린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패러다임의 전환 - 프랑스 형법상 강간죄 개정과 한국 사법 과제〉 토론회. (주관: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공동주최: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서미화, 이주희, 조국혁신당 정춘생, 진보당 손솔 의원실) [제공-한국성폭력상담소] 발제자로 참여한 산드린 미라벨로 프랑스 알레스 지방 검사는 한때 프랑스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지젤 펠리코 생존자가 겪은 마잔 지역 성폭력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9년에 걸쳐 남편이 아내에게 수면제 등을 먹여 의식불명 상태로 만든 후, 인터넷으로 다른 남성들을 모집하고 50명 이상의 남성이 성폭력에 가담한 사건이다. 이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프랑스에서 강간죄 조항 형법이 개정됐다고 했다. “캐나다, 스페인은 동의 개념이 도입되었는데, 프랑스는 예전부터 시도는 있었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렸다. 개정안이 네 차례 계속 제안되었지만, 미투운동 때도 포함되었지만 법 개정은 번번히 실패했다. 마잔 사건이 프랑스에서 큰 충격을 주어서 다시 개정안 제출되었고, 통과됐다. 마잔 사건은 님(Nimes) 항소법원에서 다뤄졌고, 일반 시민들뿐만 아니라 경찰, 검사, 법관, 연구자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던 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 법 전문가로서, 관련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의 태도나 실무에 있어서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여러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그래서 강간죄 형법을 개정하는 게 중요했다.” 프랑스 마잔 사건이 바꾼 강간죄…‘폭행·협박’에서 ‘동의 부재’로 법 전문가들 “우리의 태도나 실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성찰 미라벨로 검사는 ‘동의’의 개념과 ‘피해자의 진술을 듣는 것’과 관련한 전문교육을 강조했다. 형법 개정 이후, 동의의 부재가 중요해졌다. 법에서 ‘동의란 실질적이어야 하고, 상호간 충분한 동의여야 하고, 모호함이 없어야 하고, 지적장애로 인해 이해하기 어렵거나 표현하기 어려워도 고려되어야 하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어떤 관계든 (이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으므로, 경찰 수사에서 사실관계를 분석할 때 동의 여부를 세밀하게 판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또, 피해자 상태에 따른 면담 지침과 질문을 별도 마련하게 되었고, 진술을 돕는 도구 역시 중요하게 다뤄지며, 검사, 사법경찰관, 군 헌병경찰이 사법연수원에서 함께 이와 관련한 심화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미라벨로 검사는 전문교육을 실시한 이후 경찰과 검찰, 재판부의 시야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성폭력의 핵심 문제를 파악하고, 그 상황에서 피해자의 얼어붙음과 저항하기 어려운 반응을 이해하고, 피해자의 비밀이나 행동 변화를 알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 이는 법의 시간과 관.을 피해자의 시간과 경험으로 옮기는 것이기도 하다. “피해자 진술을 상세히 받아야 하는데, 피해자가 잘 준비된 후 진술하는 게 중요하다. 왜냐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싸움을 하게 될 것이고, 진술을 제대로 못 하면 사건이 종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삶에 영향을 많이 미친 일이기 때문에 이것을 말하기까지는 일반적인 시간과 다르다. 수사와 사법이 바라보는 시간이 피해자가 겪는 시간과 같을 수 없다. 피해자의 시간을 존중해야 한다.” 만약 안타깝게 불기소하게 되면, 검사가 피해자를 만나서 이유를 설명하고 이의절차를 안내한다는 미라벨로 검사의 설명을 듣고는, 토론회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자아냈다. ▲ 2026년 2월 12일, 인천 장애인복지시설협의회 회장이자, 한국장애인복지시설 협의회의 이사로 역임 중인 색동원 시설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실질심사가 열렸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가해자의 즉각적인 구속과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제공-한국성폭력상담소] 경찰-검찰-사법 개혁의 시대, 지금 필요한 것은? ‘강간 문화’에서 ‘평등 문화’로…피해자의 시간을 존중하라 색동원 1심 판결 직후 탄원서를 내기 위해 24시간 만에 5,000명의 서명을 받아야 했던 조하 대표가 떠올랐다. 검사에게 항소해달라고 요청하는 탄원서였다. 언제나 의심의 대상이 되고, 조금만 절차상 권리를 요청하면 과도한 사람 취급받는 성폭력 수사사법 절차야말로 ‘강간 문화’에 오랫동안 파묻혀있다. 강간 문화에서 평등 문화로 패러다임의 전환. 이번 토론회의 제목이었다. 간단한 말이지만 무수한 이들의 충격과 성찰, 노력이 만드는 길이다. 미라벨로 검사는 ‘동의’ 기준으로 형법을 개정하려는 다른 국가의 검사와 사법경찰관을 교육하고 있다며, 한국 당국과도 교류하고 싶다고 밝혔다. 경찰-검찰-사법 개혁의 시대라는데, 필요한 것은 이것이다. 피해자의 경험을 담는 방법, 잘 듣는 도구와 전문교육, 그리고 피해자의 시간. [필자 소개] 김혜정 : 2004년부터 반성폭력 운동판에서 사람을 배우고 세상을 바라보았다. 성폭력을 알게 된 사람들이 사려깊고 해방된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다. 현재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이고, 상근활동가이다. | 일다https://ild 모바일 바다이야기꽁머니 aro.com 을 만났고, 그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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