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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첩장 뒷얘기
박은숙
아들네 신혼집에 먼저 든 강아지들// 무한 경쟁 책임 못 져 아이는 안 낳는대// 이 일을 어째야 쓸꼬 개 할미로 살겠네
『딸에게 주는 레시피』(2026, 책만드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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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숙 시인의 시조집 『딸에게 주는 레시피』는 모처럼 시조를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재치와 위트를 작품 속에 녹여서 보여주는 능력이 남달라서다.
「청첩장 뒷얘기」는 세태 풍습을 풍자하고 있다. 집을 나서면 강아지를 산책시키거나 품에 보듬어 안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 아가씨이거나 신혼으로 보인다. 얼마든지 강아지를 키울 수 있는 일이다. 그래도 안타깝고 아쉽다. 인구절벽 시대여서다. 화자는 아들네 신혼집에 먼저 든 강아지들을 보면서 기가 막힌다. 아들 부부가 무한경쟁을 책임 못 져서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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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강아지들을 안고 온 것이다. 충분히 헤아려지는 일이다. 그러나 그래도 그렇지 몹시 아쉽다. 하여 화자는 이 일을 어째야 쓸꼬, 라고 깊은 탄식을 하면서 개 할미로 살아가야 할 자신을 한탄하고 있다. 이것이 요즘 우리가 직면한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다가 얼마 있지 않아 이 땅에 강아지만 남고, 사람은 몽땅 사라지고 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다른 작품 「양파의 변」을 읽는다.
다 벗어 보였는데/ 더 벗으라 하십니까// 아무리 벗겨내도/ 진실은 한 가진데// 자꾸만/ 다른 걸 내라시니/ 아린 눈물 쏟지요.
양파의 말이다. 항변이다. 모든 것을 보여주었는데도 더 벗어 보라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대꾸한다. 진실은 한 가지가 분명한데도 다른 것을 내라고 하니 양파로서는 몹시 곤혹스러워서 끝내 아린 눈물을 쏟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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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절박한 정황을 절실한 화법으로 진술하고 있다. 실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편이다.
다음은 연시조 「많이 불러주세요」다.
바꾸기 전 그녀 이름 석을년, 딱하죠?/ 노치원 입학식 날 오랜만에 불린 석 자/ 오히려 부른 사람이 어쩔 줄 몰랐다는// 문턱만 겨우 넘긴 국민학교 시절엔/ 왜 그리 놀려대는지 억울할 때 많았답니다/ 을년아/ 이름만 부르면 아무렇지 않은 걸// 무슨 댁 누구 엄마 그렇게 흐른 날에/ 자신도 잊고 살아 까마득 낯선 이름/ 팔십이 훌쩍 넘어서 다시 봐도 서글픈데// 그깟 것 뭣이라고 바꿀 수 없겠어요/ 백 살 넘게 불릴 건데 예쁜 걸로 바꿉니다/ 예쁜아/ 많이 불러주세요 예쁜 우리 예분 씨.
석을년 씨 아니, 석예분 씨의 일대기 자서전이다. 위트가 곳곳에 생생하게 구사되고 있어 흥미롭게 읽힌다. 이렇듯 박은숙 시인은 삶의 애환을 바탕으로 스토리가 있는 노래를 부른다. 이채롭고 맛깔스러운 세계다.
이정환 시조시인
는 이 일을 어째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