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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빛으로 보던 우주’에 새로운 눈을 달아준 연구자에게 돌아갔다. 남극의 거대한 얼음층을 이용해 ‘우주의 유령’으로 불리는 중성미자(中性微子·neutrino)를 포착하고, 이를 통해 태양계 밖에서 날아온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관측할 수 있는 길을 연 프랜시스 할젠(Francis Halzen·82)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교수다.
할젠 교수는 남극의 얼음을 거대한 중성미자 검출기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아이스큐브(IceCube) 중성미자 관측소’ 구축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벨위원회는 할젠 교수의 연구가 고에너지 중성미자의 천체물리학적 기원을 밝히는 새로운 길을 열고, 새로운 형태의 천문학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프랜시스 할젠(Francis Halzen)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의 교수./위스콘신 메디슨대
◇ ‘빛으로 보던 우주’에 새로운 눈을 달다
지금까지 천문학은 주로 별과 은하에서 나오는 빛, 즉 전자기파를 관측해 우주를 연구해왔다. 하지만 우주에서 출발한 빛은 지구로 오는 동안 물질이나 자기장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빛만으로는 그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우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중성미자는 다르다. 전하가 없고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아 우주를 가로지르는 동안 경로가 크게 휘거나 막힐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이 때문에 중성미자는 생성된 천체와 극한의 우주 환경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온전하게 지닌 채 지구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우주의 유령’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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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고에너지 중성미자는 우주에서 생성된 뒤 지구까지 오는 동안 진행 방향이나 에너지를 거의 잃지 않기 때문에,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노벨위원회가 할젠 교수의 연구를 새로운 ‘중성미자 천문학’의 출발。으로 평가한 이유다.
중성미자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우주에 인간이 지구에서 만든 입자가속기보다 훨씬 강력한 자연의 입자가속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초신성 폭발이나 블랙홀 주변처럼 극도로 강력한 에너지가 발생하는 천체에서는 입자들이 엄청난 에너지로 가속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우주의 극한 환경에서 어떤 물리적 과정이 일어나고, 어떤 천체가 고에너지 입자를 만들어내는지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중성미자는 이런 극한 환경에서 다른 입자들과 함께 만들어진다. 그리고 전하를 띠지 않기 때문에 자기장에 의해 진행 방향이 휘지 않는다. 다른 물질과도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고에너지 중성미자가 어디에서 날아왔는지를 추적하면, 빛만으로는 알아내기 어려웠던 우주의 극한 환경을 역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노벨위원회, 챗GPT
◇ ‘아이스큐브’로 고에너지 중성미자 관측
문제는 중성미자를 잡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것이었다. 중성미자는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지구를 그대로 통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주 드물게 물질과 충돌할 때 나타나는 신호를 포착해야 한다. 할젠 교수는 1988년 남극의 얼음을 이용해 중성미자를 검출하겠다는 구상을 처음 제시했다. 남극의 깊고 투명한 빙하 자체를 거대한 검출 공간으로 활용하고, 얼음 속에 광센서를 설치해 중성미자가 물질과 충돌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빛을 잡아내자는 아이디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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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은 이 같은 실험에 적합했다. 거대한 얼음층을 사실상 하나의 검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깊은 얼음 속은 외부에서 발생하는 여러 배경 신호의 영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에너지 우주 중성미자는 워낙 희귀했다. 실제로 의미 있는 숫자의 중성미자를 포착하려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넓은 검출 공간이 필요했다.
할젠 교수와 연구진은 남극 빙하 약 1㎦를 활용하는 거대한 검출기를 구축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는 2011년 완성됐다. 연구진은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잇달아 검출했다. 할젠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2023년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를 통해 우리은하 내에서 방출되는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10년에 걸쳐 수집한 중성미자 약 6만개의 데이터를 분석해 우리은하의 중성미자 지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빛이 아닌 중성미자를 이용해 우리은하를 관측한 첫 사례로, 중성미자 천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성과로 평가됐다.
◇ 할젠 교수 “예상 못한 수상…기분 묘해”
전문가들은 앞으로 아이스큐브에서 축적되는 중성미자 데이터가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만들어내는 천체가 무엇인지, 그곳에서 어떤 물리적 과정이 일어나는지를 밝히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할젠 교수는 수상 직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말 큰 놀라움이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내가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된 적은 있었지만, 실제 발표를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연구 제안서를 작성 중인데, 이번 수상이 승인을 받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현장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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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젠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