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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선(왼쪽)·최수철 소설가가 김유정 신인문학상 소설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 소설 “진짜vs가짜 시대적 문제 파고들어”
예년에 비해 응모 편수가 거의 배에 가깝게 많아졌다는 것은 여러가지 현상을 내포하고 있다. 챗지피티로 대표되는 대규모 언어모델의 상용화에도 불구하고 인간 그 자체를 탐구하고자 하는 소설 문학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는 것, 혹은 그러한 AI의 도움을 받아 이야기를 만들어내기가 그만큼 쉬워졌을 수도 있다는 것 등등. 어쨌든 결국 사람은 언어의 동물이므로 문학에 대한 열망이 커지는 것은 좋은 일 아닐까(라고 희망적으로 생각해본다).
본심에 오른 일곱 편의 소설은 ‘계단 너머 온’, ‘김치찌개’, ‘공이 멀리 날아가는 시대’, ‘파도의 조각’, ‘과카몰레의 밤’, ‘악당’, ‘나무의 단면’이다. 여기서 특히 논의의 대상이 된 세 작품은 ‘과카몰레의 밤’, ‘악당’, ‘나무의 단면’인데, 수상작을 선정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문장과 전개 방식은 안정적이지만 여행자 소설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과카몰레의 밤’, 빈곤과 노인 문제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애잔하게 묘사했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짧은 대화 형식이 긴장과 완성도를 떨어뜨린 ‘악당’에 비해, ‘나무의 단면’은 눈에 띄는 수작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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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은 안정적이었고, 특별히 찾아낼 단.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소설의 강.으로 작용했다. 유튜브 쇼츠로 대표되는 ‘뭔가’에 매몰된 현대인을 소재로, 진짜는 무엇이고 가짜는 무엇인지, 과연 그것을 구분할 수는 있는지, 구분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구분하지 못하도록 몰아가는 존재는 또 무엇인지 등, 당면한 시대적 문제를 예리하면서도 뻔하지 않게 파고든 솜씨 또한 발군이었다. 앞으로 계속해서 좋은 소설을 써낼 수 있는 작가라는 확신이 들었고, 심사위원들은 ‘나무의 단면’을 당선작으로 선정함에 있어서 전혀 이견이 없었다. 당선자에게는 진심어린 축하 인사를, 다른 응모자 분들에게는 감사와 응원의 말씀을 전한다.
-최수철·김희선(대표 집필)
▲ 한정영(왼쪽)·원유순 동화작가가 김유정 신인문학상 동화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 동화 “죽음·탄생 대비 속 동심 구현”
최종심에 오른 10편의 작품은 지나치게 트렌드를 따르거나 일방적으로 교훈을 전달하려는 시도가 줄었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했으나, 이야기를 완성도 있게 끌어가려는 끈기는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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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시선을 끌었던 작품은 모두 4편이었다. ‘사소한 포스트 잇’은 이야기의 전개가 노련했지만, 포스트 잇과 엘리베이터라는 장치가 작위적으로 보였다. 두 친구의 오해와 우정을 그린 ‘단무지’는 동화의 양식에는 부족함이 없었으나, 왜 하필 ‘단무지’였을까, 라는 의문을 해소할 길이 없었다. 특정 인물만 사용하는 사투리의 사용도 어색했다. ‘나는야, 우당탕탕 아만다’는 경쾌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우당탕탕 아만다가’ 쓰러진 할아버지를 돌보며 갑작스레 ‘차분한 아만다’가 되어가는 과정이 다소 과장스러웠다.
그에 비해 ‘사랑이 방울방울’은 무엇보다 할머니의 죽음과 방울토마토의 탄생을 대비시키며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주제를 선명하게 그려냈다. 이런 시도를 통해 동심이 잘 구현되었고 따라서 작가의 동화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아 보였다. 당연히 문학성도 모자라지 않았기에, 이후에 써나갈 작품도 기대가 되었다. 당선 작가에게는 축하를, 아울러 함께 경쟁했던 작가들도 중단없는 발전을 기원한다.
-원유순·한정영(대표 집필)
▲ 고형렬(왼쪽)·김선우 시인이 김유정 신인문학상 시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 시 “사물·시간·기억의 층위 담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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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방향’은 ‘다리미’라는 일상적 사물을 매개로 삶의 방향과 기억, 그리고 한 사람의 앞선 시간을 섬세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셔츠를 다리려다 바다를 다린다”는 첫 구절에서 다리미의 기능은 주름을 펴는 행위를 넘어 세계를 펼치는 행위로 유연하게 확장된다. 망가진 문고리와 다리미 손잡이를 겹쳐 놓고 “밀고 가라는 것인지 당기라는 것인지” 묻는 장면은 선택과 방향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전환한다. 특히 “바람은 구겨지고”, “열아홉 언니가 다리미처럼 앉아 있다”와 같은 표현은 사물과 기억, 시간의 층위를 자연스럽게 포개며 시적 긴장을 만든다. “자세는 곧 방향”이라는 구절 또한 삶의 태도와 움직임을 간결하게 압축한다. 다만 “꿈도 팽팽히 펴 넘어가는 일”과 같은 의미 진술은 앞선 이미지에 비해 다소 설명적으로 읽힐 수 있어 절제의 여지가 있다. 마지막의 “언니가 또 문을 열고 나온다”는 장면은 닫힘과 열림, 과거와 현재를 하나의 이미지로 수렴하며 중의적인 여운을 남긴다. 다리미를 정화와 전환의 도구로 일관성 있게 형상화한 이 시를 다 읽고 나면 ‘언니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물음이 남는다. 상실된 타자이자 내면의 자아일 수도 있는 언니의 향방을 궁금하게 만든다는 것은 이 시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오래 생각하게 하는 힘을 지녔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형렬·김선우(대표 집필)
#언니 #다리미 #김유정 #신인문학상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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