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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테러리스트의 피비린내 나는 범죄 행각이 오늘로 종말을 맞았다. 국가의 강력한 공권력이 철퇴를 내렸다. 범죄자들이여, 법치를 두려워하라.”
지난달 취임한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쟈 콜롬비아 대통령이 4일 X에 마약 조직 두목 벤디토 메노르가 군경 합동 작전으로 사살됐다고 발표하면서 올린 글이다. 그는 “‘호랑이 정부(Gobierno del Tigre)’에서는 정직하게 살아가는 국민이 더 이상 무릎 꿇거나 공포에 굴복한 채 살아가지 않을 것”이라고도 썼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력한 공권력과 치안 회복을 공약으로 내걸고 스스로를 ‘호랑이’라고 불러온 에스프리에쟈가 자신의 정권을 ‘호랑이 정부’로 내세우며 압도적 공권력으로 범죄를 소탕하는 ‘힘을 통한 평화’ 정책을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범죄 소탕 나선 ‘호랑이 정부’
지난 8월 7일 취임해 이제 출범 한 달을 갓 넘긴 에스프리에쟈 정권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 속에 범죄·마약 조직 소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달 동안 1만4000여 명을 체포하고 마약류 4만㎏ 이상과 총기 약 1500정을 압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남미 3국에서 폭발물을 들여와 범죄 조직에 공급해 온 조직까지 적발했다. 콜롬비아 역사상 첫 좌파 정권이었던 전임 구스타보 페트로 정권(2022~2026)이 반군 무장 조직·마약 조직과 대화를 모색하며 유화적으로 접근했던 이른바 ‘총체적 평화’ 노선을 폐기하고, ‘범죄와의 전쟁’으로 정책을 180도 전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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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콜롬비아 안티오키아·쿤디나마르카주에서 체포된 범죄 조직 ‘로스 오리온’의 두목과 조직원들의 모습.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쟈 콜롬비아 대통령은 7일 자신의 X에 이 사진을 공개하며 “작전 과정에서 기폭 장치 1만7000개와 총기, 탄약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X
에스프리에쟈는 하루에도 여러 건의 게시물을 올리며 국민에게 범죄와의 전쟁 상황을 직접 알리고 있다. 7일 X를 통해 경찰과 검찰이 안티오키아·쿤디나마르카주(州)에서 범죄 조직 ‘로스 오리온’의 두목과 조직원 등 6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작전 과정에서 기폭 장치 1만7000개와 폭발물 제조용 화학물질 100㎏, 총기와 탄약 등도 압수됐다. 지난달 취임 이후 콜롬비아 군·경은 1만4422명을 체포하고, 마약류 4만3684㎏과 총기 1485정을 압수했다. 코카인의 원료가 되는 코카 재배지 1320.9㏊도 제거했다. 축구장 약 1850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유명 변호사지만 정치인 이력은 없었던 에스프리에쟈는 대선 때부터 당시 페트로 좌파 정권에서 악화한 치안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보수 유권자는 물론 범죄 조직 준동으로 두려움에 떨던 서민 민심까지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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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범죄·반군 조직과 협상해 무장을 해제시키려 했던 전임 정부와 달리, 국가가 무력 사용의 주도권과 영토 통제력을 되찾아 이들을 먼저 군사적으로 제압해 항복시킨 뒤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약속했다.
취임 후 반군과의 평화 협상을 잇따라 중단하고, 반군 거.에 대한 공습 등 군사작전을 확대했다. 그의 X에는 마약·총기와 체포된 범죄 조직 주요 인물들의 사진이 하루에도 여러 건 올라온다. 다만 ‘범죄와의 전쟁’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다. 최근 콜롬비아 북동부 베네수엘라 접경 지역에서 활동하는 반군 게릴라 조직 민족해방군(ELN)이 폭발물을 실은 드론으로 군 기지를 공격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공격으로 군인 최소 3명이 숨졌다. 에스프리에쟈가 군사작전으로 사망한 반군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 앞에서 찍은 사진 등을 공개하자 야권과 인권 단체 등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구체적인 범죄 진압 상황을 알리고, 범죄자 실물 사진을 공개하는 방식은 트럼프 정권의 범죄·이민 단속 방식과 흡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정권과 손잡고 ‘카르텔 격퇴’ 공동 작전
전통적인 중남미 내 미국의 우방이었던 콜롬비아는 페트로 정권 4년간 미국과의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됐지만, 정권 교체 후 관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에스프리에쟈 정권은 외교·국방·경제 등 주요 분야 정책에서 친미 노선을 강화하고 있고 미국도 서반구(미주 대륙) 정책의 중심 국가로 콜롬비아를 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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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8일부터 사흘간의 콜롬비아·에콰도르·페루 순방에 나섰다. 미 국무부는 이번 방문의 핵심 의제로 지난달 발생한 콜롬비아 대지진 복구 지원과 함께 ‘마약 테러에 대한 공동 대응 강화’를 명시했다. 미군의 중남미·카리브해 지역 작전을 총괄하는 남부사령부의 프랜시스 도너번 미 남부사령관은 지난달 27~28일 취임 후 처음으로 콜롬비아를 공식 방문해 호르헤 에두아르도 모라 국방부 장관과 에리크 로드리게스 아파리시오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를 만났다.
방문 기간 이들과 함께 콜롬비아 남서부와 에콰도르 북서부의 국경 지역을 직접 찾았다. 이곳은 초국경 범죄 조직들이 코카인을 운반하는 핵심 밀매 통로로 꼽힌다. 미 남부사령부는 “미국과 콜롬비아군은 불법 마약을 밀매하고 미주 국가들의 주권을 위협하는 초국경 범죄 카르텔을 교란하고 격퇴하기 위해 어깨를 맞대고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콜롬비아에 앞서 올해 출범한 남미 주요국 우파 정권도 ‘힘에 의한 평화’를 핵심 치안 정책으로 내걸고 있다. 지난 7월 임기를 시작한 케이코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은 급증하는 범죄에 대한 대응 조치로 수도 리마 등 주요 지역에 60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경찰이 치안 통제를 맡고 군이 이를 지원하며, 주거·이동·집회 등 일부 헌법상 권리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3월 취임한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도 조직범죄 대응을 국정 우선순위로 내세우고 범죄조직 준동에 대응할 경찰 차량과 장비의 대폭 확충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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