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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군 거금도 독채 펜션 ‘고흥의 하루’에 기숙하는 고양이. 10여 마리가 산다.
새벽 파도 소리에 잠이 깼다. 정말 ‘철썩, 철~썩, 처~얼썩’ 한다. 숙소 ‘고흥의 하루’ 펜션에서 바다까지는 약 50m. “파도가 잔잔한 날이 거의 없다”던 주인장 부부 말이 틀리지 않는다. 남해를 끌어안은 작은 만. 전남 고흥군 금장길 81번지. 거금도 남쪽 금산리 해안 마을이다. 슬리퍼를 꿰신고 터벅터벅 바닷가를 걷는다. 모래밭은 크고 작은 몽돌들이 절반이다. 발밑이 뽀득뽀득한 까닭이다. 바다로 튀어나온 왼편 언덕 뒤 바다에서 해는 이미 떴다. 넓게 낀 구름 틈으로 진한 오렌지빛이 새 나온다. 물이 .. 차 들어온다.
고흥 거금도 금장리 앞바다의 여명.
● 벽화는 퇴색해도 괜찮아… 연홍도
2면이 격자 틀로 짠 유리로 된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다. 식탁은 두 개. 한쪽 테이블엔 간밤에 누가 읽었는지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와 김승옥 ‘무진기행’이 놓여 있다. 메뉴는 무화과 식빵 토스트, 잼과 크림치즈, 복숭아와 토마토, 견과를 듬뿍 갈아 넣은 요구르트, 그리고 앙증맞은 사기 에그 스탠드에 든 삶은 달걀. 소금을 톡톡 뿌려 스푼으로 떠먹는다. 첫 경험이다.
고흥의 하루에서 기숙하는 10여 마리 고양이 중 ‘귀남이’일 것이다. 마당에서 빤히 쳐다보곤 유리문을 몇 번 긁는다. 살짝 문을 여니 들어와 햇볕 든 나무 바닥에 엎드려 눈을 감는다. 따뜻한 커피를 한잔 마시고 길을 나선다.
거금도 독채 펜션 ‘고흥의 하루’ 마당과 식당, 그리고 고양이.
거금도 서쪽 신양선착장에서 배로 2분이 채 걸리지 않는 연홍도다. 연홍도는 하늘에서 보면 남북 방향으로 기역 자 모양인데, 신양선착장 경사로 끝에서 보면 쌍봉낙타 두 혹이 완만하게 퍼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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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과 혹 사이로 보이는 저 거대한 절벽은 무엇일까.
거금도 서쪽 신양선착장에서 바라본 연홍도.
연홍도는 10년 전 고흥군에서 ‘지붕 없는 미술관’을 홍보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예술 섬을 표방할 때 골목골목에 벽화를 그려 넣어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여기저기 벽화 색이 많이 바랬다. 그러나 연홍도를 둘러싼 풍경이 벽화의 아쉬움을 머릿속에서 지운다.
섬 서쪽 해안 둘레길인 연홍바닷길에서 마주하는 약 3km 바다 너머 금당도 병풍바위가 그렇다. 완도군에 속하는 금당도 절경을 일컫는 ‘금당 8경’ 가운데 제1경으로 꼽힌다. 틈틈이 자란 나무들을 껴안은 30~40m 높이 주상절리 암벽이 1.2km가량 높고 낮게 펼쳐진다. 저 절벽에 단풍 들면 그 색의 조화를 어떻게 감당할지 감도 오지 않는다. 얄궂게도 거금도 선착장에서도 멀리 바라다보인 병풍바위를 금당도 주민은 바다에서 아니면 보지 못한다.
연홍도 서쪽 해안 연홍바닷길에서 바라본 완도군 금당도 병풍바위. 뼈만 남은 물고기가 먼바다를 꿈꾼다.
연홍바닷길 북쪽 끄트머리에 작은 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한 연홍미술관이 있다. 미술관에 이르는 길가에 여러 철제 조형물이 서 있다. 굴렁쇠 굴리는 소년, 아이돌 춤추는 소녀, 머리 위로 팔을 올려 하트를 만드는 연인들…. 그리고 길이가 5m는 됨직한 살 바른 물고기까지. 뼈만 남은 이 물고기는 밀물 때는 반쯤 잠기고 썰물 때는 온전히 제모습이 된다.
이 섬의 하이라이트는 아직이다. 서쪽 해안에서 선착장이 있는 동쪽으로 가려면 언덕을 넘어야 한다. 이곳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온 듯한 장면이 연출된다. 천천히 걸어 오르면 시선 끝에서 조금씩 푸르른 기운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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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 아련하다가, .。 아래위로 퍼지다가, 마침내 눈앞은 가슴을 활짝 펴게 하는 바다. 햇볕은 콘크리트 내리막 위로 내리쬐고 길 끝 양쪽 전봇대 사이로 두 청춘이 양팔 들어 환호한다. 4인조 여성 밴드 QWER의 ‘내일은 맑음’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면 좋을 것이다.
연홍도 서쪽에서 동쪽으로 넘어오면 보이는 풍경.
동쪽 해안둘레길은 선착장으로 이른다. 눈부시게 푸른 하늘과 가슴 시린 옥빛 바다를 따라서 배를 타러 간다. 배에 오르면 ‘한 번 더 와야지’ 할 터다.
● 옆에서 볼까, 아래서 볼까… 로켓
거금도 독채 펜션 ‘고흥의 하루’ 모습. 옥상에 객실이 있다.
고흥의 하루는 객실이 하나뿐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경남 김해에서 문화 게릴라로 활동하며 카페도 하고 식당도 하던 50대 중반 부부가 2021년 말, 남편 고향으로 귀향했다. 기타 치고 노래하고 요리하던 남편과 엑셀 프로그램 전문가였다가 그림 그리던 아내가 예술 좋아하는 사람들과 작당해 놀다가 힘이 부쳤는지 ‘이젠 좀 쉬어 볼까’하고 고향집을 개조했다. 남편이 단층집 슬라브 옥상에 손님 공간을 올렸다. 김해 옛 ‘동지들’ 덕도 보며 1년 넘게 지어 2003년 5월 문을 열었다. 조그만 카페도 열었는데 테이블 역시 하나다. 돈을 벌긴 벌되 왕창 벌 것까지야, 하는 속내다. 아닌 게 아니라 객실 안내문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라고 버젓이 적었다. 속된 말로 ‘멍때리다’ 가시라는 얘기다.
‘고흥의 하루’ 주인장 부부의 아침.
식당에서 어두운 바닷가 곰솔 숲을 바라보며 남편이 만든 파스타와 감바스, 그리고 카르보나라 떡볶이로 저녁을 먹는다. 바다를 가득 채우는 파도 소리가 이 밤은 자장가일 테다.
고흥에서 서쪽 끝이 거금도라면 동쪽 끝은 나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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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린 나로우주센터로 유명하다. 고흥에 왔으니 여기는 가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짐을 챙기고 길을 나선다. 저 앞바다는 곧 감성돔을 찾아 먼바다로 나가는 고기잡이배로 가득할 것이다.
일반인은 나로우주센터 출입을 할 수 없다. 대신 근처에 있는 우주과학관을 관람한다. 2층으로 된 우주과학관 상설전시관에서는 세계인의 우주 탐사 도전과 우리나라의 나로호와 누리호 발사 과정, 위성과 발사체 엔진에 대한 지식, 우주비행선 안에서의 우주인 생활상 등을 볼 수 있다. 중력 체험 같은 직접 해 볼 수 있는 기기도 있다.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앞 야외전시관에 서 있는 나로호 실물 모형.
사실 백미는 상설전시관 뒤 실물전시관이다. 세운 발사체를 보는 것과 눕힌 발사체를 보는 경험은 다르다. 야외전시장의 길이 33.5m, 최대 지름 2.9m인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 실물 모형은 그리 거대하지 않다. 500m 넘는 롯데월드타워를 눈앞에서 본 사람에게 33.5m는 그저 ‘아, 생각보다 크네’ 정도일 뿐이다.
한국 최초 독자 개발 우주발사체 누리호 개발 모델(DM). 옆에서 보는 로켓은 웅장하다.
그러나 실물전시관에 누워 있는 최초 독자 개발 발사체 누리호(KSLV-Ⅱ) 몸체는 비록 실제 발사된 것이 아니라 개발 모델(DM·초기 구조 및 제작성 검증용)이라 하더라도 압도적이다. 전체 3단으로 구성된 누리호 동체는 길이가 1단 23m, 2단 15.6m, 3단 7m, 여기에 위성을 탑재하는 페어링 1.6m까지 모두 47.2m나 된다. 지름도 최대 3.5m다. 옆에서 보면 동양 전설 속 지구를 휘감는 거대한 뱀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것을 들어 올려서 하늘로 쏘아 올린다고? 얼마만큼의 기술과 노력이 뒷받침됐는지 비로소 실감한다. 누구든 시야를 더 넓힐 수 있게 된다. 어쩌면 고흥은 이것만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에서 어두운 바닷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