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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상담을 받는 모습. 상속포기 후 뒤늦게 재산이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포기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중요부분의 착오나 사기·강박이 있었다면 취소를 다퉈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아버지와 오랫동안 연락이 끊겨 재산 상황을 전혀 몰랐습니다. 사망 뒤 친척들이 ‘남은 건 빚뿐’이라고 해 상속포기를 했는데, 나중에 아버지 명의의 재산이 따로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미 법원에서 상속포기 심판까지 받았는데 되돌릴 수 있을까요.”
상속포기를 한 뒤 새로운 재산이 발견됐더라도 포기를 마음대로 되돌릴 수는 없다. 다만 상속 여부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재산을 알지 못한 것이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하거나, 사기·강박으로 포기했다면 취소를 다퉈볼 수 있다.
상속포기는 고인의 빚만 포기하는 절차가 아니다. 상속인의 지위에서 벗어나는 것이어서 고인이 남긴 재산에 대한 권리도 함께 포기하게 된다.
법무법인 효민 이승환 변호사는 “실무에서도 상속포기 이후 상속재산이 발견되거나 다른 상속인의 약속이나 설명이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 “고인 재산 있는 줄 몰랐다”…상속포기 취소할 수 있나
민법 제1024조는 상속의 승인이나 포기는 민법이 정한 기간 안이라도 취소하지 못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상속포기를 한 뒤 예상보다 많은 재산이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상속받겠다고 할 수는 없다.
예외는 있다.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중요부분의 착오가 있었거나 사기 또는 강박으로 상속포기 의사표시를 했다면 취소를 다퉈볼 수 있다.
가정법원이 상속포기 신고를 받아들였다고 해서 그 효력까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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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법은 가정법원의 신고 수리심판은 신고가 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하는 것일 뿐, 실체법상 효력에 대한 최종 판단은 민사소송에서 이뤄진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이 법리가 상속포기에도 적용된다고 봤다.
그렇다고 상속포기 당시 재산을 몰랐다는 사실만으로 취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변호사는 “단순히 ‘몰랐다’는 정도만으로는 취소할 수 없고, 몰랐던 내용이 상속포기 여부를 좌우할 정도의 중대한 상속재산의 존재 자체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뒤늦게 확인된 거액의 상속재산 때문에 상속포기 취소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
부산지법은 2019년 약 17억1100만 원 상당의 부동산 외에는 다른 상속재산이 없는 것으로 알고 상속을 포기한 사람이 이후 24억2000만 원의 증여세 환급액과 4억 원의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건에서 상속포기 취소를 인정했다(부산지법 2019. 7. 4. 선고 2016가단58528 판결).
재판부는 상속재산 내역을 잘못 안 것을 상속포기를 하게 된 ‘동기의 착오’로 봤다. 일반적인 계약과 달리 상속포기는 상대방이 없는 단독행위라는 。을 들어, 상속포기의 동기에 착오가 있더라도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해당한다면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상속인이 몰랐던 재산은 모두 28억2000만 원으로, 기존에 알고 있던 부동산 가치보다 컸다. 재판부는 이 재산의 존재를 알았다면 상속포기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보통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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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상속인들은 상속인이 재산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데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속포기 취소에는 기간 제한도 있다. 민법 제1024조에 따르면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개월, 상속포기를 한 날부터 1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
● “빚밖에 없다” 거짓말해 포기시켰다면
다른 상속인이 중요한 재산을 고의로 숨기거나 “남은 건 빚밖에 없다”고 거짓말해 상속포기를 유도했다면 사기에 의한 취소가 문제될 수 있다.
가족이나 친척의 설명이 결과적으로 사실과 달랐다는 것만으로 사기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중요한 사실을 고의로 숨기거나 거짓말해 상속포기를 하도록 유도했다는 .이 인정돼야 한다.
이 변호사는 “사기의 경우 단순히 부정확한 설명 등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방이 중요한 사실을 고의로 숨기거나 거짓으로 말해 포기를 유도했다는 정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부산지법 사건에서도 상속인은 다른 상속인이 재산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자신을 속여 상속포기를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상대방의 기망이나 기망의 고의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신 28억2000만 원에 이르는 다른 상속재산의 존재를 알지 못한 。을 ‘중요부분의 착오’로 인정해 상속포기 취소를 받아들였다.
강박도 단순히 가족이나 친척의 권유나 압박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변호사는 정상적인 의사표시를 할 수 없을 정도의 두려움을 일으킨 경우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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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호사는 다른 상속인의 재산 은폐나 거짓말로 상속포기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상속포기 취소를 주장해 상속재산분할 등 재산 회복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안에 따라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 청구도 가능할 수 있다.
● 상속재산·빚 3개월 안에 다 모르겠다면
상속포기를 결정하기 전에는 다른 가족의 설명에 의존하기보다 고인의 재산과 채무를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상속인은 자신에게 상속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상속포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기간 안에 고인의 모든 재산과 빚을 찾아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확인할 재산은 부동산과 은행 예금에 그치지 않는다. 보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주식·펀드 등 금융투자자산, 세금 환급금, 사업상 매출채권, 대여금 반환채권, 미수금, 자동차 등도 살펴봐야 한다.
채무도 은행 대출 외에 카드대금, 보증채무, 판결금채무, 조세채무 등이 있을 수 있다.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인의 금융거래와 국세·지방세, 토지·건축물, 자동차, 연금 등 여러 재산·채무 정보를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다. 다만 이 서비스만으로 고인의 모든 재산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 변호사는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만으로는 망인의 재산내역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어 예금거래내역 등을 통해 거래관계를 확인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재산보다 빚이 많은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 규모를 3개월 안에 확인하기 어렵다면 한정승인도 검토할 수 있다. 한정승인은 상속으로 취득할 재산의 범위 안에서 고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하는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제도다.
이 변호사는 “채무초과 가능성이 의심되는데 3개월 내에 재산과 채무를 모두 확인하기 어렵다면 한정승인을 검토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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