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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커진 날
김효정 지음, 사계절 펴냄
“고양이가 커져 있었다.”
몸과 마음이 유난히 힘든 날, 집에 오니 고양이가 커져 있었다. 무슨 일일까. 그림책의 표지는 고양이 얼굴이다. 빵 부스러기가 잔뜩 묻어 있다. 커진 고양이는 저녁상을 차리고 ‘나’를 식탁 앞으로 불렀다. 입맛이 없어 깨작거리는 걸 보고 금세 빵 반죽을 만든다. 빵이 만들어지는 동안 납작해졌던 마음도 조금씩 부푼다. 주인공처럼 마음이 착 가라앉은 날, 우연히 이 그림책을 손에 쥐었다. 마지막 장이 다 넘어가자 책을 읽기 전과는 조 릴게임5만 금 다른 마음이 되었다. 연필의 회색만으로 그렸다고 한다. 무채색의 그림 중 색이 칠해진 부분은 오직 빵뿐이다. 빵을 다 먹었을 때쯤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어진 주인공을 보며 독자도 문득 허기를 느낀다. 그러면 된 거라고, 고양이가 가만히 토닥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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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왜냐하면 왜냐하면
안 에르보 글·그림, 윤경희 옮김, 봄날의책 펴냄
“늘 알아들을 수 있지는 않다.”
동생은 가파른 정원과 난무하는 풀숲을 내면에 품고 산다. 반복되는 “왜냐하면”은 자폐를 가진 릴게임손오공 안 에르보의 동생이 끝내지 못하는 문장의 시작이다. 이때 “왜냐하면”은 온 힘을 다해 세계를 이해해보려 애쓰는 안간힘의 말이다. 작가는 그 말을 붙잡아 그림으로 시를 썼다. 동생의 내면에는 굳셈과 여림이, 어른과 아이가, 난폭과 사랑이 동시에 존재한다. 한가득, 한바탕, 한입, 한 덩이로. 그림 속 고양이는 ‘불가해’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인다. 환 릴게임골드몽 한 노랑으로 펼쳐진 페이지 곳곳에 나타나는 고양이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알게 된다. 우리는 이해하지 못해도 사랑하고, 이유 없이도 사랑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왜’는 사랑의 세계에서 본질적인 질문이 될 수 없다는 걸.
릴게임바다이야기사이트포식자들의 시간
줄리아노 다 엠폴리 지음, 이세진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포식자들의 시대가 도래한 것은 정상으로의 회귀에 가깝다.”
이 책은 ‘지금 태동 중인 신흥 권력’에 대한 이야기다. 트럼프 같은 포퓰리스트 정치인들과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 ‘기술 권력’이 암묵적으로 연합해 권력 작동의 본질 자체를 바꿔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술 권력이 정치권력을 흡수하거나 심지어 대체하며 민주주의의 규칙과 책임성을 점점 더 무력화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을 제시한다. 저자는 부끄러움 없는 독재자, 무질서를 전략으로 삼는 정치인, 기존 규칙에서 벗어나 거침없이 활보하는 기술 권력자들을 ‘포식자’로 규정하며, 그 탄생과 부흥의 과정을 르포 형식으로 치밀하게 서술한다.
1939년 명성아파트
무경 지음, 래빗홀 펴냄
“저는 지금의 일들을 보고 듣고 겪으며 거기서 느낀 감정을 역사 미스터리의 형식으로 녹였습니다.”
‘무경(필명)’의 작품을 처음 본 건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4 제18회〉에서였다. 황금펜상은 주목할 만한 단편을 선정하는 추리문학상으로, 이해 수상작은 그의 단편 ‘낭패불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였다. 군사독재 시절, 경찰서 안에서 벌어진 고문이 소재다. 여기에 악마가 등장한다. 한국 현대사와 악마를 엮은, 본 적 없는 이 미스터리가 신선했다. 작가 이름을 기억한 계기였다. 그는 근현대사를 무대로 삼은 미스터리를 써왔다. 이번에는 1939년 경성이 배경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을 추리소설로 재현했다. 아파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범인을 찾는 ‘마님’ 최연자와 열두 살 식모 입분. 흡인력과 반전은 둘을 주인공으로 삼는 다음 작품을 예감케 한다.
나는 이완용의 글씨가 궁금했다
강민경 지음, 푸른역사 펴냄
“보고 있노라면 온갖 생각이 든다.”
책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나라를 팔아먹은 인간이 글씨를 잘 썼든 말든 알 게 뭐란 말인가. 하지만 저자는 “매국노로서의 이완용이 아니라 ‘근대의 지식인이자 교양인’으로 일컬어졌던 서가 이완용을 추적”해보자는 목표를 세우고 “특정 인물에 대한 가치판단을 내리기보다 한국 근대 미술사와 미술사회사를 연구하는 방법을 시험”해본다. 명필로 소문나 글씨를 받아 가려는 사람들이 보낸 종이와 비단이 쌓여 있던 이완용의 서재부터 해방 이후 다른 작품을 표구하려 풀을 바르기 위한 배접지로 이완용의 글씨를 썼던 표구사의 풍경까지, 읽고 있으면 어느덧 그의 글씨가 궁금해진다.
세 번 속은 땅
제윤경 지음, 이콘 펴냄
“속은 사람은 남았고, 책임진 사람은 사라졌다.”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저자가 장편소설을 펴냈다. 개발사업을 둘러싼 15년간의 실패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소설의 무대는 ‘갈대만’이라는 해안 도시. 바다를 막아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장밋빛 계획의 끝에 남은 것은 공사 중단과 소송, 막대한 빚뿐이었다. 행정의 무능과 책임 회피 속에 사업 실패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는다. 시민활동가 진두리는 왜 이런 실패가 반복되는지, 왜 책임지는 자는 없는지 이 사건의 전말을 기록하기로 결심한다. 저자는 “이 소설은 누군가를 고발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쉽게 당연하게 여겨온 실패의 구조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 위해 쓴 이야기다”라고 말한다. 갈대만이라는 가상 도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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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지음, 사계절 펴냄
“고양이가 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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