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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에서 러시아의 공습으로 폭발이 발생하고 있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개시를 명령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4년 전 그날, 현실이 된 전쟁
2022년 2월 24일(현지시간) 오전 4시.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 살고 있던 언론인 이리나 셰우첸코(45)는 격렬한 폭발음에 남편과 함께 잠에서 깼다. 아파트 창밖 인근 비행장 일대는 이미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충격이 바다이야기룰 었다. 완전히 초현실적인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목이 타들어 가는 듯한 갈증을 느꼈고, 순간 화학무기가 살포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스쳤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은 거론됐지만 현실이 되리라고는 믿고 싶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 새벽, 전쟁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부부는 반려묘를 데리고 하르키우 황금성릴게임 를 떠났다. 내륙으로 향하는 도로는 극심한 정체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날 밤이 되어서야 친척이 사는 마을에 겨우 도착했다. 일주일 뒤 다시 서쪽으로 이동했고, 사흘에 걸친 피란 끝에 대피소에 몸을 의탁했다. 두 달 후에는 또 다른 최전선 도시로 거처를 옮겼다.
전쟁이 시작된 지 4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지 바다이야기무료 금도 전쟁 한가운데서 살고 있다. 지난 시간을 어떻게 표현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의미도 가치도 희망도 없는 삶. 도둑맞은 삶”이라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거주민 안나 보클란. 본인 제공
같은 날 수도 키이우에 바다이야기디시 살던 안나 보클란(33)은 전혀 다른 이유로 짐을 꾸리고 있었다. 환경보호·천연자원부 소속 전문가였던 그는 한국 환경부와의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시립대학교 국제환경정책 석사 과정에 선발됐다. 폴란드 바르샤바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24일 일정은 분 단위로 짜여 있었다.
그러나 새벽의 침공은 그 계획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항공편은 취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소됐고 키이우는 혼란에 빠졌다. 평소라면 몇 시간이면 닿을 폴란드까지의 길은 공포와 불확실성 속에 나흘이 걸렸다. 어렵게 서울에 도착해 학업을 마친 뒤 2023년 12월 다시 키이우로 돌아왔지만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보클란은 지난 4년에 대해 “전쟁은 가까운 미래만 계획하게 만든다. 미래가 얼마나 덧없는지 깨닫게 됐고 계획을 세워도 그것이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며 본격화된 전쟁이 오는 24일로 꼭 4년을 맞는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결사 항전으로 맞섰고,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며 러시아의 영토 야욕을 규탄하고 제재를 가해왔다. 그러나 종전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에 멈춰있고 사상자는 계속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의 피해와 고통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4년간의 전쟁은 이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경향신문은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e메일 등 서면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 현지 시민, 현지에 머무는 외국인, 한국에서 연대를 호소하는 우크라이나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전쟁이 바꾼 일상, 평범한 삶에서 생존의 삶으로
키이우 시민 릴라 트로히메츠(30)의 삶은 전쟁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바차타 춤과 노래를 즐기고 음악 밴드 활동을 하는 청년이던 그는 이제 아버지와 함께 영국에서 픽업트럭과 구급 후송 차량을 들여와 전선 지역까지 직접 운전해 전달하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20대 친구들 가운데는 결혼도, 아이를 가질 기회도 누리지 못한 채 전선에서 스러진 이들이 적지 않다. 그의 일상 역시 크게 바뀌었다. 이제는 물과 전기, 잠을 잘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과 친구가 곁에 살아 있다는 사실의 소중함을 절실히 확인하는 삶이 됐다.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릴라 트로히메츠. 본인 제공
2023년 6월 27일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동부 크라마토르스크의 식당 ‘리아 피자리아’를 공격했다. 식사 중이던 민간인들 가운데에는 그와 남동생 로만도 있었다. 남매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눈앞에서 친구와 종업원들이 희생됐다.
트로히메츠는 “이번 겨울은 매우 혹독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기반시설 집중 공격으로 전기와 난방, 수도 공급이 무시로 끊긴다. 그는 “미사일이나 무인기(드론) 공격뿐 아니라 끊임없는 위협과 수면 부족 속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문의 한 형태”라고도 했다.
보클란은 키이우에서 전기가 하루 평균 10~12시간만 공급되기 때문에 시민들은 충전 스테이션을 이용하거나 인버터 배터리를 구매하는 등 각자 방식으로 정전에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키이우는 발전기의 도시”라고 표현했다. 생존을 위해 대부분 기업과 상점이 들여놓은 발전기들이 도시 곳곳에서 윙윙거리는 소음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리는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많은 이들을 짜증 나게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안정을 주기도 한다.
1분의 침묵, 끝없는 경보…소리의 전쟁
최전선 도시에 거주 중인 셰우첸코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날아다니는 러시아 드론과 10분 간격으로 울리는 공습 사이렌 속에서 살아간다고 말했다. 셰우첸코는 “미사일이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분이다. 그 시간 동안은 아무도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드론과 미사일, 공습 사이렌, 발전기 소음까지…. 전쟁이 만들어낸 소리의 고통은 공통으로 언급하는 부분이었다.
2024년 초부터 하르키우와 키이우 등지에서 생활해온 비유럽 국가 출신 A씨(30대)는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고들 말하지만 누구도 전쟁에 진정으로 익숙해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밤마다 울리는 폭발음은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머리 위를 스치는 드론 소리는 몸이 먼저 반응하게 만든다고 했다.
A씨는 보도에 잘 드러나지 않는 일상의 고통을 강조했다. 그는 “정전 뉴스를 읽는 것과 며칠 동안 전기가 없는 상태로 사는 것은 다르다”며 “겨울 기온을 숫자로 듣는 것과 영하 20도에 가족을 따뜻하게 하려고 애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노인이 20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례를 들었다. 정전이 발생하면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대피소로 이동하는 것조차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어려움은 좀처럼 뉴스 헤드라인에 오르지 않는다.
전쟁에는 절대선이 없다. 4년째 이어진 계엄령 치하의 우크라이나에서도 권력자들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지난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행정부가 부패 감시기구의 권한을 약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가, 러시아의 공습 공포 속에서도 골판지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제동이 걸린 일은 이를 잘 보여준다.
셰우첸코는 “일반 시민들은 높은 세금과 물가를 감당하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와 그 자녀들은 군 복무를 하지 않는다고 믿는다”며 “반면 평범한 시민들은 거리에서 징집돼 전쟁터로 보내진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또한 “군 자금은 실제로 군에 제대로 전달돼야 하고, 병사들은 적절한 급여와 충분한 교대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동원 과정이 고문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제 지원 단체들이 징병 과정의 헌법적 권리 침해 여부를 감시하고, 지원 자금이 투명하게 사용되도록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최저임금은 약 200달러(약 28만원), 평균 임금은 300~400달러 수준이며, 병사들의 월급도 400달러를 조금 넘는 정도라고 했다. 반면 실제 생계비는 600~700달러에 이른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시민들이 짊어진 고통과 비용, 피로와 불안이 겹겹이 쌓이며 삶의 무게는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숫자 뒤에 있는 얼굴들…연대는 힘이 된다
A씨는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명절이면 거리를 장식하고 거리를 깨끗이 정돈하며 어떻게든 일상을 지켜내려는 우크라이나인들의 모습에서 회복력을 본다고 말했다. 그런 태도가 인간의 존엄성과 결의를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상황을 숫자로만 축소하지 말아 달라”면서 “드론의 수, 미사일의 수, 사상자의 수…. 그 숫자 하나하나 뒤에는 모두 사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거주하며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의 우크라이나인들(Ukrainians in Korea)’을 운영·관리하는 크리스티나 마이단추크(아래줄 오른쪽 네번째)가 연대 행사를 열고 있다. 본인 제공.
한국에 거주하며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의 우크라이나인들’(Ukrainians in Korea)을 운영·관리하는 크리스티나 마이단추크(39)는 “우크라이나는 지쳐 있지만 결코 패배하지 않은 나라”라고 말했다. 여러 차례 한국에서 평화 집회를 열어온 그는 현장에서 경험한 연대의 순간들을 전했다.
한 번은 젊은 한국 남성이 찾아와 우크라이나 수호자들에게 전해 달라며 자신의 군복을 건넸다. 또 한 번은 한 불교 승려가 집회 현장을 찾아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기원하겠다고 밝혔다. 전쟁을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이며 마음을 보탠 연대의 표현이었다.
그는 “다른 문화와 역사, 다른 대륙에 사는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지지할 때 고립감은 옅어지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며 “연대와 지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로히메츠는 연대의 의미에 대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것은 아마 많은 한국인이 한 번도 가보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한 나라를 돕는 일이 아니다”라며 “그것은 어디에서나 소중한 가치인 존엄과 용기,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언젠가 우리가 ‘평화를 꿈꾸는 세상’이 아니라 ‘평화 속에 살아가는 세상’에서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4년 전 그날, 현실이 된 전쟁
2022년 2월 24일(현지시간) 오전 4시.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 살고 있던 언론인 이리나 셰우첸코(45)는 격렬한 폭발음에 남편과 함께 잠에서 깼다. 아파트 창밖 인근 비행장 일대는 이미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충격이 바다이야기룰 었다. 완전히 초현실적인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목이 타들어 가는 듯한 갈증을 느꼈고, 순간 화학무기가 살포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스쳤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은 거론됐지만 현실이 되리라고는 믿고 싶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 새벽, 전쟁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부부는 반려묘를 데리고 하르키우 황금성릴게임 를 떠났다. 내륙으로 향하는 도로는 극심한 정체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날 밤이 되어서야 친척이 사는 마을에 겨우 도착했다. 일주일 뒤 다시 서쪽으로 이동했고, 사흘에 걸친 피란 끝에 대피소에 몸을 의탁했다. 두 달 후에는 또 다른 최전선 도시로 거처를 옮겼다.
전쟁이 시작된 지 4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지 바다이야기무료 금도 전쟁 한가운데서 살고 있다. 지난 시간을 어떻게 표현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의미도 가치도 희망도 없는 삶. 도둑맞은 삶”이라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거주민 안나 보클란. 본인 제공
같은 날 수도 키이우에 바다이야기디시 살던 안나 보클란(33)은 전혀 다른 이유로 짐을 꾸리고 있었다. 환경보호·천연자원부 소속 전문가였던 그는 한국 환경부와의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시립대학교 국제환경정책 석사 과정에 선발됐다. 폴란드 바르샤바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24일 일정은 분 단위로 짜여 있었다.
그러나 새벽의 침공은 그 계획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항공편은 취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소됐고 키이우는 혼란에 빠졌다. 평소라면 몇 시간이면 닿을 폴란드까지의 길은 공포와 불확실성 속에 나흘이 걸렸다. 어렵게 서울에 도착해 학업을 마친 뒤 2023년 12월 다시 키이우로 돌아왔지만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보클란은 지난 4년에 대해 “전쟁은 가까운 미래만 계획하게 만든다. 미래가 얼마나 덧없는지 깨닫게 됐고 계획을 세워도 그것이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며 본격화된 전쟁이 오는 24일로 꼭 4년을 맞는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결사 항전으로 맞섰고,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며 러시아의 영토 야욕을 규탄하고 제재를 가해왔다. 그러나 종전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에 멈춰있고 사상자는 계속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의 피해와 고통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4년간의 전쟁은 이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경향신문은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e메일 등 서면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 현지 시민, 현지에 머무는 외국인, 한국에서 연대를 호소하는 우크라이나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전쟁이 바꾼 일상, 평범한 삶에서 생존의 삶으로
키이우 시민 릴라 트로히메츠(30)의 삶은 전쟁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바차타 춤과 노래를 즐기고 음악 밴드 활동을 하는 청년이던 그는 이제 아버지와 함께 영국에서 픽업트럭과 구급 후송 차량을 들여와 전선 지역까지 직접 운전해 전달하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20대 친구들 가운데는 결혼도, 아이를 가질 기회도 누리지 못한 채 전선에서 스러진 이들이 적지 않다. 그의 일상 역시 크게 바뀌었다. 이제는 물과 전기, 잠을 잘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과 친구가 곁에 살아 있다는 사실의 소중함을 절실히 확인하는 삶이 됐다.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릴라 트로히메츠. 본인 제공
2023년 6월 27일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동부 크라마토르스크의 식당 ‘리아 피자리아’를 공격했다. 식사 중이던 민간인들 가운데에는 그와 남동생 로만도 있었다. 남매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눈앞에서 친구와 종업원들이 희생됐다.
트로히메츠는 “이번 겨울은 매우 혹독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기반시설 집중 공격으로 전기와 난방, 수도 공급이 무시로 끊긴다. 그는 “미사일이나 무인기(드론) 공격뿐 아니라 끊임없는 위협과 수면 부족 속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문의 한 형태”라고도 했다.
보클란은 키이우에서 전기가 하루 평균 10~12시간만 공급되기 때문에 시민들은 충전 스테이션을 이용하거나 인버터 배터리를 구매하는 등 각자 방식으로 정전에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키이우는 발전기의 도시”라고 표현했다. 생존을 위해 대부분 기업과 상점이 들여놓은 발전기들이 도시 곳곳에서 윙윙거리는 소음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리는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많은 이들을 짜증 나게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안정을 주기도 한다.
1분의 침묵, 끝없는 경보…소리의 전쟁
최전선 도시에 거주 중인 셰우첸코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날아다니는 러시아 드론과 10분 간격으로 울리는 공습 사이렌 속에서 살아간다고 말했다. 셰우첸코는 “미사일이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분이다. 그 시간 동안은 아무도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드론과 미사일, 공습 사이렌, 발전기 소음까지…. 전쟁이 만들어낸 소리의 고통은 공통으로 언급하는 부분이었다.
2024년 초부터 하르키우와 키이우 등지에서 생활해온 비유럽 국가 출신 A씨(30대)는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고들 말하지만 누구도 전쟁에 진정으로 익숙해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밤마다 울리는 폭발음은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머리 위를 스치는 드론 소리는 몸이 먼저 반응하게 만든다고 했다.
A씨는 보도에 잘 드러나지 않는 일상의 고통을 강조했다. 그는 “정전 뉴스를 읽는 것과 며칠 동안 전기가 없는 상태로 사는 것은 다르다”며 “겨울 기온을 숫자로 듣는 것과 영하 20도에 가족을 따뜻하게 하려고 애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노인이 20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례를 들었다. 정전이 발생하면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대피소로 이동하는 것조차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어려움은 좀처럼 뉴스 헤드라인에 오르지 않는다.
전쟁에는 절대선이 없다. 4년째 이어진 계엄령 치하의 우크라이나에서도 권력자들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지난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행정부가 부패 감시기구의 권한을 약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가, 러시아의 공습 공포 속에서도 골판지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제동이 걸린 일은 이를 잘 보여준다.
셰우첸코는 “일반 시민들은 높은 세금과 물가를 감당하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와 그 자녀들은 군 복무를 하지 않는다고 믿는다”며 “반면 평범한 시민들은 거리에서 징집돼 전쟁터로 보내진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또한 “군 자금은 실제로 군에 제대로 전달돼야 하고, 병사들은 적절한 급여와 충분한 교대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동원 과정이 고문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제 지원 단체들이 징병 과정의 헌법적 권리 침해 여부를 감시하고, 지원 자금이 투명하게 사용되도록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최저임금은 약 200달러(약 28만원), 평균 임금은 300~400달러 수준이며, 병사들의 월급도 400달러를 조금 넘는 정도라고 했다. 반면 실제 생계비는 600~700달러에 이른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시민들이 짊어진 고통과 비용, 피로와 불안이 겹겹이 쌓이며 삶의 무게는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숫자 뒤에 있는 얼굴들…연대는 힘이 된다
A씨는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명절이면 거리를 장식하고 거리를 깨끗이 정돈하며 어떻게든 일상을 지켜내려는 우크라이나인들의 모습에서 회복력을 본다고 말했다. 그런 태도가 인간의 존엄성과 결의를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상황을 숫자로만 축소하지 말아 달라”면서 “드론의 수, 미사일의 수, 사상자의 수…. 그 숫자 하나하나 뒤에는 모두 사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거주하며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의 우크라이나인들(Ukrainians in Korea)’을 운영·관리하는 크리스티나 마이단추크(아래줄 오른쪽 네번째)가 연대 행사를 열고 있다. 본인 제공.
한국에 거주하며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의 우크라이나인들’(Ukrainians in Korea)을 운영·관리하는 크리스티나 마이단추크(39)는 “우크라이나는 지쳐 있지만 결코 패배하지 않은 나라”라고 말했다. 여러 차례 한국에서 평화 집회를 열어온 그는 현장에서 경험한 연대의 순간들을 전했다.
한 번은 젊은 한국 남성이 찾아와 우크라이나 수호자들에게 전해 달라며 자신의 군복을 건넸다. 또 한 번은 한 불교 승려가 집회 현장을 찾아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기원하겠다고 밝혔다. 전쟁을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이며 마음을 보탠 연대의 표현이었다.
그는 “다른 문화와 역사, 다른 대륙에 사는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지지할 때 고립감은 옅어지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며 “연대와 지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로히메츠는 연대의 의미에 대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것은 아마 많은 한국인이 한 번도 가보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한 나라를 돕는 일이 아니다”라며 “그것은 어디에서나 소중한 가치인 존엄과 용기,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언젠가 우리가 ‘평화를 꿈꾸는 세상’이 아니라 ‘평화 속에 살아가는 세상’에서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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