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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주말에 즐겨볼 만한(樂)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신작에 대한 기자들의 방담.
다큐멘터리 영화 '고스트 엘리펀츠'. 디즈니플러스 제공
지난 8일 디즈니플러스가 공개한 영화 ‘고스트 엘리펀츠’는 제목 그대로 코끼리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유령’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이 코끼리가 아프리카 앙골라의 해발 1,200m 고원 지대에서 살고 있어 사람의 눈에 거의 띄지 않아서다. 지구상의 다른 코끼리와 전혀 다른 습성을 바다이야기무료머니 지닌 유령 코끼리는 과거 대초원에서 살았으나 상아를 노린 인간의 무분별한 사냥과 전쟁을 피해 이제는 고원 지대에서만 서식하고 주로 밤에 이동하며 큰 몸집에도 소리 없이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는 ‘유령 코끼리’의 존재를 10년간 추적해온 남아공 출신 생물학자 스티브 보이스 박사의 여정을 따라간다. 코끼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이지만 실 게임몰릴게임 제로 동물에 대한 설명이나 동물이 직접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 자연의 비밀을 향한 인간의 집요한 욕망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연출은 빔 벤더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등과 함께 뉴 저먼 시네마를 이끈 독일 감독 베르너 헤어초크가 맡았다. 올해로 84세인 헤어초크 감독은 ‘아귀레, 신의 분노’(1972), ‘위대한 피츠카랄도’(1982)에서도 광기 바다이야기룰 어린 인물을 그린 바 있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돼 호평받은 이 작품에 대해 본보 문화부 기자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다큐멘터리 '고스트 엘리펀츠'에서 스티브 보이스 박사가 앙골라에서 사냥꾼에게 잡혀 미국으로 옮겨진 코끼리 '헨리'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디 골드몽사이트 즈니플러스 제공
고경석 기자(고): 자연 다큐멘터리 같지 않았다. 코끼리가 많이 등장하지 않기도 하지만 감독이 보이스 박사가 추적하는 코끼리 자체에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동물이 아니라 꿈과 신기루를 무모하리만치 좇는 인간의 집념, (물리적 측면이든 지적 측면이든) 자연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욕망에 한국릴게임 초점을 맞추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박사는 1,600㎞가 넘는 비포장도로를 며칠 동안 달리고, 다시 오토바이를 들고 강을 건넌다. 감독의 언급처럼 ‘모비딕’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훈성 기자(이): 보통의 자연 다큐멘터리는 인간이 철저히 관찰자에 머물고, 때때로 생태계에 대한 내재적 이해가 부족해 손쉬운 의인화에 기댄 해설을 내놓기도 한다. 반면 이 작품은 인간도 생물다양성의 일원이자 자연의 일부라는 관점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최다원 기자(최): 다양성, 인간과 자연의 관계, 거대 코끼리를 추적하는 여정을 1시간 30분 동안 압축적으로 보여준 점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보이스 박사가 발견한 코끼리가 유령 코끼리가 맞는지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등 느슨함이 있어서 긴장도가 떨어졌다. 코끼리가 물속에서 유영하는 장면, 코끼리의 두개골이 들판에 널려있는 장면 등을 길게 담아낸 장면은 강렬한 이미지로 뇌리에 깊이 박혔다. 그간 봤던 자연 다큐는 동물과 거리를 두고 철저한 관찰자 입장을 견지하는 게 많았는데 이 작품은 자연 한가운데 직접 뛰어들어 이들을 추적하는 시선을 보여준 게 독특했다.
이: 보이스 박사의 유령 코끼리 추적에 핵심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게 코이산족(산족, 일명 부시맨) 베테랑 사냥꾼들이다. 문명의 관점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코이산족과 또 다른 조력자인 앙골라 루차지족은 다른 인종보다 월등한 면이 있는데, 그들이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일종의 '영매' 역할을 수행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밤새도록 춤을 추다가 코끼리 정령을 몸 안에 들인 뒤 유령 코끼리 추적단에 합류하는 코버스, 영토로 찾아온 박사 일행에게 코끼리는 자기 부족의 일부라며 조상들에게 일행이 유령 코끼리를 만나게 해달라고 허락을 구했다고 말하는 은캉갈라 왕이 그렇다. 박사는 이들보다는 한 단계 낮은, 그러나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사명으로 여기는 또 다른 영매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다큐멘터리 '고스트 엘리펀츠'. 디즈니플러스 제공
최: 감독은 종의 다양성 보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지만 박사가 이것을 중요시하는 인물인지는 잘 모르겠더라. 그가 유령 코끼리에 빠지게 된 이유가 자세히 다뤄지지는 않아 속단하기 어렵지만 결국 미지의 생물을 찾아내 입신양명하려는 것 아닌가 싶어 근본적으로는 사냥꾼 요제프 페니코비(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기록상 가장 큰 아프리카코끼리 ‘헨리’를 포획한 사냥꾼)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박사가 "유령 코끼리에서 배울 건 없고, 꿈으로 남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조금 무책임해 보이기도 했다.
이: 박사는 ‘꿈’이라는 단어를 이중적 의미로 사용한다. 하나는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힘으로써 꿈이다. 헨리 후손 찾기(보이스 박사는 유령 코끼리가 헨리와 같은 종이라 여김)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찾기 아니냐는 질문에 “한 번도 꿔본 적 없는 꿈속에서 살았다. 그런 꿈들은 종종 현실이 된다”고 말한다. 유령 코끼리를 못 찾아도 상관없다는 박사의 말은 이런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들린다. 그런데 곧바로 “하지만 그러면 그냥 끝나겠지”라며 실패하기를 주저한다. 왜냐면 “그게 모든 야생동물의 미래일지 모른다. 꿈속의 존재이자 추억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여기서 박사가 말하는 꿈의 또 다른 의미가 드러난다. 더는 현실에서 마주할 수 없음. 멸종. 요컨대 헨리의 핏줄이 ‘꿈’이 되지 않는 ‘꿈’을 계속 꾸겠다고 박사는 다짐하고 있는 셈이다.
다큐멘터리 '고스트 엘리펀츠'에서 스티브 보이스 박사를 도와 유령 코끼리 추적을 돕는 원주민 추적꾼. 디즈니플러스 제공
최: 산족 추적꾼들이 동물의 몸짓을 그대로 따라 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동물과 가까이 교감하고 그들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소통의 한계 때문이겠지만 중반부까지는 산족이나 루차지족을 대상화하는 느낌이 좀 강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탐험을 떠난 이후엔 아무도 보지 못한 코끼리 털을 나무에서 발견한 장면이나, 유령 코끼리의 핵심 증거가 되는 영상을 촬영하는 등 이들의 주체적인 역할과 전문가적 면모가 부각돼 좋았다.
이: 박사의 유령 코끼리 추적을 돕는 산족이 이 영화에서 또 다른 주인공 아닌가 싶다. 이들은 고고학적으로 인류 기원의 한 축을 이루는 '최초의 인간'으로서,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일을 임무인 양 자행하는 인간들과 멀찍이 거리를 두고 생태계의 평등한 일원으로 살아왔다. 대기의 냄새를 맡고 땅의 진동을 감지하고 새끼 울음소리로 사냥감을 유인하는 산족의 수렵 방식이 이를 대변한다. 영화의 주제의식은 마지막 내레이션, “코끼리가 사라지면 우리도 사라질 거라 굳게 믿는다”에 축약돼 있을 텐데 감독은 보이스 박사와 함께 산족 추적꾼들을 그 믿음의 주어로 삼는다. 그들의 오래된 믿음에 다들 공감해 주길 호소하는 것과 다름없이 들렸다.
고: 감독은 박사가 “성공과 함께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인 자연 다큐멘터리라면 희귀 코끼리를 발견한 것을 축하하겠지만 감독은 박사가 코끼리를 찾지 못하고 신기루를 좇으며 사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거라 말한다. 인간은 종종 꿈 자체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기도 하니까. 감독은 꿈을 향해 미치광이처럼 달려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성공 후의 삶은 어때야 할지 질문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자연의 비밀을 우리가 꼭 알아야 할까, 어떤 건 모르고 있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최: 박사에겐 꿈이 삶의 동력이자 자신의 연구에 가능성을 불어넣는 존재였을 것이다. “재능이 있는 상태에만 머물면 안 된다”는 문장을 본 적이 있는데, 결과 없이 ‘자신이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에만 도취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박사가 “어쩌면 꿈인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데에서 어쩌면 가능성에 중독돼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는 달성하는 순간 과거의 영광이 되어버리니까. 한 가지 아쉬운 건 박사가 보여주는 그러한 광기가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영화가 제3자적 위치를 취한 점이다.
다큐멘터리 '고스트 엘리펀츠'. 디즈니플러스 제공
이: 코끼리가 가죽을 벗겨낸 뒤 나타난 여자와 사냥꾼이 가정을 이루고 왕국을 건설했다는 앙골라 은캉갈라 왕국 신화가 단군신화와 얼마간 닮아서 흥미로웠다. 감독의 비관론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영화는 코이산족이나 은캉갈라 왕국처럼 파괴의 인류와 대척점을 이루며 살아가는 부족의 생활과 풍습, 문화를 공들여 묘사하면서 균형을 맞추려 한다. 부족하나마 인간이 점차 생태계 일원이라는 자각을 갖고 자연을 대한다는 점에서 인류의 진화 가능성에 희망을 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 도시의 현대인들과는 다른 가치관과 삶의 양식을 가진 부족들의 모습을 알게 된 것은 매우 흥미롭고 교훈적이었지만 ‘부족에게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는 다소 뻔해서 아쉬웠다. 조금 더 실천적인 방식에 대한 고민이 제시되거나, 부족민들의 입을 통해 메시지가 전달되면 좋았을 텐데 자연을 존중하고 어우러져 살아가자는 당위적 차원에서 매듭지은 듯해 아쉬웠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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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고스트 엘리펀츠'. 디즈니플러스 제공
지난 8일 디즈니플러스가 공개한 영화 ‘고스트 엘리펀츠’는 제목 그대로 코끼리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유령’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이 코끼리가 아프리카 앙골라의 해발 1,200m 고원 지대에서 살고 있어 사람의 눈에 거의 띄지 않아서다. 지구상의 다른 코끼리와 전혀 다른 습성을 바다이야기무료머니 지닌 유령 코끼리는 과거 대초원에서 살았으나 상아를 노린 인간의 무분별한 사냥과 전쟁을 피해 이제는 고원 지대에서만 서식하고 주로 밤에 이동하며 큰 몸집에도 소리 없이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는 ‘유령 코끼리’의 존재를 10년간 추적해온 남아공 출신 생물학자 스티브 보이스 박사의 여정을 따라간다. 코끼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이지만 실 게임몰릴게임 제로 동물에 대한 설명이나 동물이 직접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 자연의 비밀을 향한 인간의 집요한 욕망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연출은 빔 벤더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등과 함께 뉴 저먼 시네마를 이끈 독일 감독 베르너 헤어초크가 맡았다. 올해로 84세인 헤어초크 감독은 ‘아귀레, 신의 분노’(1972), ‘위대한 피츠카랄도’(1982)에서도 광기 바다이야기룰 어린 인물을 그린 바 있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돼 호평받은 이 작품에 대해 본보 문화부 기자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다큐멘터리 '고스트 엘리펀츠'에서 스티브 보이스 박사가 앙골라에서 사냥꾼에게 잡혀 미국으로 옮겨진 코끼리 '헨리'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디 골드몽사이트 즈니플러스 제공
고경석 기자(고): 자연 다큐멘터리 같지 않았다. 코끼리가 많이 등장하지 않기도 하지만 감독이 보이스 박사가 추적하는 코끼리 자체에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동물이 아니라 꿈과 신기루를 무모하리만치 좇는 인간의 집념, (물리적 측면이든 지적 측면이든) 자연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욕망에 한국릴게임 초점을 맞추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박사는 1,600㎞가 넘는 비포장도로를 며칠 동안 달리고, 다시 오토바이를 들고 강을 건넌다. 감독의 언급처럼 ‘모비딕’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훈성 기자(이): 보통의 자연 다큐멘터리는 인간이 철저히 관찰자에 머물고, 때때로 생태계에 대한 내재적 이해가 부족해 손쉬운 의인화에 기댄 해설을 내놓기도 한다. 반면 이 작품은 인간도 생물다양성의 일원이자 자연의 일부라는 관점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최다원 기자(최): 다양성, 인간과 자연의 관계, 거대 코끼리를 추적하는 여정을 1시간 30분 동안 압축적으로 보여준 점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보이스 박사가 발견한 코끼리가 유령 코끼리가 맞는지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등 느슨함이 있어서 긴장도가 떨어졌다. 코끼리가 물속에서 유영하는 장면, 코끼리의 두개골이 들판에 널려있는 장면 등을 길게 담아낸 장면은 강렬한 이미지로 뇌리에 깊이 박혔다. 그간 봤던 자연 다큐는 동물과 거리를 두고 철저한 관찰자 입장을 견지하는 게 많았는데 이 작품은 자연 한가운데 직접 뛰어들어 이들을 추적하는 시선을 보여준 게 독특했다.
이: 보이스 박사의 유령 코끼리 추적에 핵심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게 코이산족(산족, 일명 부시맨) 베테랑 사냥꾼들이다. 문명의 관점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코이산족과 또 다른 조력자인 앙골라 루차지족은 다른 인종보다 월등한 면이 있는데, 그들이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일종의 '영매' 역할을 수행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밤새도록 춤을 추다가 코끼리 정령을 몸 안에 들인 뒤 유령 코끼리 추적단에 합류하는 코버스, 영토로 찾아온 박사 일행에게 코끼리는 자기 부족의 일부라며 조상들에게 일행이 유령 코끼리를 만나게 해달라고 허락을 구했다고 말하는 은캉갈라 왕이 그렇다. 박사는 이들보다는 한 단계 낮은, 그러나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사명으로 여기는 또 다른 영매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다큐멘터리 '고스트 엘리펀츠'. 디즈니플러스 제공
최: 감독은 종의 다양성 보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지만 박사가 이것을 중요시하는 인물인지는 잘 모르겠더라. 그가 유령 코끼리에 빠지게 된 이유가 자세히 다뤄지지는 않아 속단하기 어렵지만 결국 미지의 생물을 찾아내 입신양명하려는 것 아닌가 싶어 근본적으로는 사냥꾼 요제프 페니코비(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기록상 가장 큰 아프리카코끼리 ‘헨리’를 포획한 사냥꾼)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박사가 "유령 코끼리에서 배울 건 없고, 꿈으로 남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조금 무책임해 보이기도 했다.
이: 박사는 ‘꿈’이라는 단어를 이중적 의미로 사용한다. 하나는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힘으로써 꿈이다. 헨리 후손 찾기(보이스 박사는 유령 코끼리가 헨리와 같은 종이라 여김)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찾기 아니냐는 질문에 “한 번도 꿔본 적 없는 꿈속에서 살았다. 그런 꿈들은 종종 현실이 된다”고 말한다. 유령 코끼리를 못 찾아도 상관없다는 박사의 말은 이런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들린다. 그런데 곧바로 “하지만 그러면 그냥 끝나겠지”라며 실패하기를 주저한다. 왜냐면 “그게 모든 야생동물의 미래일지 모른다. 꿈속의 존재이자 추억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여기서 박사가 말하는 꿈의 또 다른 의미가 드러난다. 더는 현실에서 마주할 수 없음. 멸종. 요컨대 헨리의 핏줄이 ‘꿈’이 되지 않는 ‘꿈’을 계속 꾸겠다고 박사는 다짐하고 있는 셈이다.
다큐멘터리 '고스트 엘리펀츠'에서 스티브 보이스 박사를 도와 유령 코끼리 추적을 돕는 원주민 추적꾼. 디즈니플러스 제공
최: 산족 추적꾼들이 동물의 몸짓을 그대로 따라 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동물과 가까이 교감하고 그들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소통의 한계 때문이겠지만 중반부까지는 산족이나 루차지족을 대상화하는 느낌이 좀 강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탐험을 떠난 이후엔 아무도 보지 못한 코끼리 털을 나무에서 발견한 장면이나, 유령 코끼리의 핵심 증거가 되는 영상을 촬영하는 등 이들의 주체적인 역할과 전문가적 면모가 부각돼 좋았다.
이: 박사의 유령 코끼리 추적을 돕는 산족이 이 영화에서 또 다른 주인공 아닌가 싶다. 이들은 고고학적으로 인류 기원의 한 축을 이루는 '최초의 인간'으로서,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일을 임무인 양 자행하는 인간들과 멀찍이 거리를 두고 생태계의 평등한 일원으로 살아왔다. 대기의 냄새를 맡고 땅의 진동을 감지하고 새끼 울음소리로 사냥감을 유인하는 산족의 수렵 방식이 이를 대변한다. 영화의 주제의식은 마지막 내레이션, “코끼리가 사라지면 우리도 사라질 거라 굳게 믿는다”에 축약돼 있을 텐데 감독은 보이스 박사와 함께 산족 추적꾼들을 그 믿음의 주어로 삼는다. 그들의 오래된 믿음에 다들 공감해 주길 호소하는 것과 다름없이 들렸다.
고: 감독은 박사가 “성공과 함께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인 자연 다큐멘터리라면 희귀 코끼리를 발견한 것을 축하하겠지만 감독은 박사가 코끼리를 찾지 못하고 신기루를 좇으며 사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거라 말한다. 인간은 종종 꿈 자체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기도 하니까. 감독은 꿈을 향해 미치광이처럼 달려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성공 후의 삶은 어때야 할지 질문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자연의 비밀을 우리가 꼭 알아야 할까, 어떤 건 모르고 있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최: 박사에겐 꿈이 삶의 동력이자 자신의 연구에 가능성을 불어넣는 존재였을 것이다. “재능이 있는 상태에만 머물면 안 된다”는 문장을 본 적이 있는데, 결과 없이 ‘자신이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에만 도취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박사가 “어쩌면 꿈인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데에서 어쩌면 가능성에 중독돼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는 달성하는 순간 과거의 영광이 되어버리니까. 한 가지 아쉬운 건 박사가 보여주는 그러한 광기가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영화가 제3자적 위치를 취한 점이다.
다큐멘터리 '고스트 엘리펀츠'. 디즈니플러스 제공
이: 코끼리가 가죽을 벗겨낸 뒤 나타난 여자와 사냥꾼이 가정을 이루고 왕국을 건설했다는 앙골라 은캉갈라 왕국 신화가 단군신화와 얼마간 닮아서 흥미로웠다. 감독의 비관론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영화는 코이산족이나 은캉갈라 왕국처럼 파괴의 인류와 대척점을 이루며 살아가는 부족의 생활과 풍습, 문화를 공들여 묘사하면서 균형을 맞추려 한다. 부족하나마 인간이 점차 생태계 일원이라는 자각을 갖고 자연을 대한다는 점에서 인류의 진화 가능성에 희망을 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 도시의 현대인들과는 다른 가치관과 삶의 양식을 가진 부족들의 모습을 알게 된 것은 매우 흥미롭고 교훈적이었지만 ‘부족에게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는 다소 뻔해서 아쉬웠다. 조금 더 실천적인 방식에 대한 고민이 제시되거나, 부족민들의 입을 통해 메시지가 전달되면 좋았을 텐데 자연을 존중하고 어우러져 살아가자는 당위적 차원에서 매듭지은 듯해 아쉬웠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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