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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혁진나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6-08-11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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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엔 가자지구 지도와 팔레스타인 국기, 이주민 한국어 교실 안내가 붙었다. 화장실엔 ‘모두의 화장실’이라는 표지판이, 현관문엔 ‘동물해방 없이 기후정의 없다’는 포스터가 달렸다. 칠판에 부착된 건 산촌영화제 포스터다. ‘자치와 자급’(이하 자자) 공간의 풍경이다. 지난달 29일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자자에서 채효정을 만났다. 그가 내민 명함의 직함은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이다. ‘후마니타스칼리지 해고 강사’이자 ‘강원녹색당 운영위원장’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 활동가’다. ‘학벌없는사회’ 설립(2000년) 멤버인 그는 전국 단위의 단체 해산 뒤에는 광주 학벌없는사회 회원으로 남았다. 그가 요즘 붙잡은 화두는 ‘저항과 돌봄’이다. 이곳 자자도 ‘저항과 돌봄의 공동체’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강원 인제군 ‘자치와 자급’의 공간 ‘저항과 돌봄의 공동체’ 자리매김 채효정은 “지배당하는 이들과 함께 싸우는 사람으로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저항과 돌봄’의 실천을 내세운다. 채효정이 지난달 29일 강원도 인제 ‘자치와 자급’에서 풍천리 양수발전소 문제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제 | 김종목 기자 자자는 2016년 책 읽기 모임으로 시작했다. 첫 책은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와 베로니카 벤홀트-톰젠의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 카페와 회원 집을 전전하다 이 공간을 마련한 건 2024년이다. 그는 “자본주의적인 소유관계나 운영 방식에 정면 도전하고, 체제 안에 있지만 체제를 반대하는 둥지 같은 공간”이라고 말한다. 그는 “‘저항이 곧 우리의 돌봄이고 돌봄이 곧 우리의 저항’이라는 걸 보여줄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저항과 돌봄의 기치 아래 자자가 최근 주력하는 일 하나는 이주민 네트워크와 이주여성 쉼터다. 남편에게 폭력을 당한 이주여성이 자자에 잠시 보호를 요청한 적이 있다. 대피 공간을 찾던 중 음독 사건이 일어났다. 추가 조사를 하다가, 인제에 보호 체계가 미흡하다는 걸 알게 됐다. 지역 주민 뜻을 모아 이주여성 쉼터 설립에 들어갔다. 지난 지방선거 때 각 정당 후보들에게 쉼터 정책 제안을 했다. 선거 이후에도 당시 공동 제안한 단체, 개인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고 계속해서 쉼터 설립을 추진한다. 한국어 교실 이주노동자들과는 쉼터 설립 간담회도 참석하고,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도 나간다. 일상의 작은 일에도 ‘저항과 돌봄’의 정신이 들었다. 자자 회원들은 모임 때마다 같이 밥을 해 먹는다. ‘평화와 공존의 밥상’이라 이름 붙였다. 채식을 한다. 비건인 회원의 철학을 존중하려 내린 결정이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똑같은 밥을 먹으려 이 공간에선 채식을 하기로 회원들이 약속했다. “우리끼리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는 공동체도 있지만, 사회 불평등에 균열을 내지는 못하죠. 자자를 만들 때도 계속 그 얘기를 했어요. ‘우리가 제일 재미있어야 해. 거기서 그치지 말고 우리의 돌봄이 저항이 되도록 하자’고요. 자기만족적이고 자기위안적인 공동체 운동을 하고 싶진 않았어요.” 수도권 전기 수급 위해 지역 희생 양수발전소 반대 운동 최일선에 이런 지향을 담은 연대 실천 활동 하나가 홍천군 화천면 풍천리 양수발전소 반대 투쟁이다. 양수발전소 건설은 2019년 공청회 같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결정됐다. 산촌에 살며 산농사로 먹고살던 평범한 이들이 8년간 투쟁을 해왔다. “양수발전소는 우리가 아는 수력발전소 용도가 아니에요. 핵발전소를 24시간 가동하려면 이 핵발전소의 유휴 전력을 써야 하는데, 그 전력을 강제로 쓰기 위한 장치가 이 양수발전소예요. 하부댐 물을 전기로 상부댐으로 끌어올리거든요. 어찌 보면 전기를 낭비적으로 쓰는 장치라고 할 수 있죠. 주민들은 거대한 전기 쓰레기장이라고 불러요. 생태 파괴의 규모는 너무 커요.” 한국수력원자력이 발주한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의 예정 부지는 이설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왼쪽 사진은 풍천리양수발전소반대대책위가 지난해 드론으로 촬영한 부지 전경이다. 공사로 산이 패어 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건설, DL건설, 효성)이 발전소 공사를 맡았다. 오른쪽은 조감도(사진=DL건설)다. ‘하부지’라 적힌 곳에 잣나무 숲과 마을이 있다. 발전소 부지가 된 잣나무 백년숲은 ‘100대 명품 숲’에도 선정된 곳이다. 산양, 수달, 하늘다람쥐 같은 멸종위기 및 희귀종도 산다. 이곳도 댐이 들어서면 모두 수몰된다. 이미 사전 이설도로 공사로 산 중턱이 파여 나갔다. 채효정은 “전국적인 차원에서 봐야 할 중요한 기후정의 운동의 현장 투쟁 최일선이다. 주민들이 쓸 전기를 생산하는 것도 아니다. 수도권 전기 수급을 위해 지역을 희생시키는 전형적인 지역 수탈 현장”이라고 말한다. 채효정은 3대 메가프로젝트도 지역 수탈 사례로 본다 오션파라다이스 게임 . 날 선 언어로 비판했다. “메가프로젝트의 실체는 한마디로 대국민 사기극이요, 경제적 공포정치죠.” 채효정은 캐나다 사회운동가인 나오미 클라인의 책 <쇼크 독트린>을 예로 들며 말했다. “노동을 통제하면서 전체적으로 미래에 대한 공포 심리를 주입하는 거죠. ‘일자리가 사라질 거다. 인간은 필요 없어질 거다. 일터는 인간 노동자를 필요하지 않아. 대체할 수많은 인공지능과 피지컬 AI 로봇이 있어. 휴머노이드 로봇도 이제 곧 나와’ 이런 얘기를 하면서요. 사람들 정신 줄을 빼고, 비상사태를 만들고는 차분하게 생각하고 민주적으로 논의할 겨를 없이 막 몰아치면서 ‘지금 민주주의고 뭐고 할 때가 아니야. 그런 거 다 하다가는 우리 다 망해’라며 비판 의견과 소수 의견들을 다 묵살하고 가는 거죠.” 기간제 4년 허용·주 52시간 제외 포함 ‘반노동 메가특구법’ 비판이 이미 나온다. 그는 “메가프로젝트는 지금 기술 파시즘의 형태로 구현된다”고 했다. “AI 산업은 성장 위기에 봉착한 자본이 증시 등 금융시장 부양책으로 동원하는 측면이 큰데도, 제조업이든 뭐든 AI가 다 성장시키고, AI가 경제를 살릴 것처럼 몰아가는 일”이 그가 보기엔 사기극이다. “반도체 산업, AI 산업이 금융시장을 부양하는 또 하나의 촉매제이자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는 지렛대 산업으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불평등 고착화 ‘삼전닉스 공화국’ ‘금융과 거대 자본의 지배’ 당연시 채효정은 금융 자본주의를 오래 연구해왔다. 그는 지금 1929년 미국 대공황과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다고 본다. “그때도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정치 엘리트나 금융 엘리트들이 ‘문제없다. 일시적인 하락일 뿐이다. (반등할 때마다) 이제 살아난다’ 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돈을 계속 끌어들여요. 이재명 대통령하고 비슷한 얘기를 해요. ‘사세요. 그것이 당신을 살리는 길입니다. 주식을 많이 사면 살수록, 안 빠져나올수록 주식시장은 더 커지고 더 안정될 겁니다. 당신은 돈을 벌 겁니다’라며 붕괴 직전까지 (투자를) 권유했어요.” 채효정은 2025년 9월 한국농정신문에 반도체 산단 호남 이전론을 비판하는 글을 보냈다. ‘왜 반도체 식민지를 지산지소라 부르는가’는 제목의 글은 1년 뒤 일을 예측한 글 같기도 하다. 경기도 용인 세계 최대 반도체 산업단지 대안으로 나온 호남 이전안에서 “전기를 멀리서 끌어오지 말고 공장을 전기 생산지로 이전하자”는 내용의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를 비판한다. 지산지소는 WTO 체제에 반대하면서 1990년대 일본에서 나온 말이다. 농민들이 아주 오랫동안 쌓아왔던 저항의 구호다. 그때 우리는 신토불이 운동을 했다”고 했다. “농산물 수입 개방 반대 투쟁과 반세계화 운동과 연관된 농민운동의 용어, 저항의 구호를 끌어온 거지요. 반도체 생산기지를 지역으로 이전한다는 건 세계적인 공급망의 하청기지로 지역을 편입시키는 건데, 지산지소의 가치관과 역행하는 데 이 용어를 갖고 온 게 화가 났어요.” 그는 대규모 반도체 산단 신규 건설 자체가 비판적으로 검토되지 못했다고 본다. “용인이냐 호남이냐 하는 입지 논쟁으로 축소됐다. 지역이전론은 지역균형발전론이나 지산지소론으로 포장되면서 반도체 공장의 유해성은 감춰지고, ‘반올림’ 운동 같은 반도체 산업의 위험성을 알려온 운동 역사도 다 소거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금융과 거대 자본의 지배’를 당연하게 여긴다. ‘정경유착’이란 말도 폐어가 된 듯한 분위기다. 릴게임모바일 “옛날에는 (정경유착을) 하더라도 몰래 만났잖아요. 요즘은 ‘기자들 오시오’ 해서 얼싸안고 악수하고 우리는 친구니, 깐부니, 식구니 하는 걸 과시적으로 보여주잖아요.” 그는 홍세화가 2024년 4월 마지막 병상 인터뷰에서 프랑스에서 귀국한 1999년 ‘부자 되세요!’란 전광판을 목격한 일을 다시 떠올리며 한 말도 예로 들었다. 홍세화는 “(‘부자 되세요’라는) 그 흐름에 승복하고 말았구나 (…) 지금은 더 나빠졌죠”라고 했다. 채효정은 “지금 너무나 노골적으로 부끄러운 모습들을 드러내면서도 안 부끄러워하는 그런 시대가 됐다. 추악한 모습을 추악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게 큰 문제”고 했다. 채효정은 2026년 5월부터 금융위원회 규정 변경에 따라 만 12세 이상 미성년자도 부모 동의를 받아 가족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해진 .도 지적한다. “별말 없이, 반발 없이 조용히 지나갔어요. 과소비가 우려된다는 식의 우려만 조금 나왔고요. 12세로 낮춘 건, 더 많은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한, 신용을 일찍부터 창출해 금융시장 자원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인데도요.” 주식으로 돈 벌었다고 하는 이들은 과시한다. “예전에는 주식으로 돈 벌면 함부로 못 떠들고 숨기고 했는데, 요즘은 완전히 자랑거리가 됐어요. 투자의 귀재처럼 대접받고요. 지금 금융 엘리트들이 사회지도층이 된 시대죠. 방송 매체들도 경제학자보다 증권회사나 투자회사에서 투자전문가를 불러다가 경제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묻죠.” 학부모들은 ‘투자해서 돈 버는 법’을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가르치라고 요구한다. “금융 자본주의 역사는 언제 시작되었는지, 금융시장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금융 파생상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위험성은 무엇인지 아무도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보 운동가들도 ‘농’의 문제 몰라 주체로서의 민중 정치가 민주주의 나는 급진 민주주의자다 진영 정치와도 이어지는 문제다. 채효정은 “윤석열이 메가프로젝트를 했다면 소위 ‘민주시민사회’가 난리 났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정부는 ‘삼성 공화국’이란 별명을 얻었는데, 지금은 ‘삼전닉스 공화국’이 된 것 같아요.” 그는 “진보 표방 정당들이 스스로 대기업 정당의 하청 정당이 됐다”고도 했다. “제일 큰 비극은 민주당이 왜곡된 지형 속에서, 진보가 아닌데도 진보의 상징을 차지한다는 거고요. 보수화·기득권화된 민주당 우산에 스스로 포섭되어 들어가려고 하는 진보정당인 척하는 정당과 인물들이 있죠. 이들이 진보정치에 대한 신뢰를 깎아 먹고, 정치에 대한 불신과 환멸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고 봅니다.” 거대 양당을 두고는 “불평등 체제와 성장 체제를 굳건히 유지하려는 체제 유지 세력”이라고 했다. 채효정이 지난달 29일 강원도 인제 ‘자치와 자급’ 뜰에서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손에 든 가지는 인터뷰 뒤 들른 공동체 텃밭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 제가 살고 싶은 세계는, 많은 사람이 농사짓고, 자연을 존중하고 공존하며 살아가는 곳“이라고 했다. 인제 | 김종목 기자 채효정은 2016년 인제로 왔다. ‘탈서울’이 목적이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해고 전부터 이주 계획을 잡아뒀다. “해고 안 해도 떠날 사람인데 왜 해고를 해서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해고 투쟁을 하게 만들었냐 했죠(웃음).” 이주해서 처음에는 블루베리 농사를 지었다. “여기저기 이주할 곳을 알아보고 다닐 때, 블루베리밭을 보러 갔다가 콩깍지가 씌어서 ‘여기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주를 이끈 지인과 정착을 도와준 동네 이장이 농사를 권했다. “그분들이 ‘농사를 지어야 주민들의 삶에 스며든다 릴게임 신천지 불새 . (귀농 없이) 귀촌만 하면 겉돌게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생계를 하려고도 했죠.” “생태농으로 짓겠다고 마음먹고 정말 뼈를 갈아넣”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지만 농사는 잘되지 않았다. “억울함도 직접 당해보고 불합리한 것도 직접 절망하고 부딪히면서 농업과 농촌의 문제를 깨닫게 됐다”고 한다. 농촌은 “버려진 산업, 버려진 땅, 버려진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농촌은 산업 하부 구조예요. 폐기물도 다 농촌으로 오죠, 자본주의 생산 시스템을 떠받치는 하부 구조죠. 이 비용은 누구도 지불하지 않고요. 농민은 잉여 인구로 재규정되고요. ” 기후위기도 절감했다. 그는 “‘꽃시계’가 망가졌다”고 표현한다. 노인들은 어떤 꽃이 피는지를 보고 작물을 심는다. “지금은 꽃도 시간을 잃어버려 꽃으로 때를 알 수가 없어요. 옛날에도 홍수가 나고 가뭄이 들고 해도, 농민들이 거기 대응하는 비결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안 돼요. 할머니들은 살다 살다 이렇게 널뛰는 날씨를 처음 봤다고 해요.” “감자, 옥수수는 눈 감고도 심을” 노인들이 블루베리 농사 교육장에서 초보자로 질문하는 걸 보고는 “현타가 많이 왔다”고도 했다. “블루베리도 이 땅이 낯설고, 할머니 할아버지 농민들도 이 새 작물이 낯설”었다. 산업화된 농업에서는 생명과 교감할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 3년 만에 블루베리는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폐원 지원 작물이 됐다. 다음에 온 유망 권장 작물은 아로니아였다. 그는 신상이 금방 구식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농사도 손에 익을 만하면 새로운 작물이 낡은 작물을 밀어낸다는 걸 알았다. 채효정은 “부채 종속도 심하다. 빚내서 하라는 식으로 농정이 설계되어 있는데, 그것도 이제 막바지에 온 거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뭘 먹고 살지 하는 생각이 들죠. 차 안 타면 불편한데 살 수는 있잖아요.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의 사람은 삼시 세끼 밥을 먹어야 하잖아요. 자동차나 반도체를 뜯어 먹고 살 수도 없고요. 우리의 밥을 만들어내는 농업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위기인데, 지금 사회가 이 위기를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위기감으로 또 다가오고요.” 채효정은 농업, 농촌, 농민의 ‘3농’을 포획한 3대 자본이 화석자본, 생명자본(농식품기업), 금융자본이라 말한다. 대안으로 농생태적 전환 중심의 ‘농(農)을 중심으로 한 체제전환 운동’을 제안한다. “사회운동하는 진보적 세력들도 체제전환 운동을 하는 동지들도 ‘농’의 문제는 너무 모르는 것 같아요. 우리가 미래 사회를 구상할 때, 그 사회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폐기하는 산업 사회는 아닐 거잖아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살고 싶은 세계는, 많은 사람이 농사짓고, 자연을 존중하고 공존하며 살아가는 곳이에요.” 풍천리 주민 간담회 ‘물컵은 장관 자리에만’ 기후부 장관 김성환 “매몰 비용···” 정치학자 채효정은 ‘나는 급진 민주주의자’라고도 소개한다. 그는 “나한테는 홍천 양수발전소와 메가프로젝트 반대 운동, 비정규직 강사 투쟁, 기후정의 운동, 학벌없는사회 활동을 꿰뚫는 이념이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그는 “민중이라 불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삶을 바꿔 나가는 주체로서의 정치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그 민중이 하는 ‘평등의 정치’가 민주주의”라고 믿는다. 그에게 민주정치란 ‘훌륭한 사람’을 뽑는 대의정치가 아니다. “소수의 우월한 이들이 지배하는 정치, 귀족정치·엘리트주의와 정반대되는 사상이 민주주의”다. 그는 “지배하는 이들이 아니라 지배당하는 이들과 함께 싸우는 사람으로 살려고 한다”고도 했다 다모아릴게임 . 지배당하는 이들, 저항하는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그가 곧잘 하는 말은 “채효정 사용권을 드립니다”다. 기후정의 운동의 현장 투쟁 최일선의 싸움은 힘겹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김성환은 지난달 4일 풍천리에서 주민대책위와 만나 “8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안 했어야 할 일”이라며 사업 추진 과정의 위법성과 환경영향평가 과정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기후부는 한국수력원자력에 한달 간 공사 중지도 요청했다. 한달 뒤인 지난 5일 다시 주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성환은 “위법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사업 중단 시 3000억원에 가까운 매몰 비용이 발생한다” 같은 발언을 했다고 대책위가 전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채효정은 이튿날 6일 페이스북에 ‘물컵은 장관 자리에만’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물컵은 장관 자리에만 놓여 있었다. 어제(8.5) 홍천 양수발전소에 대한 기후부의 조사와 검토 설명을 듣기 위해 풍천리 주민과 기후부 장관 간담회 열린 한강홍수통제소 회의실. 들어가니 가운데 한 자리에만 값비싼 물컵이 놓여 있어서 장관이 오기 전에도 그 자리가 장관 자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간담회가 진행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목이 타고 입이 말랐다. 중간에 주민 한 분이 손을 들고 “물 좀 주세요! 너무 목이 마릅니다. 아침 6에 강원도에서 출발해서 아침도 제대로 못먹고 올라왔는데, 어떻게 물 한 잔을 안 줍니까!” 하고 따졌다. 사회를 보던 기후부 과장이란 사람은 그 말을 탁 자르며 “시켰어요!” 하고 쏘아붙였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싶어 기가 막혔고, 이럴 수가 있느냐고, 이게 무슨 태도냐고, 거세게 항의를 했다. 우리는 초대를 받은 줄 알고 왔는데, 그게 아니었다. 한 달 전 장관이 풍천리에 왔을 때, 분명 장관 입으로 오늘은 제가 풍천리에 왔지만 또 오기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으니, 다음에는 제가 여러분을 초대하겠다고, 오늘 들은 이야기를 돌아가서 다 잘 살펴보고 검토해서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그러지 않았던가. 그렇게 말하고 갔기에, 다들 일말의 희망을 품고 버스를 대절해서 서울까지 왔다. 그런데 어떻게 간담회장에 물 한 잔도 준비하지 않고, 물 달라는 요청을 그리도 매몰차게 받아친단 말인가. “미처 준비 못해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곧 물을 가져오겠습니다” 해도 모자랄 판에. 애간장이 다 녹아내리는 참혹한 얼굴을 눈앞에 보면서, 죄송한 척 미안한 척이라도 해야 할 것을. 장관이 물을 마시면 옆에 있는 국장이 물잔 속의 물이 얼마나 남았는지 살펴보면서 손짓으로 하급공무원에게 물을 채우라고 시키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하지만 주민들은 중간에 요청을 하고서야 겨우 물 한 모금 마실 수 있었다. 물 좀 달라 하자 그때서야, 어디 가서 사오는지, 한참만에 생수병이 담긴 봉투를 들고 왔다. 그 물도 모자라서, 나도 끝날 때까지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했다. 그 간담회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강원도 시골 산촌에서 올라온 농사짓는 노인들이 아니라 기업 총수나 대학교수라도 그랬을까. 종교단체나 시민단체 대표자들이라도 그랬을까. 기후부와 풍천리 주민이 아니라 기후부와 한수원 간담회라도 그랬을까! 목이 타고 애가 타는 사람들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이렇게 인정도 없는 사람들이, 나무의 두려움을, 강의 메마름을, 곡식과 동물들의 목마름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물 한 잔 가지고 그렇게까지 분노하느냐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한 가지만 봐도, 기후부 공무원들이 풍천리를 어찌 보는지, 주민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바다이야기 게임방법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주민들이 요구한 사항은 하나도 조사도 검토도 하지 않고, 그동안 한수원이 들이밀었던 -수없이 보고 들어서 주민들도 다 알고 전부 외울 지경인 내용- 자료를 그대로 ‘복붙’한 걸 ‘검토 자료’라고 들고 와서, 앵무새처럼 똑같이 읊조릴 수 있단 말인가. 주민들을 얼마나 우습게 보았으면, 그동안 주민들이 수없이 틀렸다고 아니라고 말했던 것을 그대로 가져와서, 위법성 여부를 검토했다고, 문제없다고 말할 수가 있는가. “우리를 바보로 아는데, 우리가 8년 동안 싸우면서 양수발전소 공부도 당신네들보다 더 많이 했고, 한수원 논리도 다 꿰뚫고 있는데, 어떻게 이따위 문서를 가져올 수 있느냐, 이럴 거면 오늘 우릴 왜 오라고 했냐”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어제의 간담회는 정말 최악이었다. 김성환 장관과 기후에너지환경부 담당 공무원들은 주민들을 철저히 기망하고 무시했다. 끝나고 나와서 서로 위로하면서 。심을 먹는데, “우리는 초대를 받은 줄 알고 왔는데…. 아니었어.” 누군가 허탈하게 말했다. 초대라 생각하고 간 자리에서 홀대와 박대, 무시와 기만을 당했다. 참담한 주민들 옆에서 울 수가 없어서 나는 눈물을 참고 또 참았다. 기자회견을 하면서 주민들은 “오늘은 국가가 우리에게 미안해야 하는 날”이라고 말했는데, 이런 결과물을 갖고 와서도 장관은 책임을 미루며 ‘아쉬움’만 표하고, 공무원들은 미안해하기는 커녕 미안해하는 척도 하지 않고, 간담회 내내 고압적이고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초대라 생각했던 자리는 박대와 모멸을 당하는 자리였다. 옆에 있던 나도 그 무시를 당하면서 억울하고 분해서 죽겠는데, 주민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이분들은 지난 8년 동안 이런 일들을 얼마나 많이 당했을까. “군수도 거짓말하고, 군청 공무원도 한수원 직원들도 우리를 업수이 여기고, 그래도 장관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기후부 높은 공무원이면 공부도 많이 하고, 배워도 더 많이 배운 사람이니, 그래도 .잖게 나올 줄 알았는데…” 자식뻘 손자뻘 되는 이들한테 그 곤경을 당하고, 80넘은 할머니가 기가 막혀 말을 잇지 못했다. 할 말이 많지만, 우선 이날 기후부가 내놓은 설명 자료로,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히 하고 싶다. 자료는 자신들의 해석, 그것도 주민들이 지금까지 항의하고 반대해왔던 한수원의 주장을 해석을 다시 재확인했을 뿐이고, 주민들이 요구했던 재검토와 조사는 하나도 하지 않았고, 모조리 누락되어 있다. 양수댐이 아닌 대체 방안은 아예 검토도 하지 않았고, 매몰 비용 3000억원 주장의 타당성도 전혀 따져보지 않았다. 기후부의 설명을 듣고서 주민들이 가장 많이 외친 말은 “한달 동안 대체 무슨 일을 했냐”는 것이다. 우리는 한수원의 주장에 근거한 문서를 가지고 검토하고, 절차적 위법성을 따지는 법률자문을 받은 것을 적합한 검토 방식이자 결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이것을 <검토하지 않은 검토 보고서>, <조사 없는 조사 보고서>라고 규정한다. 주민들이 검토하라고 한 것을 검토하고, 주민들이 밝히라고 한 것을 조사하라! 기후부가 밝힌 위법성 검토자료의 기만성과 허구성은 앞으로 조목조목 반박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그날의 풍경과 분위기를 먼저 기록하고자 한다. 검토자료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나는 이 장면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더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들은 취재금지를 당해 간담회장 밖으로 나가 있었기 때문에, 이 장면을 생생하게 보지 못했다. 그래서 대신 현장의 상황을 기록하고 전하려고 한다. 김성환 장관과 기후부는 이날 풍천리 주민들을 기망하고 무시한 것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하라. 그리고 주민들이 요구한 것을 제대로 다시 조사하라! 검토해야 함에도 검토하지 않은 것을 검토하고, 조사해야 함에도 조사하지 않은 것을 조사하라! ☞ 기획·연재 | 만나듣다 https://www.khan.co.kr/series/articles/as430 신뢰를 깎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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