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란’. 트리플픽쳐스 제공


박은빈, 김유정 등 꼬마 적부터 연기를 해오면서 아역 출신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은 배우들이 늘었지만 그중에서도 김향기의 행보는 남다르다. 올해 스물다섯살. 측량할 수 있는 인생의 단계에서 가장 눈부신 청춘의 정점에서 그는 ‘한란’이라는 작품을 선택했다. 제주 4·3, 엄마 역할, 저예산 독립영화. 이십대 주연급 배우로서 어느 하나 선뜻 고르기 어려운 조건을 그는 “시나리오가 술술 잘 읽히고 상상되는 지점들이 많아서” 선뜻 선택했다. 26일 개봉하는 ‘한란’에서 어린 딸과 함께 바다이야기예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엄마 아진을 연기한 김향기를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나리오를 받고서 촬영 끝날 때까지 엄마를 연기한다는 의식은 크게 안 했어요. 그 시대에는 제 또래 어머니들이 계셨던 것도 맞고, 어머니가 처음부터 누군가의 어머니는 아니잖아요. 아진이 처한 여건 중 하나가 자식이 있다는 거고. 딸과 함께 메이저릴게임사이트 나아가려는 당찬 어머니라고 생각하며 캐릭터를 그려나갔습니다.”



영화 ‘한란’. 트리플픽쳐스 제공


또래에서도 앳된 얼굴 탓에 영화를 보기 전에는 몰입이 될까 싶기도 했으나 김향기는 올해로 20년차, 노련하고 진중한 바다이야기게임 연기력으로 관객을 순식간에 1948년 제주 사람들 사이로 옮겨놓는다. 특히 산으로 간 남편을 찾아나서면서 할머니 품에 떼어놓고 온 여섯살 딸 해생(김민채)이 할머니의 죽음을 목도하고 홀로 떠돌며 말을 잃은 것을 알게 된 뒤 아진의 얼굴에 사무치는 가여움은 다른 인물로 대체할 수 없는 엄마의 것이다. “모성애가 무엇일까 궁금해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다”는 김 릴게임바다이야기 향기는 이번 촬영 현장에서 전과 다른 경험을 했다고 했다. “보통 슬픈 장면들은 시나리오보다 현장에서 더 감정이 커지거든요. ‘한란’은 대본을 볼 때는 눈물이 쏟아지고 슬픔에 지배되는 느낌이었는데 현장에서는 눈물이 흘러도 곧바로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지 그런 감각이 느껴졌어요. 슬픔을 느낄 겨를이 없는 감각을 깨달은 게 특별한 경험이었죠.” 그가 말하는 릴게임하는법 “슬픔을 느낄 겨를이 없는 감각”이란 모성애의 고갱이에 다름 아니다.



배우 김향기가 여섯살에 배우로 데뷔한 영화 ‘마음이’. 쇼박스 제공


명백한 역사적 사건임에도 여전히 시비를 걸어오는 이들이 있는 4·3이라는 소재는 부담이 되지 않았을까? 그는 “현실의 사건을 겪어낸 인물일수록 감독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하명미 감독님은 처음 만났을 때 3시간 동안 촬영 현장과 이미지 구상, 캐스팅 장소까지 자세히 설명해주셨다”며 “감독만 믿고 가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부담을 덜 수 있었다”고 했다. 감독에게만 의지한 건 아니다. “제주 4·3 연구소가 낸 생존 할머니들 증언집을 읽고 촬영 전에 제주에 가서 4·3 관련 다크투어를 하며 여러 공간들을 현장 답사한 게 역사를 이해하는 데도 역할을 만들어가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세살 때 잡지 모델로 처음 카메라 앞에 섰고 2006년, 영화 속 딸 해생이랑 같은 나이에 영화 ‘마음이’로 배우 데뷔를 했다. 평생을 카메라 앞에서 살아온 것과 같은 삶인데 김향기의 연기에는 언제나 현실에 단단하게 발을 붙인 중력의 무게가 있다. 작은 어깨에 고단한 삶을 한가득 진 ‘한란’이나 ‘영주’(2018) 같은 영화뿐 아니라 쌍천만 흥행 기록을 낸 판타지 영화 ‘신과 함께’ 1, 2편에서도 그가 연기한 덕춘은 영화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영화 ‘한란’에서 주인공 아진을 연기한 배우 김향기. 트리플픽쳐스 제공


그가 “전화하면 곧바로 집 앞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는 어릴 적 친구들이 있는 동네”를 떠나지 않고 있는 건 중력에 대한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일하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옛날 내 모습을 잊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배우는 감각의 생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저에게는 그걸 잃지 않게 해주는 게 오래된 친구들이에요.”
20대 초반 배우로서 고비를 겪기도 했다. “아역부터 관객들과 함께 커온 이미지가 있다 보니까 이런 모습으로 즐거움을 드려야 할지 다양한 역할로 나를 더 증명할 수 있는 배우가 되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는 아역 배우 출신에게 높은 허들인 “성인 배우로 넘어갔다”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을 바꿨다고 했다. “내 삶에 있는 과거라는 건 평생 안고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거기서 긍정적인 부분을 뽑아내 연기할 때 잘 사용하는 게 오래 연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부담을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역할이 너무 많아서 우선 건강을 잘 유지하려고 해요.”



영화 ‘한란’에서 주인공 아진을 연기한 배우 김향기. 트리플픽쳐스 제공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