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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출신 고려인 3·4세들이 경기도 김포 대곶이주민센터에서 한글교실 수업을 듣고 있다. 이곳은 최윤석 송마리교회 목사가 2019년 세운 공간이다. 대곶이주민센터 제공
주택과 텃밭이 있던 자리에 10년 전부터 공장이 들어섰다.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온 주민들이 떠난 자리는 다른 언어를 쓰는 외국인 9000여명이 채웠다. 경기도 김포 송마리교회(최윤석 목사) 주변의 풍경이다. 1897년 호러스 G 언더우드 선교사의 헌신으로 세워진 교회는 13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이주민들의 일상과 신앙을 돌보는 현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여기에 수십 년간 다른 문화권에서 헌신한 은퇴 선교사의 경험이 더해지며 이주민 사역에 깊이를 더하고 있다.
최근 교회 집무실에서 만난 최윤석(65) 목사는 2016년 12월 부임 당시를 떠올렸다. “평화로운 전원교회를 꿈꿨지만 지역이 빠르게 산업화되면서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이주민들이 새로운 이웃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마을의 변화를 지켜보며 교회와 이웃 사이의 경계를 넘는 결정을 했다.
“기존 주민 중심의 목회만으로는 변화하는 지역의 현실에 응답하기 어려웠어요. 부임 전 동료 목회자들과 대안학교를 운영하면서 사회복지의 필요성을 느껴 석·박사 과정을 밟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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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와 가정의 역량 강화, 행복감 등을 연구했는데 부임하고 보니 그 공부가 이곳에 필요한 일이더군요.”
교회는 7년 전 교회 밖에 대곶이주민센터를 세우고 돌봄교실과 한국어 교육을 시작했다. 관계가 쌓이자 고국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이들이 2년 전부터 예배 공간을 요청했고 교회는 센터를 무상으로 내줬다.
최 목사는 “출석 인원이 20여명으로 늘며 이들이 스스로 헌금을 모아 월세를 감당하고 한국에서 신학을 공부하는 고국 출신 목회자를 청빙해 공동체를 세워갔다”며 “그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출석 교인 30명 안팎의 교회가 외국인 대상 사역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았다. 최 목사는 “사례비와 개인 재정, 자녀들이 보탠 돈으로 센터를 운영했지만 목회와 복지, 선교를 홀로 감당하며 피로가 쌓였다”며 “현장에서 관계를 맺고 사역을 함께할 동역자가 절실했다”고 말했다.
최 목사와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 동기 김종우(왼쪽) 은퇴 선교사가 오는 21일 문을 여는 두 번째 대곶이주민센터에서 함께 촬영한 모습. 대곶이주민센터 제공
그때 만난 이가 장로회신학대 신대원 동기 김종우 은퇴 선교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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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케냐로 파송된 그는 이듬해 우간다로 옮겨 신학교에서 동아프리카 목회자들을 양성했다. 현지 신학생들이 각자 사역지에서 자립하는 데 중.을 뒀다. 28년 가까운 사역을 마치고 돌아온 김 선교사에게도 고국은 낯선 땅이었다. 김 선교사는 “많이 것이 기계로 대체된 생활 환경부터 관계 맺는 방식까지 낯설었다”며 “나도 이주민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 낯섦은 이주민들의 처지를 헤아리는 통로가 됐다. 언어와 문화에 서툴렀던 자신을 가족처럼 맞아준 아프리카인들의 환대를 한국에서 돌려주고 싶었다. 은퇴 후 부산에서 유학생 영어 예배를 인도하고 서울과 경기도 안산에서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들을 만나온 김 선교사는 최 목사와의 인연으로 올해부터 송마리교회에 합류하게 됐다.
두 사람의 협력의 원칙은 각자의 전문성과 자원을 나누는 것이다. 최 목사는 사회복지와 상담을 담당하고 김 선교사는 타 문화권 사역 경험을 살려 현장 선교와 교육을 이끌 예정이다. 동료 목회자들도 교육과 후원으로 힘을 보탠다. 작은 교회가 공간을 열고 동역자들이 경험과 자원을 나눠 사역의 한계를 극복하려 한다.
김 선교사는 이주민들이 환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경험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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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어와 문화 교육뿐 아니라 음악과 악기, 체육 활동을 통해 관계를 맺을 것”이라며 “우간다 신학교에서 여러 나라 학생들이 어색함을 넘어 서로 형제가 돼 가던 모습을 한국에서도 재현해 보고 싶다”고 했다.
교회는 기존 선교센터를 이주민에게 내어주고 지난 8월 대곶이주민센터에서 ‘송마리선교 사역회’ 발족식을 열며 약 175㎡(53평) 규모의 새 공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곳은 이주민들이 장을 보거나 생활용품을 사러 모이는 면 소재지 중심부에 위치한다.
경기도 김포 대곶면의 외국인 주민은 2024년 기준 8990명으로 전국 읍면동 3551곳 가운데 12위다. 김포 14개 읍면동 중에서도 가장 많다. 외국인 근로자 5564명, 기타 외국인 2352명, 외국 국적 동포 698명 등이 거주한다. 최 목사는 “이제는 비행기를 타고 해외 선교지로 나가는 것만이 선교가 아니다”며 “우리 곁에 이미 다가와 있는 이주민들을 은퇴 선교사의 전문성을 살려 따뜻한 이웃으로 맞이하는 것이야말로 시대가 요구하는 선교”라고 강조했다.
오는 21일 새 선교센터 예배를 준비 중인 김 선교사의 바람 역시 분명하다. 곁에 머무는 새 이웃들이 낯선 땅에서 외롭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다.
“타국에 온 이들이 환영받고 있다는 안도감과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것, 교회가 이들을 품고 환대해야 할 이유 아닐까요. 서로 친구이자 믿음의 형제가 돼 훗날 본국에서도 그리스도를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면 그보다 값진 선교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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