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호 미래신경과의원 원장이 90대 와상환자 집에 종이학을 달았다. 환자가 종이학 잡기 운동을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10일 낮 서울 중랑구의 한 원룸. 뇌졸중 환자 40대 A가 천장에 매달린 종이학을 만지려고 손을 뻗으려 한다. 서울 중랑구 미래신경과의원 오동호 원장이 달았다. 열 마리다. 운동을 돕고 신체 자극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오 원장은 "박수 세 번 쳐보세요"라며 운동을 유도한다. 사지 마비에 가깝지만, 손뼉 정도는 칠 수 있다. 오 원장은 환자의 가래를 빼고 기관지 관을 교체한다 골드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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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 도우려 종이학 달다
이어 인근 빌라의 와상환자 90대 남성 B를 찾았다. 초기 치매, 당뇨 합병증 등으로 시력·청력이 떨어진 상태다. 오 원장이 단 종이학 다섯 마리가 흐릿하게 보이자 "이게 뭐냐"고 묻는다. 아들이 "종이학"이라고 알려주 릴게임신천지 자 "이런 걸 달아주셨네"라며 반긴다. 그는 "전에 왔던 선생님 맞죠? 내가 목소리 감별사야"라고 자랑스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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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못오는 환자 50만명 평균연령 82세,의료 소외 의사 방문 여전히 미미 왕진 도와야 초고령 극복 」
오 원장은 '종이학 의사'이다. 어떻게 자극할 릴짱 까 고민하다 떠올린 게 종이학이다. 50마리를 접어 10명의 환자 집 천장에 달았다. 인근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수백 마리 접어줬다. 90대 할머니 와상환자 C는 종일 잠만 자다가 눈뜨면 종이학을 바라본다. 마치 젊은 날의 건강한 모습을 회상하듯.
"원장님, 어머니가 종이학을 찾아요. 다시 달아주세요." 종이학이 안 보이자 C의 아들이 사이다쿨바다이야기게임 다시 부탁할 정도로 인기다. 종이학은 환자 존중의 상징이다. 오 원장은 지난 2일 대한재택의료학회 심포지엄에서 '초고령화와 지역의료' 발표에서 이런 얘기를 꺼냈다. " "못 움직인다고, 돈을 못 번다고 인간의 가치가 없어지나요. 어르신의 존재 가치가 없어지나요. 눈을 마주치고 (눈으로) 말해도 가치 있어요. 몇 마디 말할 수 있으면 삶의 가치를 느낍니다. 야마토게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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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부' 같은 '집사부' 의사
그의 발표가 끝나자 박건우 대한재택의료학회 이사장(고려대 의대 신경과 교수)은 "낭만 닥터가 따로 없네"라고 말했다. SBS TV 의학 드라마 '낭만 닥터 김사부'는 외상환자를 살리고, '낭만 닥터' 오동호는 의료에 소외된 재택환자를 돌본다. 김사부 아닌 '집사부'랄까.

C는 대퇴부 골절, 치매·뇌졸중·우울증 등의 복합 질환을 앓는다. 병원 가려면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병원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간다. 게다가 요양원은 한사코 거부한다. 오 원장이 안 가면 의사를 만날 길이 없다. 치료는 기본이고, C의 아들이 유동식 먹이는 걸 '감시'한다. 손뼉치기, 다리 올리기를 억지로 시킨다. 이걸로 악화 속도를 늦춘다.
방문진료(왕진)는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만큼 인기가 없다. 의사는 진료실에 오는 환자만 진료한다. 집으로 가는 건 큰 결심이 필요하다. 유은실 서울36의원 재택의료센터 대표원장은 "병원에서는 의사가 주인이지만 방문진료는 환자가 주인이다. 환자·보호자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유 원장은 서울아산병원 병리과장 출신이다.
방문진료 한 번 가면 약 13만원 나온다. 서둘러도 오가는 데 1시간 걸린다. 병원에서 3~5분 단위로 진료하는 게 경제적으로 훨씬 낫다. 의료사고 위험도 작다.



오동호 미래신경과의원 원장이 10일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집에 방문해 종이학 옆에 서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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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엄성 찾아주는 일
지난해 7월 서울 노원구 파티마의원 장현재 원장을 동행 취재한 적이 있다. 컴컴한 방에 TV 빛이 훤하다. 중증 치매 환자 D(93)가 누워있다. 장 원장은 "할머니 불 좀 켜봐. 나 의사야 의사"라며 청진기를 댔다. 몇 달 전엔 방 곳곳에 분변과 개똥,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D는 문을 열지 않았고, 험한 욕을 뱉었다. 약을 먹고 많이 호전됐다. 장 원장은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게 도와주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했다.

노동훈 편한자리의원 원장은 『통합돌봄 현장, 의사가 집으로 옵니다』에서 병들면 익숙한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하길 원한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 등은 병원 가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말한다. 구급차를 불러 태우기 힘들어 "병원이 너무 멀다"고 한다(실제로는 가깝다). 어떤 환자 가족은 "병원 다녀오면 오히려 더 아파한다"고 하소연한다. 경기도 파주시 연세송내과 송대훈 원장은 만성질환에서 영영 관리, 생애 말기 돌봄까지 다 한다. 영양을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지 않으면 욕창이 낫지 않는다고 한다.
방문진료 의사는 모두 낭만 닥터이다. 집으로 가야 환자의 병이, 삶이 보인다. 갖가지 약, 냉장고 음식, 욕실 손잡이, 가족 갈등 등등. 의사는 도시락 배달, 재가요양, 기초수급 연계 등의 복지 전도사가 된다. 이상범 서울신내의원 원장은 『대한재택의료학회지』창간호에서 재택 임종 돌봄 사례 논문을 실었다. 65세 말기 암 환자를 매일 방문해 수액 주사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했다. 교회를 연계해 영적 지지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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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낮고 획일적 규제
2019년 12월 방문진료 제도가 생겼지만 300여곳의 동네의원(전체 의원의 1% 미만)만 참여한다. 열성적인 데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재택 환자의 평균연령은 81.5세. 이충형 서울봄연합의원 대표원장은 "방문진료 후 응급실 방문이 34%, 입원일수가 45%, 건보 진료비가 20% 줄었다"며 "50만~150만명의 재택환자가 의사를 기다린다"고 말한다.

일본은 초고령사회 대응 전략으로 방문진료를 택했다. 의사의 20%가 참여한다. 한국은 수가가 낮은 데다 왕진 횟수 등을 획일적으로 제한한다. 간호조무사는 동행 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환자 부담률(30%, 약 4만원)이 높고, 암 환자는 특례를 인정하지 않아 다섯 배 더 내야 한다. 중증·경증 수가가 같다. 임종 돌봄을 인정하지 않는다. 장애물투성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