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기백 기자] 순수예술부터 대중예술까지 한국 공연계를 대표하는 최정상 아티스트들이 각기 다른 색과 결을 담은 무대로 ‘제12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을 눈부시게 수놓았다. 전통과 현대, K팝과 밴드, 크로스오버와 한국 무용이 한 무대에서 어우러지며 폭넓고도 압도적인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아우른 이 무대는 한국 공연예술의 현재와 가능성을 응축해낸 명실상부 ‘올해의 축제’였다.



그룹사운드 잔나비가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12회 바다이야기무료 이데일리 문화대상’ 시상식에서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전통과 현대의 어울림… 명품 무대 봇물

‘제12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어워즈 앤 갈라의 포문은 ‘국악계 아이돌’로 불리는 소리꾼 김준수가 열었다. 김준수는 액운을 오리지널골드몽 막고 복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은 전통음악 ‘비나리’를 자신만의 보컬과 창법으로 재해석해 깊은 울림의 무대를 완성했다. 강렬함과 서정성이 교차하는 김준수의 소리는 공연장의 공기를 단숨에 바꾸며 ‘전통의 품격으로 시작하는 문화대상’이라는 의미를 한층 더했다. 2년 연속 어워즈 앤 갈라 무대에 오른 김준수는 특유의 단단한 소리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축 사아다쿨 제의 서막을 힘 있게 열었다.



국악인 김준수(사진=김태형 기자)



이어 무대에 오른 K팝 걸그룹 리센느가 분위기를 단번에 현대적 감성으로 전환했다. 영국 음악 매거진 NME가 ‘올해 주목해야 할 야마토게임 아티스트’로 선정할 만큼 글로벌 가요계의 기대를 받는 이들은 대표곡 ‘러브 어택’, 신곡 ‘블룸’을 연달아 선보이며 무대 열기를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세련된 퍼포먼스와 안정적 라이브가 어우러진 강렬한 무대는 어워즈 앤 갈라의 흐름을 새로운 템포로 이끄는 분명한 전환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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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리센느(사진=노진환 기자)



JTBC 오디션 ‘팬텀싱어3’에서 우승팀인 크로스오버 그룹 라포엠은 ‘명품’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했다. 이들은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아침의 나라’와 ‘네버엔딩 스토리’ 두 곡을 통해 폭발적인 성량과 정교한 하모니를 선보였다. 웅장하면서도 따뜻한 사운드가 공연장을 가득 채우자 객석에서는 한동안 박수가 이어졌고, 라포엠 특유의 서정적 감성은 갈라의 몰입도를 더욱 짙게 만들었다.




크로스오버 그룹 라포엠(사진=노진환 기자)



최호종의 몸짓, 잔나비의 울림… 박수세례

프런티어상 수상자인 무용수 겸 안무가 최호종은 이날 공연예술의 경계를 다시 한 번 확장하는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날 무대는 끝없이 반복되는 시뮬레이션 속에서 ‘감정’이라는 치명적 오류를 깨닫는 휴머노이드의 서사를 기반으로 했다. 무대가 시작되자 반복되는 기계적 움직임 속에서 미세하게 흔들리는 몸짓이 ‘예정되지 않은 감정의 발견’을 암시했다. 점차 가속되는 동작과 충돌하는 리듬은 정체성의 혼란, 인간에 대한 갈망, 존재 이유를 묻는 내적 소용돌이를 드러내며 극장 전체를 긴장감으로 채웠다.
결함으로 간주된 주인공이 결국 ‘백업’ 처리돼 모든 기억을 잃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관객석 곳곳에서 숨소리가 멈출 만큼의 몰입이 이어졌다. 정교한 신체 움직임에 현대적인 서사와 영화 같은 장면 전개가 어우러진 그의 무대는 올해 공연예술계가 만들어낸 순간들 가운데서도 가장 강렬하고 오래 기억될 장면으로 자리 잡기에 충분했다.
콘서트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그룹사운드 잔나비는 이날 어워즈 앤 갈라의 하이라이트이자 대미를 장식하는 무대를 펼쳤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공연상’을 받은 뒤 선보이는 공식 무대인 만큼, 단순한 축하무대가 아닌 사실상 단독 콘서트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무용수 겸 안무가 최호종(사진=김태형 기자)



잔나비 최정훈, 김도형 두 멤버는 기타만 고 무대에 올라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 없지만’, ‘가을밤에 든 생각’, ‘사랑의 이름으로!’, ‘전설’,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까지 총 다섯 곡을 연달아 들려주며 대극장을 잔나비 특유의 레트로 감성으로 가득 채웠다. 잔잔한 기타 선율과 호소력 짙은 보컬이 절묘하게 어우러지자 객석에서는 자연스레 따라 부르는 목소리가 퍼졌고, 마지막 곡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버스킹으로 시작해 국내 최대 실내 공연장 중 하나인 케이스포돔 무대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올라선 이들의 여정이 응축된 순간이었다. 잔나비가 걸어온 ‘공연 외길’의 진심과 열정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이날 갈라의 가장 뜨거운 장면이었다.




그룹사운드 잔나비(사진=노진환 기자)



‘제12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을 빛낸 스타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공연예술계 스타들이 ‘어워즈 앤 갈라’ 무대를 빛냈다면, 문화계 스타들은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품격을 높였다. 크로스오버 그룹 라포엠, 가수 겸 배우 민호(샤이니), 국악인 박애리, 배우 채시라, 안재욱, 이동휘가 클래식·연극·국악·무용·뮤지컬·콘서트 부문 시상자로 나섰다. 배우 이채민은 프런티어상, 뮤지컬 배우 김소현·손준호 부부는 공헌상, 배우 박해수는 공로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수상의 기쁨을 더했다.

윤기백 (giback@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