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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지혜를 주신 추미애 경기도지사님께.
23년 언론계 생활을 하며 ‘뉴스란 무엇인가’를 늘 고민해왔습니다. 기자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저에게 뉴스는 ‘놀라움의 정도’입니다. 그 기준에서 최근 지사님을 둘러싼 논쟁은 단연 ‘톱’입니다. 관내 화재 사고로 소방관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다치는 일을 보며 추 지사님의 말이 (본뜻과 달리) ‘놀라움의 정도’를 키웠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당신을 향해 무수한 비판 평론과 댓글 반응이 쏟아지지만, 저는 이 일을 조금 사적인 관。에서 읽으려 합니다. 그리고 도리어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제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거울처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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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며 우리는 무엇이 지혜로운 행동인지 정답을 찾으려 합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정답이 보이지 않을 때의 전략은 오답을 모아 어리석은 선택을 피하는 것입니다. 지금 추 지사님은 제게 그런 오답 노트입니다.
제가 써내려간 반면교사는 세 가지입니다. 비유(metaphor)를 가려서 쓸 것,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이 언제든 일어난다는 것, 그리고 자기객관화에 매진하라는 것입니다.
첫째, 비유는 당사자성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는 .입니다. 기자와 정치인에게 비유는 소통의 핵심 기술입니다. 복잡한 현안을 국민에게 전하는 데 이만한 도구가 없습니다. 회사 생활에서도 같은 설명인데 리듬과 비유를 섞어 쓰는 직원은 유능하다는 소리를 듣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비유는 대상이 분명할수록 위험해집니다. ‘기본소득’ ‘무상복지’ 같은 추상적 개념에 빗대면 탈이 없습니다. 반면 ‘빨대’는 1차 대상인 ‘재정 고갈’ 너머에 ‘제복 공무원’이라는 2차 당사자를 불러냅니다. 심지어 타인을 위해 내 목숨을 던져야 하는 직군입니다. 본뜻이 아니라는 당신의 항변은 이런 설계 단계의 근본적 실수를 가리기에 부족해 보입니다. 비유는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아니라 듣는 사람의 뇌리에서 최종 형성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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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실수는 비유를 많이 쓰는 언론계 종사자인 제게 상당한 경각심으로 다가옵니다.
둘째,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은 꼭 일어난다는 생각의 전환입니다. 지난 13일 경기도 국정감사 자리에서 부적절한 재정 빨대 비유는 어쩌면, 며칠 논란을 키우다 사그라질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사흘 뒤 순직 사고가 겹치면서 분노는 전 국민으로 번졌습니다. 이런 연쇄 작용을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습의 속도가 중요합니다. 오늘 내 입에서 나온 실수가 내일이면 망각될 것이라는 기대는 내일 터질 일 앞에서 위험천만한 판단임을 당신이 몸소 보여줬습니다. 당신을 보며 ‘오늘 실수는 미루지 않고 곧바로 바로잡는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셋째, 메타인지로 불리는 자기객관화입니다. 대중이 왜 화를 내는지 객관화가 안 되면 어떤 비효율이 발생하는지를 17일 당신의 반복된 사과가 실증했습니다. 지사님은 순천향대 부천병원에 마련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에서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이 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 드리고, 또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했습니다. 이 발언을 텍스트와 영상으로 반복해서 본 국민이 많았을 것입니다. 어느 대목이 문제일까요.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표현입니다. 사과의 이유가 나의 잘못이 아니라 외부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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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도와 다르게 전달이 됐다면’이라는 대목도 도드라집니다. 내 책임이 아닌, 사회의 메시지 해석 태도에 있다는 식입니다. 사회부 기자로 오래 일하며 배운 것은 자기객관화가 약한 사과는 상처 입은 사람에게 또 하나의 상처가 된다는 .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지사님의 사과 메시지는 진정 어린 사과에서 ‘꼭 숨겨야’ 할 본심(本心)의 체크리스트를 확인한 귀한 사례였습니다.
지사님의 반면교사를 다른 정치인들이 오답 노트로 활용한다면 대한민국의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나아질 것입니다. 정치인의 말에 국민의 마음이 다치는 일도 더 줄 것입니다. 저 역시 이 오답 노트를 깊이 새기며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경계하려 합니다. 깨달음의 보답으로 지사님께 요즘 소설 ‘테오’의 글귀를 전합니다. 우리는 왜 서로에게 친절해야 하는지 실마리를 주는 책으로, 주인공은 테오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저는 .。 더 확신하게 되는 게 있어요. 이 세상이 알게 되는 모든 상처는 어떤 식으로든, 지금껏 살았던 사람들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출직 자치단체장은 일선에서 헌신과 희생을 당부하고 그 책임을 지는 자리입니다. 돈이 아닌 말 한마디로 이들에게 힘이 되기도, 상처를 내기도 합니다. 그 가볍지 않은 무게를 헤아리는 어른이라면 말에 더 많은 배려와 다정함을 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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