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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학살, 국가폭력 등 비극의 현장을 찾는 '다크투어리즘'이 세계 곳곳에서 역사와 기억을 되새기는 관광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대전이나 홀로코스트의 흔적을 갖춘 유럽 각지에서는 과거의 상처를 숨기기보다 기록과 보존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사회와 관광산업이 함께 어우러지며 오히려 지역의 과거사를 더욱 선명하게 알림과 동시에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모양새다.
국내 역시 일제 강。기나 한국전쟁 등 한국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발생해 왔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비극의 역사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과 상업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중부일보는 7편의 보도를 통해 유럽의 아픔을 간직한 현장을 직접 찾아 각 나라와 해당 지역들이 비극을 어떻게 되새겨 사회적 자산으로 만들어가는지 살펴보고 경기도의 다크투어리즘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본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도시, 바르샤바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 도심을 걷다 보면 언뜻 보기에 현대식 건물이지만, 건물 하단에 낡은 외벽들이 그대로 남은 채 움푹 파인 자국이 수십여개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벌어진 전투의 흔적이다. 1939년 당시 독일 나치의 침공과 .령을 직접 겪은 바르샤바의 모습을 80여 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찾을 수 있는 셈이다.
바르샤바와 이곳의 주민들은 이 흔적을 지우지 않고 있다. 낡고 손상된 벽을 철거하는 대신 보강한 뒤 현대 건물을 위로 쌓아올린 것이다. 세계대전의 전장이었던 과거와 폴란드의 수도이자 경제중심지로서의 현재가 한 공간에서 맞닿는 모습이다.
도심 한 가운데인 바르샤바 중앙역 정면에는 과거 소련 지배의 상징인 '문화과학궁전'이 3만5천㎡, 축구장 5개 정도 부지면적과 최대 237m의 높이로 우뚝 솟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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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소련이 폴란드에 준 이른바 '선물'로 건설된 해당 건물은 바르샤바의 건축양식과는 다른, 스탈린 시대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이 역시 지금 바르샤바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내부에는 극장과 박물관, 영화관, 사무실까지 들어서며 바르샤바의 랜드마크로서 운영되고 있다.
바르샤바는 이처럼 전쟁과 지배의 상징 이외에도, 탄압의 상징까지 남아있다.
과거 2차 세계대전 이전 바르샤바 일대에는 35만 명 이상의 유대인이 살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바르샤바 인구의 30% 가량이 유대인이자, 유럽 최대의 유대인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었던 셈이다.
만약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유대인 탄압의 모습은 바르샤바 일대 건물 수 채를 유대인 강제 수용 구역으로 만들었던 '게토'를 비롯해 도심 곳곳에 남겨진 추모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상 속에 스며든 유대인 탄압의 역사
과거 바르샤바 일대는 수많은 유대인이 모여 살았던 만큼,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령한 뒤에는 벽을 세워 유대인들의 이동을 제한했고, 거리 전체가 사실상 외부와 단절된 강제거주구역으로 변했다.
유대인이 모여 살도록 법으로 강제한 도시의 거리나 구역인 게토(Ghetto)의 면적만 약 4㎢. 이를 둘러싼 벽의 길이만 16㎞에 달하는 거대한 감옥으로, 1941년에는 45만여 명의 유대인을 수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현지에서는 당시 게토를 구분했던 벽과 건축물의 흔적이 아직도 도시에 남아있다. 바르샤바가 품은 전쟁의 상흔이다.
물론 모든 흔적이 체계적으로 보존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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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건물은 전쟁 이후 소유권 문제가 얽히면서 복원되지 못한 채 남아 있거나, 기존 소유주와 후손 등이 권리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오래된 건물의 구조적 안전 문제까지 더해지며 보존과 개발 중 어느 쪽을 택할지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게토 시기 흔적이 남은 벽을 살린 채 리모델링이나 건축이 이뤄진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게토의 흔적은 대규모 유적지 한 곳에 모여 있는 형태가 아니다. 현대식 아파트와 상。, 도로 사이사이에 옛 건물과 벽, 기념물 등이 섞여 있는 모양새다.
아직까지도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 곁에 과거 유대인이 생활했던 흔적이 남아 있고, 전쟁 당시의 외벽을 일부 유지한 채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로 인해 바르샤바의 '다크투어리즘'은 박물관이나 유적지같은 거대한 추모시설 하나를 방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관광객이 도시를 걸으며 현대의 일상적인 공간에 남겨진 과거의 전쟁과 유대인 탄압의 흔적을 하나씩 마주하는 방식에 가깝다.
더불어 유대인 단체들은 바르샤바에 꾸준히 관심을 갖는다. 실제 유대인들이 강제로 거주했던 건물 가운데 일부는 붕괴 위험 때문에 활용 방안을 찾고 있으며, 과거 병원으로 사용됐던 건물을 박물관 등 기억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대인의 수학여행지, 바르샤바
이스라엘은 매년 약 4만여 명의 자국의 고등학생이 폴란드의 홀로코스트 교육여행에 참가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실제 옛 게토 중심부에 건립된 폴란드 유대인 역사 박물관 주변에서는 언제든 유대인 학생 무리를 볼 수 있다. 과거 강제로 삶의 터전을 빼앗겼던 공간이 수십 년 뒤, 그 역사를 배우기 위해 다시 찾아오는 장소로 바뀐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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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박물관은 폴란드의 유대인 역사를 전체적으로 다룰뿐더러 맞은편에 세워진 게토 봉기 당시 영웅을 기념하는 조형물도 세워져 있는 만큼, 타국임에도 유대인들의 훌륭한 기억과 교육의 공간으로써 평가받는다.
건물 자체에도 상징성을 담았다. 박물관 명칭에 들어간 '폴린(POLIN)'은 폴란드라는 말 이외에도 히브리어로 '여기서 쉬어가라'는 의미를 담았다.
내부 중앙홀의 곡선 벽면은 유대인 역사의 단절과 연결을 동시에 상징하며, 전쟁과 학살로 역사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표현한다.
박물관 이외에도 유대인의 방문 흔적은 도심 내 빼곡하다. 남아있는 게토의 벽 정면에는 돌들이 수십~수백여개씩 나란히 늘어서 있는데, 이는 유대교 문화에서 추모를 의미한다. 누군가 한 번 다녀갔다는 흔적이자 '잊지 않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 유대인을 폴란드 바르샤바 격리구역에서 유럽 각지의 수용소로 보내던 기차역에 세워진 추모 공간에서, 바르샤바 다크투어리즘 가이드로 활동 중인 유대인 청년 루카스(26)가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박종현·최진규 기자
분단돼 있던 게토 사이를 잇는 다리 역시 일부 복원돼 그 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벽으로 분리됐던 구역과 사람들이 이동했던 동선을 현재의 도시 위에 다시 표시하면서 방문객들이 과거 게토 공간의 구조를 짐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바르샤바 시내를 돌며 유대인 격리 구역에 대한 관광 해설가로 활동하는 유대인 청년 루카스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로부터 가장 인기있는 수학여행지 중 한 곳이 바로 이곳 바르샤바"라며 "바르샤바는 유대인 입장에서 봤을 때,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후대가 자신들의 역사를 직접 확인하는 교육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됐습니다.
곡선 벽면은 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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