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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혁진나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08-1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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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한 질문과 자조 섞인 대답이 서로 삿대질을 해댔을 것이다. 마음은 급한데, 마땅히 해결책은 없다. 눈 위로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갈팡질팡 허둥대는 발자국이 그 피를 밟는다. 결국 보폭이 짧은 발자국은 계속 서쪽으로 걸어갔고 보폭이 큰 발자국은 방향을 바꿔 북쪽으로 걸어갔다. 수레가 주변을 둘러보고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한 놈은 북쪽으로 간 거지? 살아남으려면 계속 서쪽으로 가야 했다. 북쪽은 강이 두 갈래로 갈라지며 하구의 삼각주가 시작되는 두물머리였다. 그곳은 막힌 길이다. 북쪽 두물머리를 통해 삼각주를 빠져나가려면 폭이 1.2㎞나 되는 넓은 강을 지나야 한다. 2월이다. 강물은 차갑고 얼음은 얇다. 섣불리 강을 건너다 빠진다면, 얼음판 아래로 흐르는 차갑고 유속이 빠른 물속으로 쑥 빨려 들어가 내일 아침 냉동 오징어로 변신한 채 시체로 떠오를 것이다. “북쪽은 도무지 말이 안 되는데?” 수레가 북쪽 언덕을 쳐다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감자는 키가 191㎝에 뼈가 굵은 강골의 사내였다. 후식은 165㎝의 키에 55㎏ 정도의 몸무게였다. 푸주에서 해결사 노릇을 하기엔 가냘픈 체형이었다. 모바일 야마토3게임다운로드후기 하지만 딱딱하고 고집불통인 감자와 달리 후식은 사람들과 부드럽게 대화하는 법을 알았고 눈치도 빨라서 20년 동안 감자 용병 그룹에서 이인자 역할을 했다. 감자는 전쟁을 7년이나 겪은 베테랑이지만 비즈니스에 적합한 성격은 아니었다. 뭐랄까, 뭘 같이 하든 어딘가 불편하고 어색한 느낌을 주는 인간형이랄까. 푸주에서 용병 사업은 힘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었다. 현대의 용병 사업은 사근사근한 서비스업이었다. 하지만 감자와 후식은 궁합이 좋았다. 감자가 거칠게 치고 나가더라도 후식이 다른 모든 것들을 부드럽게 다듬고 마무리했다. 금슬 좋은 부부처럼 그들은 그렇게 20년을 잘 지냈다. 배신과 음모와 야합이 늦가을의 젖은 낙엽처럼 흔해 빠진 푸주에서 20년이면 경이로운 우정이다. 하지만 이제 감자는 다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동 속도도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큰 물고기들이 보낸 경험 많은 추격자부터 이 불경기에 현상금으로 술값이라도 챙겨보려는 푸주의 온갖 얼치기들까지 그들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좋은 시절에 우정은 쉽게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죽음과 고문의 공포가 정말로 등까지 바짝 추적해 왔을 때 20년의 우정이란 게 얼마나 힘이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수레가 경험한 세상에서 우정은 그다지 힘이 없었다. 신념이나 사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쨌거나 감자와 후식은 20년을 함께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 이곳에서 머뭇거렸고 싸웠다. 그리고 갈라섰다. 수레는 서쪽으로 난 길과 북쪽으로 난 길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둘 중의 한 명이 물건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느 길을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발자국으로만 보자면 후식은 계속 서쪽으로 걸어갔고 감자는 방향을 바꿔 북쪽으로 걸어갔다. 서쪽으로 난 후식의 발자국은 아직 힘이 남았는지 재봉틀로 박은 바느질처럼 규칙적이고 단호했다. 북쪽으로 난 감자의 발자국은 어지럽게 비틀거리며 계속 몇 방울씩 피를 흘려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힘이 남아서 더 멀리 도망을 갔건 피를 흘리며 비틀거리고 있건 별 차이는 없을 거라고 수레는 생각했다. 눈은 그쳤고 달은 환하다. 지금까지 운 좋게 자신들의 핏자국과 발자국을 지워주던 눈과 어둠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은 사라져 버렸다. 이제 냄새를 쫓는 개들 없이도 추격자들이 발자국을 따라 충분히 감자와 후식을 쫓아갈 수 있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운 같은 건 아무 상관도 없었을지 모른다. 눈이 계속 내리고 덕분에 핏자국과 발자국이 완벽하게 지워졌더라도, 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배수로에 처박히지 않았더라도, 그래서 용케 서쪽 다리를 건너 고속도로를 타고 하염없이 들판을 질주할 수 있었더라도 결국 잡히는 건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감자는 푸주에서 가장 큰 물고기의 물건을 훔쳤다. 넘지 말아야 할 경계를 넘은 것이다. 푸주는 더럽고 좁은 저수지와 같다. 그 속에서 작은 물고기는 중간 물고기에게 잡아먹히고, 중간 물고기는 큰 물고기에게 잡아먹힌다. 그리고 가장 큰 물고기조차 같은 큰 물고기들의 연합 속에서 서로 속고 속이다가 결국 잡아먹힌다. 황금성 게임 다운로드 그러니 옆구리에 날개가 달려서 아마존 밀림이나 아프리카 콩고 분지 같은 곳으로 날아가 평생 숨어 살 수 없다면 큰 물고기들의 판에서 거래되는 물건에는 손을 대면 안 된다. 푸주에는 사실상 숨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수레는 푸주에서 큰 물고기의 물건을 훔치고도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을 여태껏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아마 감자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감자가 자신의 용병 그룹을 데리고 평생 했던 일이 항구에서 큰 물고기의 물건을 훔친 바보 멍청이들을 찾아내고, 물건을 회수하고, 그 작업과 연관된 모든 배후를 알아내고 시체를 처리하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도 감자 이 바보 새끼는 왜 이딴 멍청한 짓을 저지른 것일까? 약이나 빨다가 골통이 텅 비어버린 푸주의 온갖 멍청이들과 달리 자기는 그 잔인한 놈들의 물건을 훔치고도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던 것일까? 큰 물고기들이 보낸 온갖 추적자들을 따돌리고, 물건을 팔아 큰돈을 만들고, 성형수술로 얼굴을 바꾸고, 세탁업자를 통해 위조 여권과 비밀 은행 계좌도 만들어서, 지구 반대편 베네수엘라나 콜롬비아 같은 곳에서 멋지게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던 것일까?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동물이다. 그리고 인간의 멍청함에는 한계가 없다. 도장집 수리공으로 살아오면서 수레가 가장 곤혹스러움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나 인간의 그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의 밑바닥과 정면으로 마주칠 때였다. 모든 인간의 심연에는 아주 이상한 무언가가 있다. 그 깊은 늪의 바닥에 정말로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기도 모르고 남도 모른다. 그것은 보통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서 평생 잠을 자지만 오늘 밤의 감자처럼 갑자기 깨어나 늪 속의 모든 것을 헤집어 놓을 때가 있다. 아마 그 순간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일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제발 정신을 차려야 한다. 하지만 마음의 이 거친 폭풍이 휘몰아칠 때 실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폭풍 속을 떠다니는 검정 비닐봉지처럼 그저 정신없이 날아다닐 뿐이다. 멀쩡한 인생을 굳이 수렁 속에 처박고 나서야, 남의 총에 맞아 죽거나 아니면 자기 손으로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는 것 외에 달리 아무런 선택도 남지 않았을 때야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거지?”하고 그들은 되레 수레에 물어본다. 그럴 때는 정말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기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마음에 대해 수레가 뭔 말을 해줄 수 있겠는가. 그들은 울고, 현실을 부정하고, 변명하고, 때로 반성한다. 그리고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잘 찾아보면 다른 해결책이 있을 거라고 수레를 설득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해결책 따위는 없다. 그들도 자기 인생이 어쩌다 망가졌는지는 몰라도 이제 와서 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인간들의 마지막을 수레는 수도 없이 지켜봤다. 아마 지금쯤이면 감자도 자신이 왜 이따위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는지 머리를 싸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봐야 아무 소용도 없겠지만 말이다. 수레는 갈림길에 섰다. 그리고 서쪽과 북쪽 언덕을 번갈아 쳐다봤다. 수레라면 서쪽 길로 갔을 것이다. 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서쪽은 살 가능성이 0.1%라도 있으니까. 하지만 감자는 막힌 길로 갔다 바다이야기 다운로드 . 막힌 길은 어쩐지 불길하다. 굳이 막힌 길로 도망치는 놈도 불길하고, 또 굳이 그런 놈을 쫓아가야 하는 이 상황도 불길하다. 수레는 뭔가 아쉽다는 듯 다시 한번 서쪽 길을 쳐다봤다. 물건은 서쪽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레는 북쪽 언덕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언덕 정상에 서자 강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삼각주의 머리가 보였다. 수레가 주머니에서 쌍안경을 꺼내 북쪽 두물머리를 보았다. 강둑에 키 큰 버드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안개가 피어올라서 전체적으로 풍경은 흐릿했다. 한참 만에 수레는 북쪽 갈대밭 근처에서 작은 불빛 하나를 발견했다. 오래전에 버려진 축사였는데 그 속에서 누군가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다. 불을 피우다니, 미친 것인가? 수레가 망원경 배율을 최대로 조절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불빛 뒤에 어슬렁거리는 희미한 그림자가 감자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어쩌면 강오리를 사냥하러 오는 불법 사냥꾼들일 수도 있었다. 아닐 것이다. 감자가 맞을 것이다. 누가 영하 15도의 삼각주 벌판에서 강오리 따위를 잡고 있겠는가. 수레는 주머니에서 지도와 펜을 꺼내 감자의 위치에 동그라미를 쳤다. 그리고 쌍안경과 지도를 외투 주머니에 쑤셔 넣은 후 다시 언덕을 터벅터벅 내려왔다. 언덕 아래에 수레가 몰고 온 지프가 있었다. 수레가 신발에 묻은 눈덩이들을 대충 털어내고 지프에 올라탔다. 조수석 글로브박스에서 핸드폰을 꺼내 지도에 표시된 좌표를 문자로 보냈다. 그리고 도장집에 전화를 걸었다. 세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수레가 손에 쥐고 있는 전화기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1992년형 모토로라 최신 제품이었다. 광고에서는 어디서나 잘 터진다고 했는데 실상은 도시를 떠나면 어디서도 터지지 않는 깡통이었다. 던져버릴까? 하다가 수레는 다시 한번 연결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일곱 번쯤 갔을 때 도장집에서 전화를 받았다. 동키였다. 입속에 뭘 씹고 있는지 동키의 발음이 물컹거렸다. “뭘 처먹고 있는데?” 수레가 물었다. “육포.” “누구는 이 추운 삼각주 들판에서 혼자 뺑이를 치고 있구만. 따뜻한 난로 앞에서 육포에 맥주나 처마시고 있냐?” “행님아, 이 야심한 밤에 혼자 사무실을 지키는 것도 삼각주 들판을 헤매는 그것만큼 황량하고 외로운 일이다.” “퍽이나 황량하고 외롭겠다. 올빼미는 할매는 아직도 연락 없어?” “도시 근처에나 와야 전화하겠지. 히말라야 동굴에 뭐 공중전화기라도 있겠어?” 올빼미는 일 년에 3주씩 기도를 한답시고 히말라야에 있는 토굴에 간다. 왜 굳이 히말라야씩이나 가서 기도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실 그 망할 심술쟁이 할머니가 뭔 생각을 하고 사는지 수레는 관심도 없다. 알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이런 긴박한 순간에 도장집 결정권자가 자리를 비운다는 건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일이 제대로 수습이 안 되고 사태가 。. 커져 엉망이 되어버린다면 수레가 모든 책임을 옴팡 뒤집어쓸지도 모른다. 푸주는 결국 합의를 한다. 다들 먹고 살아야 하고 푸주는 계속 돌아가야 하니까. 그리고 합의가 되려면 이쪽에서 팔다리 하나를, 저쪽에서도 팔다리 하나를 잘라야 한다. 야마토3릴게임 서로 피를 보기 전에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 이성적인 대화로 처리하면 좋을 것이다. 모두가 멀쩡한 팔다리를 가지고 살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우아한 일은 푸주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은 팔다리가 하나씩 잘려나가고 나서야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제야 남은 팔다리나마 지키기 위해 악수한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늘 그런 식이다. 어쨌거나 일이 엉망으로 꼬이고, 서로 팔다리를 하나씩 잘라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 억울한 팔다리 중의 하나가 수레가 될 수도 있었다. “언제쯤 연락 가능한데?” 수레가 물었다. “연락할 방법도 없고요, 기약도 없고요, 네, 뭐 그런 답답한 상황입니다.” “망할 할망구 같으니라고. 죽어서 뭔 영화를 누리겠다고 히말라야까지 처가서 기도하는 건데?” “내 말이 그 말 아니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죽으면 지옥 가서 시원하게 죗값 받는 거지. 여태까지 더럽게 살아놓고 염치도 없이 뭔 기도고? 솔직히 그런 저질스러운 기도까지 들어줘야 하는 하나님은 또 을매나 짜증이 나시겠냐 이 말이야.” 전화기 건너편에서 동키가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릴 씨부렁거리고 있었다. 이 복잡한 시국에 히말라야 동굴에 박혀 있는 올빼미 할매도, 따뜻한 난로 앞에서 맥주나 처마시고 있는 동키도 다 짜증이 났다. “좌표 받았지?” 수레가 물었다. “두 갠데?” “서쪽 좌표는 후식이, 북쪽은 감자.” “영원히 같이 살 것처럼 다정하더니, 감자와 후식이 결국 찢어진 거야? 하긴 우리 모두 결국에는 다 찢어지는 거지.” “서쪽 다리로 상남이 팀 보내. 후식이가 강을 건너려고 할 거야. 감자는 내가 처리할게.” 동키가 지도에서 좌표를 확인했다. “물건은 누가 가지고 있는데?” “아마도 후식이. 백 퍼센트 확실한 건 아니고.” “그런데 지금 후식이를 버리고 감자를 잡으러 가겠다고?” “배후를 알아내야 한다. 이만 한 일을 감자 혼자서 벌였겠나? 감자를 잡아야 그림 앞장도 나오고 뒷장도 나오지. 후식이는 잔심부름이나 하는 놈인데 잡아서 뭐 하냐?” “잡아서 뭐 하냐니, 후식이가 물건을 가졌구만. 그 물건 때문에 지금 차이나타운이 발칵 뒤집혔다. 화교 주양 애들이 도끼 들고 당장에라도 전쟁 일으킬 판이라고. 행님아, 물건이 있어야 합의가 된다. 달랑 빈손 들고 가서 그림이 어쩌느니 배후가 어쩌느니 씨부렁거려 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 그게 차이나타운 주양한테 씨알이라도 먹히겠나? 옛 성현들도 다 그렇게 말 안 하더나. 합의에 핵심은 돈이라고.” “옛 성현들 누가?” “아, 지금 그게 중요하나? 그리고 나는 그림 앞장이니 뒷장이니, 커넥션이니 마 그딴 것들 복잡해서 잘 모르겠다. 그런 건 저기 높으신 분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해라. 우린 그런 안개 같은 거 쫓는 사람들 아니잖아? 이 타이밍에 후식이를 버리고 감자를 잡으러 간다? 그건 양손에 쥔 현찰을 패대기치고 육 개월짜리 어음을 쫓는 거나 마찬가지라니까. 현찰을 쫓아야지! 아니 믿을 놈 하나 없는 이 외로운 세상에서 육 개월 뒤에 뭔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어음을 쫓는데?” " “도장집이 감자를 그렇게 보내면 안 되는 거다. 살리지는 못해도 우리가 마중은 나가줘야지. 싫으나 좋으나 형제처럼 지내던 사람이었는데.” " “형제는 개뿔. 신천지다운로드 그냥 물개여관에서 같이 비즈니스 몇 개 한 거지. 지금 감자 용병 그룹 애들도 자기들한테 불똥 튈까 너도나도 감자한테 손절치는 판국이다. 술만 처마시면 서로 껴안고 우리가 피를 나눈 전우네 목숨을 지켜준 전우네 지랄발광을 하던 걔들 말이다. 행님아, 세상인심이 다 그렇다. 근데 우리가 감자랑 뭔 대단한 사이라고 앞에 나서는데? 이 판국에 우리가 감자랑 친한 척 조금이라도 모션 취하잖아? 자칫하면 옴팡 다 뒤집어쓰는 수가 있다니까.” “동키야, 누구나 궁지에 몰릴 때가 있다. 네가 궁지에 몰렸을 때 내가 손절치고 승냥이들 속에서 외롭게 죽게 놔두면, 너는 좋겠냐?” “하이고마, 나는 됐네요. 그때가 되면 나는 진짜 수레 행님 원망 하나도 안 하고. 감자처럼 여기저기 똥이나 싸대서 주변에 피해 일절 안 주고, 그냥 깨끗하게, 응? 외롭고 처절하게, 응? 혼자 알아서 잘 뒈지겠습니다.” “지랄하네. 네가 잘도 그러겠다. 바지에 똥이나 싸지 마라.” “아, 긴말 필요 없고 그냥 서쪽으로 가라. 그리고 물건만 딱 챙기고 조용히 싹 빠지라고. 감자는 현상금 타 먹으려는 푸주의 하이에나들이 시체부터 흔적까지 알아서 싹 다 정리할 거다. 행님아, 제발, 내 말 들어라, 이게 정답이다. 북쪽은 진짜 남는 거 하나 없는 장사라니깐.” “북쪽 좌표로 트럭 보내. 삼각주 북쪽 두물머리.” “에이씨, 그놈의 망할 고집은. 그리고 거긴 물건도 없는데 트럭이 대체 왜 필요한데. 시체 때문에? 그건 그냥 행님 차에 대충 구겨 담아서 오면 되겠네.” “나는 내 차에 시체 안 태운다.” 수레가 전화를 끊었다. 동키가 전화를 끊기 직전까지 뭐라고 구시렁거리고 있었다. 아마 욕이었을 것이다. 수레가 지도를 꺼내 감자가 머무는 폐축사의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축사로 가는 길에 작은 샛강이 있었다. 지도상으로는 폭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샛강이 얼어 있을 것이다. 2월의 얼음 강은 위험하다. 차로 건널 수 없을 것이다. 그 얼음이 차는커녕 사람도 견딜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감자는 어떻게 건넜을까? 어차피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별 상관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고작 2㎞ 남았는데, 얼음 강을 피하려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포장도 안 된 동쪽 강둑길을 따라 40㎞를 우회해야 했다. 그것은 너무 늦다. 수레가 지도를 검지로 툭툭 몇 번 두들겼다. “빌어먹을.” 수레는 차에서 내려 뒤로 간 다음 트렁크를 열었다. 그리고 남색 보스턴백을 열고 그 속에 방한복·밧줄·휘발유 등등 되는대로 쑤셔 넣었다. 지퍼를 닫기 전에 수레는 잠시 가방 안을 쳐다봤다. 무언가, 생존에 꼭 필요한 뭔가를 놓치고 안 넣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수레는 혀끝으로 찍찍 소리를 내고는 지퍼를 닫았다. ▶ 2화 무료보기 “쥐새끼 하나 못잡는 놈인데?” 중국인 물건 훔친 악질의 정체 〈2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49122 ■ ‘도장집’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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