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101이 보이는 카펠라 타이베이의 인피니티풀. 카펠라 타이베이


12월이 되면 사람들 감정은 묘하게 복잡해진다. 한 해를 정리해야 한다는 중압감과 무작정 쉬고 싶다는 욕구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다 보니 연말 여행의 목적이 달라진다. 더 많이 보고 즐기기보다 그저 편안하게 나를 내려놓을 곳을 찾게 된다. 대만 수도 타이베이는 그런 여행지 중 하나다.
겨울 타이베이는 재촉하는 일이 없다. 한파를 피해 따뜻한 곳으로 떠나는 '웜 웨더 이스케이프(Warm Weather Escapes)' 트렌드처럼 타이베이는 날씨가 온화 검증완료릴게임 해 두꺼운 옷이 거추장스럽다. 간혹 비가 내려도 도시를 촉촉하게 적실 뿐이다. 젖은 골목을 걷다 보면 바쁘게 사느라 놓쳤던 것들이 천천히 떠오른다.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대도시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2025년 세계행복보고서에서 아시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 대만은 낡음과 새로움이 공존한다. 타이베이는 골목의 미학을 품었다. 이끼 낀 아 바다이야기게임장 파트 옆에 최첨단 광고판이 서 있고 화려한 대로변 한 블록만 들어가면 170년이 넘은 디화제 같은 오래된 골목이 나온다.
특히 서울 강남에 비견되는 송산지구는 이 도시의 태도를 가장 잘 보여준다. 글로벌 기업과 랜드마크가 밀집한 상업 중심지지만 연말 여행지로 이곳을 찾는 것은 화려한 빌딩 숲 때문만이 아니다.
송산은 다른 메이저릴게임사이트 대도시라면 진작 허물었을 과거의 유산을 품고 있다. 옛 담배 공장이었던 송산 문창원구는 공장 구조를 남긴 채 전시장과 카페로 내부를 채웠다. 1982년부터 대만은 낡은 건물을 부수는 대신 86% 이상을 갤러리나 호텔로 되살려왔다. 끝난 것을 지우지 않고 다음을 찾는 방식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고민에 조용한 답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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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펠라 호텔 대표 공간인 로툰다.


럭셔리 호텔 '카펠라 타이베이'
연말 타이베이에 어울리는 휴식처도 송산지구에 있다. 지난 4월 둔화북로에 문을 연 카펠라 타이베이다. 10년 넘게 럭셔리 호텔이 부재했던 타이베이에 릴게임예시 등장한 이곳은 일본 도쿄 모리빌딩그룹이 설계를, 홍콩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안드레 푸가 인테리어를 맡았다. 콘셉트는 '모던 맨션'. 타이베이 아레나 맞은편 오래된 반얀트리가 자전거 도로가 어우러진 동네 분위기에 녹아들어 마치 누군가의 저택에 초대받은 듯한 안락함을 준다. 호텔 내부는 현지 문화와 럭셔리를 매끄럽게 연결했다. 로비의 아이보리 패널과 짙은 오렌지색 소파, 대만을 상징하는 푸른까치 장식이 인상적이다. 로비 중앙 대표 공간인 나선형 계단 '로툰다'는 채광과 함께 로비와 웰니스 공간을 부드럽게 잇는다.
총 86개 객실과 스위트룸은 안드레 푸 스튜디오가 제작한 가구와 로로피아나 패브릭으로 채웠다. 객실에서는 타이베이101과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14층 '더 리빙룸'에서는 하루 종일 커피와 대만 전통차를 즐기며 체크인을 할 수 있고 직원들이 직접 장인 마을에서 주문 제작한 티포트로 차를 낸다. 안드레 푸의 고민이 담긴 설계 스케치가 곳곳에 있다. 야외 인피니티 풀과 스파 시설은 여독을 풀기에 부족함이 없다.



더 글라스하우스 1층 바 틸트.


호텔 바의 반란, 더 글라스하우스
호텔 내 식음업장만 5곳이다. 지난 10월에는 여기에 새로운 공간이 더해졌다. 호텔 본관에서 150m 떨어진 곳에 독립적인 바 '더 글라스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더 글라스하우스는 호텔 바의 공식을 비틀었다. 핫한 바가 사람을 모으는 건 예사지만 호텔 바가 건물 밖에 따로 자리하는 건 드물다. 투숙객이 오가다 들르는 그저 그런 공간이 아니다. 오직 이곳을 목적지 삼아 찾아오게 만든다. 데니스 라우벤스타인 카펠라 타이베이 총지배인은 "아시아에서 본 적 없는 공간을 기획했다"며 "타이베이를 대만 소셜 신(Scene)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업계 거물로 통하는 앵거스 윈체스터 카펠라 타이베이 바 총괄 디렉터가 이끄는 더 글라스하우스는 3개 층으로 이뤄졌으며 층별로 성격이 다른 바 겸 다이닝 공간으로 나뉜다. 하나만 골라 즐겨도, 하룻밤에 세 곳을 모두 돌아도 괜찮다. 거리와 이어진 문을 열면 1층 틸트(Tilt)가 먼저 반긴다. 아르데코 양식으로 꾸민 내부는 생동감이 돈다. 술은 철저히 로컬을 지향한다. 화롄의 로젤, 가오슝의 구아버 등 현지 재료가 칵테일의 주인공이다. 전통주 가오량은 현대적으로 해석했고 무알코올 음료도 있어 누구나 즐기기에 무리가 없다. 제철 굴이나 팝콘 치킨 같은 안주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사랑의 신을 모시는 하해성황묘에 모인 대만 젊은이들.


뻔한 우육면 대신 재즈와 칵테일
2층 쿠퍼(Cooper)는 유럽식 살롱 같다. 딥 블루 벨벳 장식은 공간에 무게를 더하고 통유리창 밖으로 도시 야경이 흐른다.
대형 쇼케이스 두 곳에는 희귀 샴페인과 윈체스터가 세계를 돌며 수집한 증류주가 빼곡하다. 이곳은 클래식에 집중했다. 60년 숙성 진으로 완성한 마티니와 와규 샌드위치, 캐비아 블리니의 조합이 사람을 붙잡는 마성의 장소다. 셋 중 가장 강렬했던 곳은 지하 플레이백(Playback)이었다. 50석 규모의 아늑한 공간에 바이닐 바, 일본식 칵테일 바, 라이브 공연장을 절묘하게 섞었다. 사케, 말차, 일본 진을 활용한 칵테일이 타이베이의 젊은 감각을 자극한다. 이곳의 진짜 주인은 매일 밤 바뀌는 음악이다. 개장일에는 덴마크 재즈 뮤지션 나나 라시드가 대만 데뷔 무대를 가졌다. 바통을 이어받은 대만 톱스타 저우탕하오(Nick Chou)는 폭발적인 에너지로 바 직원들까지 무대로 불러냈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SM엔터테인먼트 러브콜을 받아 슈퍼주니어 멤버로 데뷔할 뻔한 이력도 있다.
타이베이를 설명하는 단어는 오랫동안 비슷했다. 타이베이101과 우육면 정도일 거다. 더 글라스하우스는 그 익숙한 이미지에 새로운 밤 문화를 더하고 있다.
[타이베이 권효정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