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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사 외압 의혹 못지않게 세간의 관심을 끈 구명 로비 의혹을 밝히지 못함으로써 “미완의 수사”니 “부실수사”니 하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로 대표되는 기독교계 로비 의혹의 실체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애초 유력한 구명 로비 창구로 의심받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 릴게임무료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 대한 수사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구명 로비 의혹 수사의 핵심 쟁점 2가지를 살펴본다.
기독교계 로비 의혹
기독교계 구명 로비 의혹의 핵심은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의 개입 여부였다. 이를 확인하려면 두 가지 사실이 전제돼야 했다. 하나는 김 목사와 임 전 사단장의 친분, 다른 모바일릴게임 하나는 채 해병 사건 당시 김 목사와 윤 전 대통령의 접촉이다. 특검이 김 목사가 개입했다고 거의 확신했던 이유는 일단 두 가지가 다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로비 의혹을 규명하지 못했을까?
김 목사와 임 전 사단장이 처음 만난 것은 채 해병 사망 사건 발생 5일 전인 2023년 7월 14일이다. 김 목사는 이날 경북 포항에 릴게임사이트 있는 해병대 1사단을 방문해 안보강연을 하고 부대 비품(철봉 세트 100개)을 전달하는 한편 임 사단장 부부에게 안수기도를 해주고 점심을 함께했다. 공수처가 확보해 특검에 넘긴 통화기록에 따르면, 김 목사와 임 사단장은 그해 8월 18일에 한 차례 통화했다. 그에 앞서 8월 7일에는 김 목사 측근 한기붕 극동방송 사장이 임 사단장과 통화하기도 했다. 김 릴게임뜻 목사는 이듬해 1월 15일에는 서울에서 교육연수 중인 임 전 사단장을 극동방송으로 초청해 사내식당에서 조찬을 함께했다.
김 목사가 채 해병 사건 전후로 여권 고위 공직자, 실세 정치인들과 자주 통화한 것도 의심스러웠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이종섭 국방부 장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 등이 주요 통화 대상자였다. 2023년 8월 14일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을 면담하고, 9월에는 세 차례 통화했다. 특검은 이 시기에 김 목사가 임 사단장을 위한 구명 로비를 벌였다고 판단했다.
“윤석열이 채 해병 사건의 수사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국가안보실 회의 전후로 김장환이 주요공직자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 국방부가 채 해병 사건을 재검토하고 있던 시기 김장환이 대통령실을 방문하고 임성근과 직접 통화한 사실, 한기붕이 임성근 부부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임성근 부부와의 문자메시지를 일부 삭제한 사실 등 김장환이 임성근 구명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다수 확인되었음.” (순직해병 특검 수사결과 74쪽)
정황만으로 보면 그럴듯하다. 문제는 물증이다. 김 목사와 임 전 사단장이 알고 지냈다고 해서 곧 로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2023년 8월 통화에 대해 “채 해병 사건과 관련한 김 목사의 위로전화였다”고 주장한다. 다만 통화 시점에 대한 두 사람의 주장이 서로 달라 통화 외 다른 방식으로 소통했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남아있다. 김 목사는 윤 대통령 및 주요공직자들과 접촉한 데 대해 “극동방송의 우크라이나 어린이 돕기 모금행사와 관련된 협의였다”라고 해명했는데, 실제로 그 시기에 그런 행사가 진행됐다.
지난 11월 28일 채해병 순직 사건 외압, 은폐 의혹을 수사해온 이명현 특별검사가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연합)
수사 적기를 놓친 것도 원인
통화나 만남을 통해 구명 로비가 이뤄졌다는 걸 입증하려면 접점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특검 수사는 더 나아가지 못했다. 통화기록이 수사의 발판이었는데, 그마저도 불완전하고 단편적이었다. 공수처에서 넘겨받은 김 목사 통화기록은 70일 치였고(2023년 7월 19일~9월 30일), 주변 인물들에 대한 통화기록은 보존기한(1년)이 지나 아예 확보가 불가능했다. 관련자 압수수색 영장은 번번이 기각됐다. 특검 출석 조사는 물론 법원의 공판 전 증인신문에도 응하지 않은 ‘참고인’ 김 목사를 더 압박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한계였다.
무엇보다도 딱 떨어지는 물증이 없는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수사 적기를 놓친 점도 한 원인이다. 특검 측은 “2년 전에 종결된 사건이라 증거인멸이 많이 이뤄졌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만약 로비가 실제로 있었다면, 특검 이전에 수사를 맡았던 공수처가 밝혔어야 했다. 그때만 해도 다양한 방식의 수사가 가능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석연찮은 이유로 통신기록만 확보한 채 수사를 중단했다. 그 이유는 특검이 수사 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한 전직 공수처 고위간부들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종호-임성근 친분
구명 로비 의혹이 불거진 계기는 박정훈 대령 변호인으로 활약한 김규현 변호사의 ‘폭로’였다. 김 변호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인 이종호 씨가 해병대 후배인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를 벌인 의혹이 있다면서 언론에 제보하는 한편 공수처에 공익신고했다. 자신이 포함된 해병 출신 인사들의 카카오톡 단체방(‘멋쟁해병’) 대화 내용, 이 씨와의 통화 내용과 카톡 메시지 등이 주요 증거였다. 로비 대상은 김건희 씨로 추정됐다.
그런데 임 전 사단장과 이 씨는 특검 수사가 끝날 때까지 친분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고 통화한 적도 없다고 했다. 특검도 채 해병 사망 사건 당시 두 사람이 만나거나 구명 로비와 관련해 소통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 씨가 김건희 씨와 접촉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제3자를 통한 두 사람의 통화 정황은 드러났다. 두 사람은 사건 전후에 한 번씩, 모두 두 차례 제3자의 휴대전화로 통화한 것으로 보인다.
첫 통화가 이뤄진 시점은 채 해병이 사망하기 보름 전인 2023년 7월 4일 오후 9시 안팎, 장소는 서울 청담동에 있는 모 음식점이다. 그날 이 식당에서는 구명 로비설의 진원지인 멋쟁해병 단톡방 멤버들의 술자리가 있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 경호처 간부를 지낸 송호종 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스피커폰으로 임 사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임 사단장과 연결되자 “해병대 선후배들과 인사하라”면서 동석한 이종호 씨와 경찰관 최 모 씨를 차례로 바꿔줬다. 해병대 기수로 따지면, 이 씨가 최고 선배이고, 그 아래로 송 씨-임 사단장-최 씨 순이었다. 특검은 통화기록과 최 씨의 진술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통화기록에 따르면, 이날 송 씨와 임 사단장은 오후 8시 56분, 9시 25분 두 번 통화했다.
두 번째 통화는 올해 4월 16일 오후 8시경 역시 청담동 소재 모 식당에서 있었다. 이번에는 이 사건 관계자들과 두루 친한 이관형 씨의 휴대전화를 통해 이뤄졌다. 이날 식사 자리는 이종호 씨가 마련했고 모 언론사 기자가 동석했다. 이관형 씨와 언론사 기자 역시 해병대 출신이다. 이관형 씨에 따르면, 이날 자신이 임 전 사단장과 보이스톡으로 통화하던 중 이종호 씨를 바꿔줘 두 사람 간 통화가 이뤄졌다고 한다. 이관형 씨는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들어보니 두 사람이 잘 모르는 사이 같았다”고 주장한다. 그의 기억에 이날 이종호 씨는 임 전 사단장에게 존댓말로 “제 부덕의 소치로 임 장군을 곤란하게 해서 죄송하다. 다 끝나고 소주 한 잔 하자”고 말하고는 금방 끊었다고 한다.
이관형 씨는 지난해 6월 구명 로비 의혹을 처음으로 정치권(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실)에 제보했던 사람이다. 그는 제보 이후 이종호 씨와 임 전 사단장을 차례로 접촉하면서 로비의 실체를 의심하게 됐고, 이후 나름대로 사건의 진실을 추적했다고 한다. 그해 7월 공수처에 공익신고를 한 것도 그런 취지였다는 것이다. 올해 4월 두 사람 간 통화를 주선한 것도, 의심 반 장난 반으로 두 사람 관계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였다는 게 이 씨 주장이다. 이 씨는 이런 내용을 특검 조사 때 진술했고, 특검도 당시 그의 보이스톡 통화기록을 확인했다.
이와 별개로 특검은 이 씨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했다. 송호종 씨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허위진술을 하는 데 개입했다는 혐의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위증을 교사한 적이 없다”며 “특검의 보복 기소”라고 반발했다. 자신이 이명현 특검과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수사기밀 유출로 고발한 데 따른 보복이라는 주장이다.
채해병 특검 수사로 구속된 임성근 전 해병 1사단장. (출처:연합)
반쯤 열렸던 진실의 문
배우 박성웅 씨의 진술도 무시하지 못할 정황 증거였다. 특검에 따르면, 2022년 8~9월 박 씨와 이 씨, 임 전 사단장이 서울 강남 모 술집에서 만났다. 이날 술자리는 박 씨, 이 씨와 두루 친한 트로트 가수 김모 씨가 주선했다. 박 씨와 이 씨는 이전에 김 씨 소개로 서로 아는 사이였다. 임 전 사단장은 이 씨 연락을 받고 밤늦게 합석했다고 한다.
특검은 박 씨 외에 이날 술자리에 동석한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사건 주포 이정필 씨와 그의 운전기사, 술집 관계자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정필 씨와 그의 운전기사는 최근 이종호 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박성웅-이종호-임성근 술자리 회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기억이 잘못됐을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특검 조사 이후 이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박 씨 소속사 대표는 “2~3년 전 친한 트로트 가수의 초대로 (박 배우가) 저녁 자리를 했다. 박 배우는 처음 본 사람들이라 동석자가 누가 누군지 정확히 기억하진 못한다고 한다”라고 박 씨의 입장을 전했다. 이종호 씨는 특검에 박 씨와의 대질신문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박 씨와 가수 김 씨는 이에 관한 <뉴스타파>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전화도 안 받고 문자메시지로 보낸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임 전 사단장과 이종호 씨가 채 해병 사건 전에 알고 지냈다는 또 다른 정황 증거는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 메모다. 2023년 5월 26일 자 메모에서 멋쟁해병 단톡방 멤버인 ‘이종호, 송호종, 최OO(사업가)’ 세 사람의 이름이 발견된 것이다. 특검은 그 시기에 단톡방에서 해병대 1사단 초청 골프 일정이 논의된 점에 비춰 임 사단장이 라운딩 멤버를 적어놓은 것이라고 봤다. 공교롭게도 특검이 이 메모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임 전 사단장이 구속 직전 갑자기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기억났다며 알려준 덕분이다. 최근 부친상을 당해 잠시 출소한 임 전 사단장은 지인에게 “왜 이런 메모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일부 사실관계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몇 가지 정황에 비춰 이종호 씨와 임 전 사단장이 서로 알고 지낸 사이라는 특검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문제는 김장환 목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친분과 로비는 별개라는 점이다. 특검이 수사 막판에 “이종호 씨한테 임 전 사단장 구명을 부탁했다”는 송호종 씨의 진술을 확보했을 때만 해도 진실의 문이 반쯤 열리는 듯싶었다. 해병대 선후배인 이 씨와 송 씨는 평소 자주 연락하던 사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특검은 “송 씨에게 부탁은 받았지만 실제로 김건희 씨를 상대로 로비를 하지는 않았다”라는 이종호 씨의 부인을 무너뜨릴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심지어 이 씨는 김건희 씨와 잘 알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의 ‘허세’에 주변 사람들이 놀아난 셈이다. 그렇다면 특검 수사력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 입증하기가 힘든 의혹 제기였는지도 모른다.
역대 특검 사례를 봐도, 특검법에 명시된 의혹이라고 다 사실로 밝혀지는 건 아니다. 특검은 ‘이종호 등이 김건희 등에게 임성근의 구명을 부탁한 불법 로비 의혹’을 규정한 특검법(2조 6항) 취지에 부합하는 수사결과를 내놓으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증거 부족으로 실패했다. 또 다른 특검으로 구명 로비 의혹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는 정치권 주장에 공감이 가면서도 의구심이 생기는 이유다.
뉴스타파 조성식 전문위원 / 전 신동아 기자 blueink@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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