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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겨울 서울에 사는 김모(35) 씨는 평생 모은 돈 5억 원으로 전세 계약을 했습니다. 신혼부부의 보금자리였습니다. 그런데 6개월 후 집주인이 잠적했습니다. 알고 보니 같은 집에 이중, 삼중 계약이 걸려 있었습니다. 집은 경매로 넘어갔고, 김 씨가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1억 원도 안 됐습니다.
김 씨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수사는 더뎠습니다. 집주인은 해외로 도피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분노한 김 씨는 생각했습니다. '살인범, 성폭력범 얼굴은 뉴스에 나오는데, 왜 내 인생을 박살낸 이 사기꾼 얼굴은 안 나오는 거지?'
이것은 김 씨만의 분노가 아닙니 바다이야기부활 다. 2023년 한 해에만 전세사기 피해 신고가 수만 건이었습니다. 피해액은 수조 원에 달합니다. 일부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사를 볼 때면 사기꾼들의 얼굴을 공개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범죄자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경우는 딱 정해져 있습니다. '특정 중대범죄 바다이야기게임방법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살인, 강도, 성폭력 등 만 해당됩니다. 여기에 사기는 없습니다.
아무리 수백억 원을 뜯어가도, 수천 명을 울려도, 사기범의 얼굴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법이 정한 '중대범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6.1.26.자 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강명구 바다이야기하는법 의원 등은 "사기죄를 신상공개 대상에 포함하자"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또한 민주당에서도 전세사기 특별법 논의 당시 악성 임대인 신상공개를 강하게 주장한 바 있습니다. 양 당 모두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 법안은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이견이 없는 법이니까요.
그럼에도 저 같은 변호사나 법률전문가들은 조심스러워합니다. 왜일 릴게임종류 까요?
A는 친구 B에게 "사업 아이템이 있는데 투자해줘. 1년 안에 2배로 돌려줄게"라며 5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업은 망했고, A는 돈을 못 갚았습니다. 이것이 사기일까요, 사업 실패일까요?
집주인 C는 전세금 3억 원을 받을 때 이미 은행 대출이 2억 5천만 원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입자에게 말하지 않았습니 릴게임몰메가 다. 1년 후 C는 파산했고, 세입자는 돈을 못 받았습니다. 이건 사기일까요, 과도한 대출일까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람 머릿속을 들여다봐야 아는 일입니다.
케이스 1의 A는 진짜 사업이 성공할 줄 알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기가 아니라 그냥 빚입니다.
케이스 2의 C는 "집값이 오를 거라 생각했어요. 충분히 갚을 수 있었어요"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도 사기가 아니라 부주의한 재무 관리입니다. 실제로 변호사로서 제가 변호를 하다보면 사기 혐의로 고소된 사건 중 상당수는 수사단계나 재판에서 "단순 채무 불이행"으로 판명되어 무죄가 나옵니다.
"아니, 그래도 성범죄자 얼굴 공개하니까 효과 있지 않나요?" 정말 그럴까요? 저는 모르겠어서 데이터를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우리 정부는 미국의 '메건법'을 본떠 2001년부터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를 시작했습니다. 논리는 명확했습니다. 첫째, 공개하면 범죄자가 창피해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 범죄를 저지르려던 사람이 겁을 먹고 포기할 것입니다. 셋째, 부모들이 조심해서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자, 20년이 더 지났습니다. 효과는 어떨까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분석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재범률을 살펴보면, 성범죄자 중 재범자 비율이 2000년 59.7%에서 2011년 46.0%로 감소했습니다.
"어라? 효과 있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같은 기간에 무엇이 도입됐는지 살펴봐야 했습니다. 바로 전자발찌, 화학적 거세, 형량 대폭 강화, 집중 관찰 프로그램 등이 동시에 시행된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신상공개만의 효과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은, 같은 종류의 성범죄를 또 저지른 사람의 비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범죄 발생률은 더 이상했습니다. 국가정책연구포털의 자료를 보면 신상공개 제도 시행 후에도 성범죄 발생 건수는 계속 증가했습니다. 특히 처음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즉 초범의 비율이 올라갔습니다.
왜 그럴까 고민해봤습니다. 제 생각은 아마도 성범죄는 대부분 순간의 충동이나 왜곡된 욕망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범행 순간에 "나중에 얼굴이 공개되면 어쩌지?"라고 계산하는 범죄자는 거의 없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효과가 전혀 없었을까요? 한 가지는 있었습니다. 정보를 본 부모들의 행동 변화입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성범죄자 알림e'로 우리 동네 범죄자를 확인한 부모들은 아이 등하교 지도를 더 열심히 했고, 외출을 더 조심시켰으며, 문단속을 더 철저히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범죄자를 막은 것이 아닙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알아서 방어하게 만든 것입니다. "국가가 할 일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부작용입니다. DBpia에 게재된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 연구 논문을 보면, 성범죄자의 얼굴이 공개되면 가족이 동네에서 쫓겨나고, 자녀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하고, 취업이 불가능해 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가족까지 처벌받는 '현대판 연좌제'입니다. 너 역시 성범죄자의 가족이니까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면 제가 거기에 할 말은 없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더 큰 문제는, 가족이라는 마지막 지지 기반마저 무너지면 범죄자는 다시 범죄로 돌아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신상공개가 오히려 재범을 부추기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성범죄는 그렇다고 해도, 사기는 다르지 않나요? 돈이 목적인 범죄잖아요. 창피를 주면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제도가 있습니다.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 공개입니다. 세금을 많이 내지 않은 사람들의 이름, 나이, 주소, 체납액을 인터넷에 공개합니다. "창피를 주면 세금을 낼 것이다"는 논리입니다. 사기범 신상공개와 정확히 같은 논리입니다.
그럼 사례를 하나 보겠습니다. 대전광역시는 고액 체납자 수백 명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1년 후 거둬들인 세금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체납액의 6.5%였습니다. 그나마 자진 납부가 아니라 강제 압류로 뺏어온 돈이었습니다. 스스로 부끄러워서 낸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미 명단에 오를 정도의 악질 체납자들은 창피함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습니다.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숨겨뒀거나, 애초에 사회적 평판 따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전세사기범은 어떨까요? 수십억 원을 뜯어갈 정도의 조직적 사기꾼이라면, 이미 양심은 버린 사람들입니다. 얼굴 공개가 두려워서 범죄를 포기할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생깁니다. 얼굴이 공개되면 정상적인 일을 할 수 없고, 일을 못 하면 돈을 벌 수 없으며, 돈을 벌지 못하면 피해자에게 변제할 방법이 사라집니다. 돈을 돌려받고 싶은 피해자에게도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먼저 신상공개가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은 어떨까 싶습니다. 세부적으로 논의할 부분이 많지만 일단 예를 들어 전세 계약할 때, 집주인의 체납 정보, 대출 현황, 과거 계약 이력을 계약 당사자에게만 제공하는 시스템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불특정 다수에게 퍼뜨리는 것이 아니라서 인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실제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에게 정보가 전달됩니다. 또한 집주인도 "어차피 들키니까" 솔직해질 유인이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상기 방법은 직접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진짜 제대로 된 해결책은 사기꾼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건드려야 합니다. 무엇일까요? 그건 창피가 아니라 돈을 뺏기는 것입니다. 이 점을 정부 역시 모르지 않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에 따르면 해외 도피 재산 추적 시스템 강화, 명의 신탁 재산 추적 기술 발전, 범죄 수익 몰수 절차 신속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며 이를 제도적으로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얼굴 공개로 망신을 주는 것보다, "어디 숨겨도 끝까지 찾아내서 뺏는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훨씬 강력한 억제책이 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사법적인 부분도 손을 봐야 합니다. 피해자들이 신상공개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법이 너무 느리니까"입니다.
전세사기 전담 수사팀 확대, 재판 신속화, 피해 변제 우선 집행이 필요합니다. 공개로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잡아서 빠르게 재판하고 빠르게 돈을 돌려받게 하는 것이 진짜 해법입니다. 제가 직접 고소한 사건도 지금 3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경제범죄가 파악하기도 증거를 정리하기도 힘든 것은 이해하나, 과도하게 늘어지는 것은 물론 심지어 까먹고 수사를 하지 않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성범죄자 신상공개는 20년간 시행되었습니다. 데이터는 말합니다. 범죄 예방 효과는 불분명하고, 부작용은 명확하다고 말입니다. 고액 체납자 명단 공개는 참담하게 실패했습니다. 자진 납부율은 거의 0%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사기범에게도 같은 방법을 쓰려 합니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려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전세사기 피해자의 분노는 정당합니다. 평생 모은 돈을 날린 사람의 절규는 외면할 수 없습니다. A의 시선에서 보면 "범죄자 인권보다 피해자가 먼저입니다. 한 명이라도 더 조심하게 만들면 성공입니다. 법이 느리면 이런 식으로라도 경고해야 합니다"라고 하지만, B의 시선에서 보면 "감정적 응징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효과도 없는 방법으로 무고한 가족만 희생시킵니다. 실질적인 재산 환수와 빠른 사법 처리가 답입니다." 따라서 정부의 일을 피해자에게 전가시키지 말라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신상공개는 '정의 구현'처럼 보입니다. 사이다처럼 시원해 보입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냉정합니다. 효과는 미미하고, 부작용은 큽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효과는 불확실하지만 '감정해소'도 중요한 요소니까 신상공개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거기에 사용할 세금을 조금이라도 다른 절차 보안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동의하시겠습니까?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실패를 들여다보는 것은 최소한의 책임입니다. 20년 전, 우리는 성범죄자 얼굴을 공개하면 범죄가 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10년 전, 우리는 체납자를 공개하면 세금을 낼 것이라 믿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사기범을 공개하면 사기가 줄 것이라 믿으려 합니다.
이번에는 다르기를 바라시나요? 아니면 다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김민수 변호사(법률사무소 니케)
김 씨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수사는 더뎠습니다. 집주인은 해외로 도피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분노한 김 씨는 생각했습니다. '살인범, 성폭력범 얼굴은 뉴스에 나오는데, 왜 내 인생을 박살낸 이 사기꾼 얼굴은 안 나오는 거지?'
이것은 김 씨만의 분노가 아닙니 바다이야기부활 다. 2023년 한 해에만 전세사기 피해 신고가 수만 건이었습니다. 피해액은 수조 원에 달합니다. 일부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사를 볼 때면 사기꾼들의 얼굴을 공개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범죄자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경우는 딱 정해져 있습니다. '특정 중대범죄 바다이야기게임방법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살인, 강도, 성폭력 등 만 해당됩니다. 여기에 사기는 없습니다.
아무리 수백억 원을 뜯어가도, 수천 명을 울려도, 사기범의 얼굴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법이 정한 '중대범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6.1.26.자 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강명구 바다이야기하는법 의원 등은 "사기죄를 신상공개 대상에 포함하자"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또한 민주당에서도 전세사기 특별법 논의 당시 악성 임대인 신상공개를 강하게 주장한 바 있습니다. 양 당 모두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 법안은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이견이 없는 법이니까요.
그럼에도 저 같은 변호사나 법률전문가들은 조심스러워합니다. 왜일 릴게임종류 까요?
A는 친구 B에게 "사업 아이템이 있는데 투자해줘. 1년 안에 2배로 돌려줄게"라며 5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업은 망했고, A는 돈을 못 갚았습니다. 이것이 사기일까요, 사업 실패일까요?
집주인 C는 전세금 3억 원을 받을 때 이미 은행 대출이 2억 5천만 원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입자에게 말하지 않았습니 릴게임몰메가 다. 1년 후 C는 파산했고, 세입자는 돈을 못 받았습니다. 이건 사기일까요, 과도한 대출일까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람 머릿속을 들여다봐야 아는 일입니다.
케이스 1의 A는 진짜 사업이 성공할 줄 알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기가 아니라 그냥 빚입니다.
케이스 2의 C는 "집값이 오를 거라 생각했어요. 충분히 갚을 수 있었어요"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도 사기가 아니라 부주의한 재무 관리입니다. 실제로 변호사로서 제가 변호를 하다보면 사기 혐의로 고소된 사건 중 상당수는 수사단계나 재판에서 "단순 채무 불이행"으로 판명되어 무죄가 나옵니다.
"아니, 그래도 성범죄자 얼굴 공개하니까 효과 있지 않나요?" 정말 그럴까요? 저는 모르겠어서 데이터를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우리 정부는 미국의 '메건법'을 본떠 2001년부터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를 시작했습니다. 논리는 명확했습니다. 첫째, 공개하면 범죄자가 창피해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 범죄를 저지르려던 사람이 겁을 먹고 포기할 것입니다. 셋째, 부모들이 조심해서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자, 20년이 더 지났습니다. 효과는 어떨까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분석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재범률을 살펴보면, 성범죄자 중 재범자 비율이 2000년 59.7%에서 2011년 46.0%로 감소했습니다.
"어라? 효과 있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같은 기간에 무엇이 도입됐는지 살펴봐야 했습니다. 바로 전자발찌, 화학적 거세, 형량 대폭 강화, 집중 관찰 프로그램 등이 동시에 시행된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신상공개만의 효과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은, 같은 종류의 성범죄를 또 저지른 사람의 비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범죄 발생률은 더 이상했습니다. 국가정책연구포털의 자료를 보면 신상공개 제도 시행 후에도 성범죄 발생 건수는 계속 증가했습니다. 특히 처음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즉 초범의 비율이 올라갔습니다.
왜 그럴까 고민해봤습니다. 제 생각은 아마도 성범죄는 대부분 순간의 충동이나 왜곡된 욕망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범행 순간에 "나중에 얼굴이 공개되면 어쩌지?"라고 계산하는 범죄자는 거의 없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효과가 전혀 없었을까요? 한 가지는 있었습니다. 정보를 본 부모들의 행동 변화입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성범죄자 알림e'로 우리 동네 범죄자를 확인한 부모들은 아이 등하교 지도를 더 열심히 했고, 외출을 더 조심시켰으며, 문단속을 더 철저히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범죄자를 막은 것이 아닙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알아서 방어하게 만든 것입니다. "국가가 할 일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부작용입니다. DBpia에 게재된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 연구 논문을 보면, 성범죄자의 얼굴이 공개되면 가족이 동네에서 쫓겨나고, 자녀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하고, 취업이 불가능해 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가족까지 처벌받는 '현대판 연좌제'입니다. 너 역시 성범죄자의 가족이니까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면 제가 거기에 할 말은 없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더 큰 문제는, 가족이라는 마지막 지지 기반마저 무너지면 범죄자는 다시 범죄로 돌아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신상공개가 오히려 재범을 부추기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성범죄는 그렇다고 해도, 사기는 다르지 않나요? 돈이 목적인 범죄잖아요. 창피를 주면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제도가 있습니다.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 공개입니다. 세금을 많이 내지 않은 사람들의 이름, 나이, 주소, 체납액을 인터넷에 공개합니다. "창피를 주면 세금을 낼 것이다"는 논리입니다. 사기범 신상공개와 정확히 같은 논리입니다.
그럼 사례를 하나 보겠습니다. 대전광역시는 고액 체납자 수백 명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1년 후 거둬들인 세금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체납액의 6.5%였습니다. 그나마 자진 납부가 아니라 강제 압류로 뺏어온 돈이었습니다. 스스로 부끄러워서 낸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미 명단에 오를 정도의 악질 체납자들은 창피함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습니다.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숨겨뒀거나, 애초에 사회적 평판 따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전세사기범은 어떨까요? 수십억 원을 뜯어갈 정도의 조직적 사기꾼이라면, 이미 양심은 버린 사람들입니다. 얼굴 공개가 두려워서 범죄를 포기할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생깁니다. 얼굴이 공개되면 정상적인 일을 할 수 없고, 일을 못 하면 돈을 벌 수 없으며, 돈을 벌지 못하면 피해자에게 변제할 방법이 사라집니다. 돈을 돌려받고 싶은 피해자에게도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먼저 신상공개가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은 어떨까 싶습니다. 세부적으로 논의할 부분이 많지만 일단 예를 들어 전세 계약할 때, 집주인의 체납 정보, 대출 현황, 과거 계약 이력을 계약 당사자에게만 제공하는 시스템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불특정 다수에게 퍼뜨리는 것이 아니라서 인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실제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에게 정보가 전달됩니다. 또한 집주인도 "어차피 들키니까" 솔직해질 유인이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상기 방법은 직접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진짜 제대로 된 해결책은 사기꾼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건드려야 합니다. 무엇일까요? 그건 창피가 아니라 돈을 뺏기는 것입니다. 이 점을 정부 역시 모르지 않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에 따르면 해외 도피 재산 추적 시스템 강화, 명의 신탁 재산 추적 기술 발전, 범죄 수익 몰수 절차 신속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며 이를 제도적으로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얼굴 공개로 망신을 주는 것보다, "어디 숨겨도 끝까지 찾아내서 뺏는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훨씬 강력한 억제책이 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사법적인 부분도 손을 봐야 합니다. 피해자들이 신상공개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법이 너무 느리니까"입니다.
전세사기 전담 수사팀 확대, 재판 신속화, 피해 변제 우선 집행이 필요합니다. 공개로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잡아서 빠르게 재판하고 빠르게 돈을 돌려받게 하는 것이 진짜 해법입니다. 제가 직접 고소한 사건도 지금 3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경제범죄가 파악하기도 증거를 정리하기도 힘든 것은 이해하나, 과도하게 늘어지는 것은 물론 심지어 까먹고 수사를 하지 않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성범죄자 신상공개는 20년간 시행되었습니다. 데이터는 말합니다. 범죄 예방 효과는 불분명하고, 부작용은 명확하다고 말입니다. 고액 체납자 명단 공개는 참담하게 실패했습니다. 자진 납부율은 거의 0%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사기범에게도 같은 방법을 쓰려 합니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려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전세사기 피해자의 분노는 정당합니다. 평생 모은 돈을 날린 사람의 절규는 외면할 수 없습니다. A의 시선에서 보면 "범죄자 인권보다 피해자가 먼저입니다. 한 명이라도 더 조심하게 만들면 성공입니다. 법이 느리면 이런 식으로라도 경고해야 합니다"라고 하지만, B의 시선에서 보면 "감정적 응징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효과도 없는 방법으로 무고한 가족만 희생시킵니다. 실질적인 재산 환수와 빠른 사법 처리가 답입니다." 따라서 정부의 일을 피해자에게 전가시키지 말라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신상공개는 '정의 구현'처럼 보입니다. 사이다처럼 시원해 보입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냉정합니다. 효과는 미미하고, 부작용은 큽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효과는 불확실하지만 '감정해소'도 중요한 요소니까 신상공개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거기에 사용할 세금을 조금이라도 다른 절차 보안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동의하시겠습니까?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실패를 들여다보는 것은 최소한의 책임입니다. 20년 전, 우리는 성범죄자 얼굴을 공개하면 범죄가 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10년 전, 우리는 체납자를 공개하면 세금을 낼 것이라 믿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사기범을 공개하면 사기가 줄 것이라 믿으려 합니다.
이번에는 다르기를 바라시나요? 아니면 다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김민수 변호사(법률사무소 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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