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3평화문학상 수상자' 제주 원로 소설가 양영수 씨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분량은 짧지만 반전과 여운을 남기는 꽁트 소설을 격주로 [제주의소리]에 연재한다. 일명 '양영수의 스마트소설'이다. 모바일 인프라가 널리 보급된 시기에, 스마트폰으로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꽁트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는 취지다. [편집자 주]




졸업식 날에도 정경미와 김병철의 행동거지는 스캔들의 주인공들 답지않게 의젓하고 당당하였다. 우리는 한 장소에 모여 단체 사진을 찍고 나 야마토릴게임 서 잠시 자유시간을 가졌는데, 이 시간에 정경미는 자기 남편을 졸업 동기들에게 일일이 소개하였고 어떤 사람에게는 남편 자랑하는 우스개 섞인 말을 덧붙이기도 하였다. 
--정경미에게 음악 에너지를 넣어주는 남자예요.
--우리 남편, 미남은 아니지만 씩씩하게 생겼지 않아?
남편에 대한 일방적인 찬사로 일관하 릴게임다운로드 였지만 별로 거슬르는 말로 들리지는 않았다. 처음보는 사람에게 남편의 첫인상을 심어주는 호의적인 인사말로서 아무도 의문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경미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하고많은 추측과 상상의 날개를 날려왔는지라 그런 억측들이 다소나마 풀리는 순간이었다. 경미 남편은 소개받을 때에도 입을 여는 일이 거의 없었고, 푸짐한 미소를 한 입 가득 머금 바다이야기룰 은 채로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는 것이 그의 넉넉한 심성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무슨 재치있는 초면 인사말로 주목을 끌려는 생각은 아예 없어 보였다. 만약에 경미 남편이 이 자리에서 어떤 말을 길게 늘어놓거나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면 이를 보는 친구들은 아마도 경미와의 관계를 걱정하는 마음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수더분한 남편이라면 경미가 그 동안에 보여준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수상한 행적들을 충분히 허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는 것이었다. 
우리 친구들이 제일 궁금해하고 걱정했던 것은 경미가 남편에게 김병철을 소개할 때 어떤 표정 어떤 언사로 나올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남편 몰래 그렇게 대담한 외도를 저지른 여자가 그 스캔들의 주인공을 자기 남편에게 소개할 때 정말 아무 거리낌 없이 대할 수 있겠는가 하는 바다이야기부활 의문과 걱정이 우리 모두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걱정과는 달리 경미는 다른 친구들과 다름이 없이 병철에게도 화기애애한 표정을 유지하였다. 경미가 평소에 없는 수다스러움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의아해 하는 친구들이 있었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경미가 자신의 서먹스러운 기분을 감추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여겼을 것이다. 특별히 눈에 뜨이는 것은 경미 남편에 대한 병철의 태도였다. 마치 의도적인 위장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유달리 다정한 표정과 소탈한 인사말로 나오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병철이가 너무 천연스럽게 이중인격자가 되는 것 같아서 내 마음까지 조마조마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정작 경미 남편은 아무 눈치도 없는 사람처럼 묵묵히 그 순간을 즐기는 것 같아서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심정이었고 아마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경미가 이 긴장되는 시간에도 명랑한 태도로 모든 친구들과 대면한 것은 아마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온 덕분으로 추측이 되었다.
우리가 다닌 음악과는 2년제 전문대학에 있었기 때문에 고교 졸업 후 바로 들어온 학생들이 적고 대부분은 다른 4년제 대학을 마친 후 들어온 나이 지긋한 학생들이었다. 사회물을 많이 먹고 다른 전공 공부를 거치고 들어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모여서 오고가는 얘기들도 내용이 다양하고 함축성이 많았다고 생각된다. 거쳐온 다른 전공도 대부분 문과 계통이어서 음악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우리 과에는 기혼자들도 꽤 많았고 재학 중에 결혼하기도 했다. 물론 연애중인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었는데, 경미과 병철이는 모두 기혼자로서 같은 동급생 끼리 탈선적인 연애를 한 셈이니까 친구들은 선망과 우려라는 이상한 복합심리의 미궁을 헤맨 셈이다. 이들 두 사람은 자기들만의 아슬아슬한 밀회 시간을 가지면서도 별로 주저하거나 조심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당황한 것은 아마도 이를 지켜보는 친구들 쪽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밀회는 학과의 공식적인 행사인 방학 중 캠핑 시간이었는데, 두 번 다 바닷가 노천 모래밭이나 허허 벌판, 사방이 훤히 트인 공간이었다. 밀어를 속삭이거나 포옹하여 키스를 즐기는 것 정도를 허용할 뿐이지 그 이상 어떤 불미스러운 탈선을 할 만한 주변 환경은 아니었고, 영원히 변함이 없는 철석철석 파도 소리만이 짧은 밀회시간을 즐기는 그들의 심정을 고조시키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김병철 보다는 정경미의 미묘한 입장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졌음은 물론이다. 정경미는 부부관계와 혼외정사라는 두 가지 길을 가는 것인데 그 두 가지 길은 합쳐질 수 없는 평행선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혼외정사 관계와 부부관계는 각각 열애관계와 미온적인 관계라는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을 것이고 이들 두 개의 평행선이 어쩌다가 만난다면 어떤 성격의 만남이 되느냐 하는 것은 2×2=4, 즉 네 가지 경우가 될 것이었다. 경우의 수가 넷이라는 것은 얼른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것들의 구체적인 양상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가 않아서 축구경기의 대진표 같은 것을 그려보고서야 평행선 만나는 그림이 떠올랐다. 즉, 강대강, 강대약, 약대강, 약대약이라는 대진표가 되는 것이었다. 제일 걱정되면서도 제일 강한 호기심이 당기는 것은 혼외정사와 부부관계가 모두 열애관계일 경우인 강대강 관계이고, 제일 안심이 되면서도 흥미가 적은 경우가 양쪽 모두 미온적인 애정관계인 약대약 관계였다. 그러나, 이들 두 개의 평행선의 강약에 대해 공상의 날개를 아무리 날려보아도 눈에 보이는 증거가 없으니 헛일이었다. 우리가 알고있는 두 친구의 이상한 밀회시간이 어떤 것일지는 아무런 낌새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증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두 번씩이나 캠핑이라는 단체활동 중에 감쪽같이 자리를 비우고 밀회시간을 가졌다는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 유사한 밀회 시간이 따로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는 두 사람의 관계가 우연한 것이거나 미온적인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는 정도의 추론을 하게 만들었고 이는 다른 친구들 생각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여러 번 경험한 일이었기 때문에 사전에 만나자는 약속이 쉽게 이루어졌고, 수상하고 어색한 기색이 없었을 것이 아닌가. 
이들의 이상한 밀회가 그런대로 정당성이 있고 떳떳한 면이 있음을 나는 한참 고심한 끝에 인정하게 되었다. 세상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내놓고 '우리가 외도하고 있소'라고 드러내는 방자함이 아니라, '우린 보다 풍성하고 의미있는 학교생활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잠시 만나 밀도있는 대담을 나눈 거였소'라고 하는 데야 누가 뭐라고 타박할 것인가. 우리들 학교친구에게 만이 아니라, 경미 남편에게 할 수 있는 말이고, 뭣보다도 이들 커플 자신에게 떳떳이 내세울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우리 학과 동급생 커플이 밖에 나가서 이 같이 수상한 일을 벌인다는 소문이 어떻게 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아마도 무슨 대단한 비행이 있다는 소문이 돌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만큼 우리는 서로간에 동고동락의 우정과 이해심이 두터웠던 것이고, 우리 학과 공동체의 명예에 관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내가 우리 학과 학생들의 우정과 명예심을 들먹이는 것은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다. 정경미는 친구들 간의 우정과 명예심을 두텁게 만들어준 공로자였고 김병철은 정경미의 숨은 조력자였던 것이다. 우리 음악과에는 여러 종류의 악기 등 비품들이 있어서 이를 관리해야 했고 악기연습실 등 전용 공간이 많았는데 이런 것도 관심 가질 사람이 있어야 했다. 또한 음악회 감상을 가거나 학생들 자신이 음악발표회를 여는 등 연중 행사가 많았는데 이에 대한 연락 등 준비할 일도 많았다. 행사에 참여하는 데에는 돈을 거둘 때도 있었는데 이런 자잘한 일을 도맡아서 하는 사람이 정경미였다. 한 번 맡겨보니 일을 잘하더라는 평이 나와서 그냥 2년째 학과대표 일을 맡았던 것이다. 4년제 대학 국문학과 출신답게 음악과 학생들의 단합을 요하는 행사의 진행을 맡아볼 때 정경미의 연설은 수준급 명문이라는 평을 받았다. 정경미가 음악과 학생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음은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이 같은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김병철과의 담대한 밀회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을 것이다. 이들 두 사람의 유별난 탈선에 대한 동급생들의 시샘이나 스캔들 소문 내기 등을 염려하여 미리 입막음 전략을 꾸민 것이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이런 말은 다른 친구들에게 먹혀들지 않았다. 그만큼 이들 커플의 인간미가 친구들에게 호감을 샀던 것이다.
나는 우리 졸업식이 있던 날 처음 만나는 정경미 남편의 얼굴과 차림새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정경미가 남편 몰래 외간 남자와의 밀회를 즐긴다는 수상한 일이 가능하게된 비밀이 남편의 어딘가에 숨어있을 것만 같았던 것이다. 졸업동기들과의 초면 인사가 다 끝난 다음에 나는 오랫 동안 의문의 대상이었던 경미 남편에게로 다시 다가가서 물어보았다.
--정경미에게 음악 에너지를 공급해주신다고 들었는데, 두 분 다 음악 취미를 갖고 계시다니 다복한 커플이십니다. 
--하, 말씀은 고마운데, 제가 제공하는 건 하드웨어 에너지이지 소프트웨어 에너지는 못됩니다. 저는 공대 출신, 공돌이입니다. 허허.
귀를 기울여 듣던 나는 이 남편의 약점이 심한 말더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음악을 잘 모르는 공대 출신에다가 말더듬이라, 나는 정경미가 그동안 벌인 수상한 사건들의 비밀을 발견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남편은 애초부터 자신의 이런 약점이 아내의 욕구불만의 원인일 것이라는 자괴감이 있었을 터인즉, 아내의 탈선 같은 것에 대해 민감하게 느끼지 않았을 것 같다. 아내로부터 적극적인 애정표현이 없어도 별로 상심하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말더듬는 사람 치고 거만한 사람 없다는 말도 문득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정경미 김병철 커플의 위태로운 밀회와 정경미네 부부관계라는 두 개의 평행선은 충돌할 염려가 없이 상호간 안전보장과 원만한 현상유지를 도와주는 희한한 상황이 될 것 같았다. 정경미는 남편 몰래 외간 남자와 밀회를 즐김으로써 남편에 대해 미안스러움을 느끼고 아내로서의 일반적인 책무에 더욱 충실하도록 해줄 것이다. 정경미는 또한 말더듬 공돌이 남편에 대한 욕구불만을 병철과의 밀회를 즐기면서 해소할 수 있으니 제도적인 부부관계의 온전한 유지에 손상을 입히지 않을 것이 아닌가. 정경미는 지금 남편과 병철 두 남자를 놓고 두 개의 독립된 선을 따라가고 있지만, 이들 독립된 선은 영원히 충돌하지 않기만을 바랄 것이지 우리가 그 위태로움을 걱정할 일은 아닐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