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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마음을 요양하려는 자는 대개 자연으로 향한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안에서 빼어난 풍광을 감상하고, 맑은 공기를 들이쉬면 마음속 쉼표가 저절로 생겨난다. 나무가 많은 우리나라에선 주로 산을 찾지만, 바다로 가는 방법도 있다. 이름하여 ‘해양치유’다.
해양치유는 바닷물·머드(진흙)·소금·해조류·모래 같은 해양자원으로 건강을 회복하는 활동이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세계로 무대를 넓히면 그 역사가 깊다. 의사 서약문을 쓴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도 해양치유에 주목했다. 그는 따뜻한 해수로 목욕하면 피부병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단순한 해양관광을 넘어 지역 해양자원을 활용해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양상이다.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인 만큼 해양자원이 풍부하다. 그중에서 청정함으로 으뜸가는 바다가 있으니 리아스식 해안의 곡선이 유려하고, 섬섬옥수처럼 예쁜 섬이 곳곳에 펼쳐진 남해다. 남해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본 해양수산부와 전남광주 완도군이 10여년에 걸친 준비 끝에 2023년 국내 최초 해양치유 전문시설 완도해양치유센터를 열었다. 7740㎡(2341평)에 이르는 시설에선 해수·해조류·머드를 활용한 프로그램 16개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첫 단추도 잘 뀄다. 개관 이후 다녀간 실사용자만 16만명. 여름 성수기엔 하루 500명 가까이 몰리며 매진 행렬이 이어진단다. 지역사회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는 해양치유. 도대체 그 매력이 뭘까. 대표 해양자원 3개를 중심으로 완도해양치유센터를 톺아봤다.
◆탁 트인 쪽빛 풍광에 마음도 잔잔=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건 센터 앞에 펼쳐진 드넓은 바다다. 바다와 하늘이 그리는 물마루가 마음에 평안을 선사한다.
이 평온함은 건물 안에서도 이어진다. 바다를 향한 벽면이 통창으로 돼 있어 탁 트인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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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층 로비나 2층 ‘릴렉스룸’에 앉으면 은빛 백사장과 쪽빛 물결이 한폭의 그림 같다. 사계절 내내 어떤 날씨에도 안온하게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눈으로만 즐길 수야! 옆 건물인 해양기후치유센터에선 모래사장에 앉아 편안히 호흡하는 ‘해변명상’, 고무공을 주고받는 ‘발리볼 운동’, 양손에 스틱(지팡이)을 들고 땅을 밀어내듯 걷는 ‘노르딕 워킹’도 열린다. 해변과 해송림이 천연 운동 시설 역할을 한다.
전남광주 완도해양치유센터의 핵심 ‘딸라소풀’. 남해에서 여과한 바닷물을 데워 몸을 풀어낼 수 있다.
◆보글보글 바닷물에 몸도 사르르=시설의 핵심은 1층의 ‘딸라소풀’이다. ‘딸라사(thalassa)’는 그리스어로 ‘바다’라는 뜻으로, 너른 수영장엔 이름대로 따뜻한 해수가 가득하다. 남해에서 끌어올려 여과한 맑은 물이다. 바닥에선 보글보글 공기 방울이 솟아난다. 발바닥과 종아리를 부드럽게 두드려준다. 굵고 강렬한 물줄기도 쏟아진다. 뭉친 어깨와 허리를 시원하게 파고드니 피로가 가신다.
체험객 중엔 물속을 천천히 걷는 이가 많다.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은 덜하고, 운동 효과는 큰 게 장。이다. 전남광주에서 왔다는 송인자씨(62)는 “목욕탕에 가는 걸 좋아하는데 거기서 운동하긴 쉽지 않다”며 “여긴 온도도 적당하고 넓기도 하니 마음 같아선 매일 오고 싶다”고 말했다.
1층엔 마음을 치료하는 공간도 놓였다. 바로 ‘명상풀’이다. 튜브를 낀 뒤 온몸에 힘을 빼고 물에 떠 있는 시간이다. 물결이 찰박거리는 소리와 잔잔한 음악에 모든 걸 맡기면 그간 품던 고민이 덧없게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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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분수대가 뿜어내는 거품엔 피부결 완화에 도움을 주는 해조류 성분이 들었다.
◆특산 해조류 거품에 살결도 매끈=완도가 자랑하는 해조류도 시설 곳곳에 등장한다. 1층에 자리한 ‘해조류 거품 테라피’ 방에 들어서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하다. 고풍스러운 분수대에서 하얀 거품이 뿜어져 나와서다. 이 거품은 미역·다시마에서 추출한 성분을 가득 담았다. 미끌미끌하고 부드러워 피부에 문지르면 살결이 금세 매끈해진다. 옆방의 ‘머드 테라피’실도 인기만.이다. 완도는 특히 진흙의 입자가 고운 편이라 자극도 덜하다.
유자나 황칠나무도 탁월한 재료다. 완도 고금도는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유자 명산지다. 2층에서 펼쳐지는 ‘향기 테라피’에선 이 향긋한 유자로 만든 팩으로 마사지를 해준다. 이외에도 완도산 미역·유자·황칠나무 등을 시설에서 쓰는 샴푸·보디워시·로션·비누의 재료로 삼는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바다를 조망해본다. 바다가 품은 자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관광이 될 수도, 산업이 될 수도, 지친 사람에게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건네는 치유가 될 수도 있겠다. 미지의 바다는 우리 몸속 ‘줄기세포’처럼 발전할 가능성이 무한하다.
[인터뷰] “건강 개선 일조…특산품 사용 높이고 방문객 유치 전력” 이채빈 완도해양치유관리공단 이사장
이채빈 완도해양치유관리공단 이사장.
한국에서 ‘해양치유’는 낯선 분야다. 바다가 의사처럼 아픈 곳을 돌본다니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을까. 국내 해양치유의 올바른 발전 방향을 타진해보고자 이채빈 완도해양치유관리공단 이사장과 대담을 나눴다.
- 해양치유는 건강 개선 효과가 있나.
▶해양치유에서 말하는 ‘치유’를 질병을 고치는 의료행위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건강을 관리하고 신체·심리적 회복을 돕는 활동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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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해양자원이 신체 기능 개선이나 통증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온다.
센터도 한양대학교병원과 협업해 무릎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치유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했다. 2024년 3월5일∼10월31일 연구 대상자 41명이 딸라소풀·머드테라피·거품테라피·해수미스트 프로그램에 참여한 결과 무릎 통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해양치유의 효과를 규명하는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
- 센터가 지역경제에는 어떤 변화를 불러왔나.
▶완도군이 분석한 결과, 2025년까지 센터를 찾은 방문객 12만명이 숙박·외식·쇼핑을 하며 일으킨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181억원가량이다.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2026년 8월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기준으로 공단의 일반직·공무직·기간제 노동자 61명 가운데 58명(95%)이 완도군민이다. 앞으로는 현장 운영자를 넘어 해양치유 프로그램을 개발·관리할 전문인력을 육성하겠다.
- 완도 농어가와 연결고리는 충분한가.
▶완도산 해조류·머드·유자·비파·황칠나무를 많이 활용한다. 다만 현재 사용하는 양은 농어가 소득을 크게 끌어올릴 정도는 아니다. 앞으로 지역 생산자와 연구자가 제품 개발에 같이 참여하게끔 해 완도산 원물의 함량을 높일 계획이다. 해양치유가 온전한 지역산업으로 뿌리내리려면 관광객뿐만 아니라 농어민에게 돌아가는 소득도 함께 늘려야 한다.
- 시설 운영에 어려움은 없나.
▶해양치유는 산업 특성상 적잖은 유지비가 꾸준히 들어간다. 바닷물을 끌어와 데우려면 대규모 시설과 정화·순환 설비가 필요하다. 해수를 계속 여과·순환시키면서 염분에 시설이 부식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용객과 수입은 늘고 있지만 지출규모가 커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는 이유다. 방문객을 확대하면서 유지비를 낮추고 지역경제에 낙수효과까지 거두게 하는 것이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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