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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위기 격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는 등 급등하고 있지만, 지난 7월 국내 휘발유 소비량(886만배럴)은 역대 7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7월 소비량도 5537만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25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것과 정반대다. 세계가 고유가에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한국만 '유가 불감증'에 빠진 셈이다.
휘발유 소비가 늘어난 배경에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있다. 정부는 중동전쟁으로 급등한 석유제품 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며 3월 정유사 공급가격을 눌러 기름값을 인위적으로 낮췄다. 7월 브렌트유와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한 달 새 각각 24%, 22% 뛰었지만 국내 휘발유 가격은 최고가격제 영향으로 4% 떨어졌다. 소비자들이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면서 에너지를 아껴 쓸 유인도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싼 기름값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정유업계가 추산한 최고가격제에 따른 기회손실은 8월까지 5조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향후 이를 보전하려면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 휘발유를 많이 소비하는 고소득층에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는 구조여서 '역진성'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유가에 관한 한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휘발유·경유 등 정제유 가격은 계속 안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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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유 재고가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국민에게 기름을 아껴 쓸 필요가 없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다. 국제유가가 치솟는데도 가격을 억눌러 소비를 부추기는 정책은 재정부담이 더 커지기 전에 접어야 한다. 당장 해제할 경우 물가자극 우려가 있는 만큼 단계적인 출구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격 통제를 .진적으로 풀어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되, 고유가 충격이 큰 취약계층에 선별 지원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시장의 가격 기능을 되살려 소비를 줄이고, 비축유를 아끼는 것이 장기화하는 에너지 위기에 대비하는 길이다.
우려가 있는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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